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는 슬픔은 정말 없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껏 슬퍼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소중한 것의 상실에서 오는 허탈과 공허는 그 자체로 공포다. 심신을 망가뜨리는 일시적인 병리현상. 그래서 더욱 피폐해지는 육체와 정신을 느낀다.

이 책 <안녕, 아빠>는 저자 패티 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소설로 분류될 수도 있고 자전적인 산문으로 볼 수 있는 이 책 속에서 한 여자의 남편과 그 아이의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는 한 모자가 등장한다.

마음껏 슬퍼할 수 없는 절박함, 절제된 슬픔속에서 발견하는 공허함, 그리고 치유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저자는 결혼생활 10년 남편의 뇌암판정으로 실의에 빠진다. 그리고 늦게 결혼한 만큼 아이에 대한 각별한 사랑도 큰데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남편을 지켜보며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

역시 죽음앞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을 없다. 그 의연함은 실의에 빠진 영혼이 최후의 몸부림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는 행위일 것이다.

저자의 남편은 세상과 영원히 단절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옛날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관객은 보트가 그 앞에 있는 폭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막상 보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모르고 있는 바로 그 장면 말이다.(52쪽) 

스틱스 강은 죽은 영혼들을 모아 저승으로 데려가는 강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남편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면서도 안타까움을 솔직히 표현한다. 그래서 더욱 애처롭고 슬프다. 처음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고 아이를 낳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윤회적인 삶에서 남편의 죽음으로 그 소통이 단절된다. 저자는 남편의 죽음을 앞두고 말한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인생이라는 무대의 커튼 뒤에 숨어서 배우들이 무대 위애서 공연하는 것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스틱스 강으로 안내하는 역을 맡아 무대 한가운데로 불려나가고 있었다.(55쪽) 

부모가 죽음을 맞이하면 어린 자식은 당연히 큰 충격을 받는다.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인생과 방황을 맞바꾸기도 한다. 또 그 죽음이 자연스런 것이 아니라 병에 의한 죽음-특히 암일 경우-일 경우 말과 행동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가 아픈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돌볼 때 주위해야 할 세가지가 있다. 우선 아이들은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아프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둘째 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백 번이고 말해 줘도 자기도 같은 병에 걸릴가봐 걱정을 한다. 셋째 정말 아플수도 있고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픈 척할 수도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슬픔에 휩쌓여 있으면서도 앞으로 고난과 역경이 될 삶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이 나온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현실이다. 남편없이 홀로 아이를 키워야하는 어머니의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독자들로 하여금 슬픔과 애처로움 이면에 강한 삶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가 원하던 것과 거리가 멀었다. 나는 해리엇 터브만이나 잔 다르크가 되고 싶었는데......남편이 나에게서 떠나가고 있는데도 나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나는 계획을 세워야 했다.(113쪽)

고대 로마의 정치가인 키케로는 "오류는 인간적인 것이다"고 말했지만 과연 역사의 오류를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오랜 시간 틀에박히고 희망적이며 적과 악의 세력을 뚜렷히 구별하는 흑백논리식의 역사를 배웠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는 힘의 역사, 즉 조선왕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왕조실록 위주의 역사, 힘을 가진 나라의 역사,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침략에 성공한 국가와 인물 중심의 역사관을 습득했다.

우리는 앞서 밝힌 역사관에서 벗어난 시기가 불과 수십년밖에 않됐으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해서도 진실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다.

진실에 대한 의심이라고 해서 역사를 왜곡했다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키케로가 말했듯이 왜곡이 아닌 인간적인 오류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 책 <역사의 오류>는 저자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가 우리가 평범한 상식에서 알 수 있는 역사에도 많은 오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마디로 흔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180도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집필한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역사에 대한 오류를 파고드는 저자의 객관적인 내용이 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막대한 역사의 자료와 근거들을  제시한 저자의 능력은 높이 살 만하지만 과연 역사의 오류에 대해 납득하고 이해할 만한 전개였는지에 대해서는 좀 의아하다.  

책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면 노아의 홍수부터 유고슬라비아 내전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되짚어보기가 이뤄지고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의 홍수이야기가 "과연 신화인가 자연재해인가?"라는 의문부터 시작된다.

'얼굴없는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대한 재해석,나사렛 예수의 출생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진짜 성탄절은 24일인가 25일가?"라는 의문도 남긴다.

또 "네로의 변덕이 부른 참사인가 단순한 재해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로마 대화재사건 당시 네로는 별장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과 본격적인 중세시대의 시작에 대한 의문, 로빈후드가 과연 무법자인가 시대의 영웅인가에 대한 논란, 바스티유 습격사건이 없었다는 프랑스혁명,  남북전쟁의 실체(?) 등에 대해 재해석이 돋보인다.

