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영혼이 정말 존재하느냐 아니냐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난제다= 

신은 과연 삶과 죽음에 관여하는가?

운명과 신의 관계를 긴밀히 맺을 수 있는 문제인가?

죽음은 생명의 단절이라기 보다 또 다른 삶을 위한 쉼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크리스토퍼 무어의 <더티잡>은 한마디로 독특한 작품이다. 일상속의 드라마같기도 하고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 판타지 소설로 분류할 수도 있고 종교소설일 수도 있다.

책 표지를 보면 유모차속에 있는 해골모습을 한 어린아이(?)가 서슬퍼런 칼을 들고 있다. 그 유모차를 한 남자가 끌고 있다.

혹 남자는 죽음의 영혼을 끌고 가는 모습으로 상상할 수 있고, 죽음과 어린아이를 연결시켜 스릴러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책을 몇장 넘기면 '알파남성'에 반대되는 개념인 '베타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흔히 잘생긴 외모, 무엇이든 잘 해내는 능력, 그리고 충분한 재력, 위트와 유머가 넘치며 때론 진지함으로 맡은 일을 척척해내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알파남성.

이에 반대되는 '베타남성' 주인공 '찰리'는 베타남성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처음부터 우울하다. 희망을 주기 보다 우리가 꿈꾸는 알파남성성을 저버린 채 살아가는 찰리가 등장하면서 책 표지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찰리의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의 베타 남성적 상상력이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그를 쿡쿡 쑤셔 댄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경제 체제를 거치는 동안 체구와 힘, 스피드, 잘생긴 외모 등 특출한 체격요건을 지닌 알파남성이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선택되어 진화한 반면, 베타남성의 유전자는 당면한 역경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예측하고 피함으로써 살아남는다.(50쪽) 

찰리의 문제는 책속의 주된 이야기거리가 된다. 사회에서 밀려난 남자, 힘이 없어 무엇이든 힘있는 사람들에게 빼앗기며 사는 불쌍한 영혼들, 돈과 명예를 얻기 보다 빼앗기는 편이 속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찰리는 그런 인물이다. 하지만 찰리에게 특별한 능력이 부여된다. 자신의 상상속이나 환상속에 나타난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자기의 아내가 출산을 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찰리는 슬픔에 빠져 지내지만 스스로의 환영속에 보인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고 그는 죽음을 앞둔 영혼들을 찾아나선다. 베타남성에게 주어진 능력아닌 능력.

이런 상황에서 그는 두려움이 결국은 생존의 매카니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신앞에 경외하고 영혼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찾지 못할 해답.

그러니까 내가 죽음의 사자를 돕는 산타의 조수란 말이야?(120쪽) 

그리고 한권의 책 <티베트 사자의 서>

저자는 이 책 속에서 티베트인의 죽음과 영혼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서양인으로 동양의 사고를 탐닉하는 모습이 소설속에 그대로 나타나있었다.

티베트에서는 죽음의 영혼을 모아 극락왕생을 빌고 우리가 말하는 천국과 지옥, 또는 연옥으로 갈 사람들의 명단을 만든다고 한다.

어느 지방에서는 죽은자의 시신을 독수리 등 염험한 동물이 쪼아 먹도록 나둬 윤회할 수 있도록 한다고도 한다.

자기의 아내가 출산 중 사망하면서 자신의 딸 소피에게 그 영혼이 들어왔다. 소피만은 이 세상 더럽고 추한 것들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베타남성의 처절한 몸부림.

표지부터 내용까지 독특하고 기발하며 뭔가 심오한 의미를 찾아내지 않으면 독자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빌어먹을 산타같은 건 없어. 내말은 나도 우리의 정체를 모른다는 거지. 그 책이 암시하는 대로 정말 죽음의 제왕이 존재했는지조차 모르겠어. 다만, 우리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거지.여기 이 도시에 내가 아는 사람만 열 명이 넘어...... 우린 모두 영혼의 그릇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이 적임자의 손에 넘겨지는 걸 확인할 뿐이야."(122쪽)

정상적인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도 신의 축복이 함께 한다는 것을 느낀다. 방송을 보면 가끔 어린아이 답지 않게 춤을 잘 춘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때론 어른들의 모습을 흉내내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그럴때마다 "대단하다"는 감탄사보다는 "너무 징그러운 것 아냐?"라는 말을 먼저 내뱉는다.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성숙했거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포장하는 어린아이들의 당돌함이 매스껍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제 모습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막스티볼리는 1930년대 자서전적인 일기가 발견되면서 소설로 다시 각색됐다.  

일흔 살 노인의 외모로 태어나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지는 운명을 타고난 막스 티볼리.

