■인간적 웃음과 해학의 결정
중국에서 말 많은 가장의 위치는 어떨까?
중국에서 남성은 한국에서처럼 권위있고 '바깥사람'이라는 개념보다는 집안일을 하고 자신의 아내를 도우며, 언제나 가족들의-심지어 자기의 아들과 딸들을 포함해서-의견을 귀담아 들어야하는 생활을 한다. 심지어 매맞는 남편들이 많다고들 한다.
국민당과의 전쟁, 국공합작, 문화대혁명, 실용주의 노선 표방 등의 격동의 역사속에서 점점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는 현실이지만 이 소설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속에서의 장따민씨는 예외다.
"수다쟁이 장따민이 나타났다! 더 이상의 대화는 포기하라!"
161센티미터에 84키로그램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따민씨는 그야말로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써 억척스럼은 높이 살만하다.
이 책은 표지제목과 동일한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단편선 빌어먹을 식량, 그리고 중국 인기배우 공리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국두'의 원작 푸시 푸시 등 총 3편으로 구성돼 있다.
세편 모두 분량은 물론 색깔이 다른 소설이다.
첫번째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은 주인공 장따민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와 애피소드를 담았다.
빌어먹을 식량은 20세기 중반 식량부족에 시달렸던 중국 국민들의 애환을 그렸으며, 푸시 푸시는 삼촌과 외숙모, 그리고 조카가 한 집안에 살면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삼촌과 외숙모 부부의 안타까움을 보던 조카가 결국 외숙모와 잠자리를 갖고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다.
■'장따민'의 애환이 묻어나오는 삶
장따민, 리윈팡, 그리고 장샤오수(장수에서 장린으로 마지막으로 장샤오수로 개명한 장따민의 아들)가 한 가정을 이룬다.
부유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꿈꾸는 장따민씨가 가정을 지키기 위한 일들을 시간순서에 따라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장따민씨는 참 재미있는 인물이다. 아들에게 "이 자식, 시루에다 쩌버린다!", "누가 할소리! 보일러에 넣어 부숴버리고 말 테다!"라는 말을 서슴치 않고 내뱉는다.
또 열심히 일을 하고 넉넉한 월급을 받은 날 동료의 어려운 사정을 슬쩍 듣고 자신의 주머리를 털고 나오면서 "이제 이 회사는 더이상 다닐 수 없겠구나"라고 말하는 장따민씨.
이런 인물로 묘사되는 장따민씨는 중국의 현실이다. 아니 중국의 현실을 좀더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저자 류헝이 극적으로 묘사했는지 모른다.
한줄 한줄 상황을 설명하고 부인과 아들, 동생들과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이 잔잔하면서도 재밌다.
■기구한 운명의 가족 이야기
영화 국두를 먼저 봤기 때문에 '푸시 푸시'는 쉽게 읽혀졌다.
아들을 갖지 못해 온갖 피박을 받는 외숙모,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지 않고 단지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괴팍하게 변해가는 삼촌, 이들 사이에서 안타까움으로 생활하는 조카.
외숙모는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받는 학대보다도 자신의 욕정을 채우지 못해 쌓이는 힘겨움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조카를 유혹하게 되고 이들 사이에서 아이를 많는다. 삼촌의 아들이라고 속이고......
이들 세명의 기구한 운명이 짧지만 긴 여운으로 마음속에 남는다.
조카의 씨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아들인양 좋아하는 삼촌-나중에 밝혀지지만-저주와 죄스러움으로 이중적인 삶을 사는 외숙모,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데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조카.
이 소설 역시 영화 국두에서의 기억으로 볼 때 애증, 근친, 기구한 운명 등이 요소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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