우리들이 흔하게 들었던 마릴린먼로의 죽음, 케네디 암살, 달 착륙 등에 대한 진실공방도 흥미롭게 진행된다.

중얼중얼~~~

저자 신천희, 소야 스님의 수다가 정겹게 느껴진다.

이 책<중얼중얼>은 저자인 소야스님이 일상, 수행, 자연 등에 대한 아름다운 글들로 구성돼 있다.

마치 산사에서 풍경소리를 들으며 향기로운 차 한잔하는 듯한 느낌이다. 항상 자신을 중2 그래서 열네살 어린아이라는 스님의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들으면 잃어버린 자신을 찾을 수 있다. 바쁜 일상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뭐 그리 바쁜지 하루 종일 종종 걸음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얼음판을 걷는다.

시끄러운 음악 대신에 풍경소리를, 텔레비젼 대신에 좋은 책 한권, 술 대신에 향기로운 차 한잔 하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중얼중얼>은 그런 여유를 주는 책이다. 이 책속에는 소야스님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수행, 일상, 자연 등의 주제가 담신 담백하고 소박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뜻밖의 청혼'에 놀라는 스님.

자신과 동거를 하겠다고 달려드는 보살을 보면 애정이 변하면 애증이 된다는 소회를 남긴다.

도마뱀을 만나면 꼬리를 잘라주어야 한다고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며 그 도마뱀 꼬리를 잘라 말려서 이쑤시개나 하는 건데 잘못했다고 말한다.

중이 추위를 타는데는 이유가 있다는 스님. 여러 이유중에 빡빡깍은 머리때문이라며 "날씨 이놈아!"하며 너스레를 떤다. 날씨가 얄미운 이유는 없고 배고픈 사람한테 제일 먼저 달려들어 못살게 굴기 때문이라는 소년같은 생각이 동자승의 어리둥절한 표지모습처럼 느껴진다.  

술한잔 즐기는 모습은 바로 천국이 따로없다. 내가 누구인가? 술을 지배하고 살아온 주독제왕이라고 스스로 일컫는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중독이 되었다면 알코올이 나한테 중독됐다고 말하는 스님의 말속에서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의 모습과 일반인들과는 다른 세상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4월의 눈을 보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날씨가 미쳤다는 둥 일기예보가 역시 맞질 않는다는 둥 날씨를 곱씹을 것이다. 죽기에 딱 좋은날이라는 생각은 어떨까? 스님은 4월의 폭설을 보면서 2억4천만년쯤 죽기딱 좋은 날 자신이 죽으면 화석이나 미라로 발견될 것이라고 말한다. 참 재미있으면서도 세상에 욕심없는 모습이다.

스님의 작은 고백, 살아가면서 한번쯤 자신의 생활습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저자, 소야스님.

사소한 생활습관이 항상 자신을 긴장시킨다고 한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자는 의지는 온데 간데 없고 바쁜 일상이 자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적 스노비즘(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 즉 생활속의 갭이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가식으로 위장하지 않는 단순 명쾌한 삶, 그것이 바로 나를 만들어가는 수행 과정이 아닐까?

이 책 <중얼중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스스로 만든 길을 갈 것인가? 참 철학적이면서도 어리석은 질문 같다.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 괴로움이 따른다.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그림자가 그 주인을 따르듯 즐거움이 따른다.(86쪽)

유독 스님의 글 속에는 자연이 많이 등장한다. 자연이라면 식물도 있겠지만 동물들도 눈에 띤다. 산과 강, 들뿐만 아니라 미물일망정 인간과 함께하는 가축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보인다.

제비가 자신의 허락없이 처마끝에 집을 짓는 것을 보고 월세를 생각하는 스님.

천장에 매달린 거미 한 마리를 보고 먹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다면 거미를 질책하는 순수한 마음. 거미는 알까? 스님이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개팔자 상팔자, 지나가다 묶여 있는 개를 보고 개같은 인생이라고 되뇌이는 스님. 매일 사료같은 밥을 먹고 사는 자시니 개와 다른 점이 무엇이랴. 개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면 계율의 담을 훌쩍 뛰어넘어 목줄을 풀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무애자재를 얻는 길일지니 좌선, 행선, 와선 가리지 않고 불철주야 정진에 채찍을 가한다. 그것이 스님의 마음이고 생각이고 행동이고 사는 방식이다.

무애자재는 아닐지언정 인간과 개의 경계를 명확히 할 지혜를 얻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