그는 태어날때 부터 빠르게 노인의 모습을 가지게 됐다. 생각은 어린아이지만 몸은 이미 70대 노인.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그를 노인으로 생각한다. 초반부 자신의 이상한 운명을 발견했을 때 막스 티볼리는 좌절하지 않는다. 운명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운명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 운명에 대한 경험한 자세. 그래서 더욱 슬프고 애닮고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의 유년기시절-모습은 70대 노인이지만-앨리스라는 한 소녀가 있었다. 사춘기 시절 애틋한 사랑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막스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앨리스에 대한 사랑을 지독히도 키워 나간다.

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외모는 할아버지니까...

앨리스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막스에게 앨리스의 엄마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에서는 저자 앤드루 숀 그리어의 위트와 재치가 넘친다.  

우리는 흔히들 고등학교 시절 꼭 회사의 대리나 과장정도로 나이가 들어보이는 친구들을 만난다. 그때는 우정이라고 하면서 놀려대고 웃었지만 그들의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이가 됐을 때 결국 어느 누구보다 정상적인 멋진 모습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막스 역시 그렇다. 그리고 막스는 용기를 내 앨리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마침내 결혼에 성공한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우리들도 인생의 굴곡앞에서 평탄한 길을 걸을 때가 있다. 삶을 '산'에 비교한다. 가파른 길을 따라 산 정상에 오르면 내리막길이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능선도 나오고 또 다시 올라가고 굴곡의 반복이다.

즉, 막스의 삶은 단순히 젊어지는 인생의 별스러움을 앉고사는 것 이상의 메세지를 던져 준다.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대상인 것이다.  

미국의 산악지대 어딘가에서 하얀 분가루처럼 끝없이 이어진 눈밭에서 빈둥거리며 몇 주는 보내는 사이 마침내 내 몸뚱어리가 실체를 드러냈다. 지낸 몇 해 동안 몇 가지 점에서 는 분명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몸의 근육이 그 형태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 신발이 너무 커지고 있다느 것,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나를 둘러싼 세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354쪽)

■중도장애우의 삶이 시작되다

오래전 방송에서 일반인들이 장애우들의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그들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어디까지나 체험하기 위한 일시적인 행위였지만-상황에서 과연 어떤 생활을 할 수 있는지 경험했다. 거의 대부분이 힘들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일시적으로 몇시간 하루 아니면 며칠이지만 실제 장애우들-특히 중도 장애우들의 경우-은 삶 자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또 말하지 못하고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고통과 절망이 클 것이다. 허나 희망적인 것은 장애우들의 의지가 강해 거의 대부분 힘든 고난의 시기를 이겨낸다는 것이다.

이 책 <마음의 눈으로 행복을 만지다>의 저자 김기현씨 역시 94년 연세대학교 불문과에 특차 입학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중도 장애우다. 턱 부정교합 수술을 받다가 출혈로 의식불명이 되고 결국 시력과 전심마비를 맞교환하게 됐다.  

수술 당시 의료진의 실수로 구강 내 출혈이 심하게 발생했는데 잘 처리하지 못하여 그만 출혈이 기도를 막아 약 3분간 질식 상태에 빠지는 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수술 후 전신마비와 실명이라는 갑작스런 장애를 입게 된 것입니다.(30쪽)

■저자의 재활일기가 시작되다

이 책은 저자가 시력을 잃고 다시 학교에 복학한 후 졸업과 동시에 유학을 떠나 스스로 재활에 성공, 결국 아이의 엄마로 한 가정을 꾸리는 내용의 '재활일기' 형식이다.

꿈많은 젊은 시절, 대학에서 희망과 포부를 펼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시력을 읽은 저자의 이야기는 눈물겨운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시력을 잃은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해당 병원에 소송을 걸었지만 결국 의사의 무협의 판결과 실의에 빠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전한다.

미국같은 선진국에서는 환자 진료기록에 수정액을 사용하면 병원기록 위조의 가능성으로 들어 해당 병원이 패소한다며 희망을 가졌던 저자 김기현씨는 법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육체적, 정신적 재활에 성공한 저자는 1998년 4년만에 복학을 하게 되고 결국 전공을 불문과에서 철학과로 옮겨 졸업하고 동시에 보스턴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한 여성의 의지는 실로 놀랍다. 가족들의 보살핌과 관심도 있었지만 본인 스스로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정상인과 완전 다른 삶에 적응하며 성공아닌 성공을 거둔 것이다.  

어느 장애 영역이든 자기의 적성과 개성에 맞게 직업을 가지는데 제약이 없었고,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도록 법과 교육, 사회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부 보조가 있지만 캐나다 장애인들은 그것에 의지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일을 하기를 선호했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돕는 활동보조인과 사회보장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139쪽) 

그가 장애우로써 유학시절 겪은 생활을 회고하는 부분이다. 그가 외국의 선진 장애우정책에 큰 수혜자로 지금은 많이 선진화된 우리나라의 정책과 비교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이다. 또 장애우들의 재활은 물론 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교육정책에도 안타까움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