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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항쟁 다음해, 올림픽을 개최했던 대한민국 어느 교실에서 나는 인생의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너희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서 너희가 참 인간이
꼭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노동판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옷을 갈아입고 수십만원하는 고급 음식점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그것은
일상이되고 언제든지 향유할 수 있는 삶 그자체다. 하지만 돈 많은 부자들 중에서 돈과 권력을 쫓는 사람들은
노동판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것을 체험과 봉사 쯤으로 여길 뿐 그들의 삶이 될 수 없다.
결국 너희들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미래는 밝혀지는 것이다"
이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아마도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들의 역설쯤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의 말과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미래. 그 미래에 인생의 길잡이가 되고 망망대해 등대가 되주는 스승이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이 책 <스승>은 교수, 문화원장, 총장, 소장 등 이시대 지식문화를 이끄는 스믈일곱분들의 스승에 관한 이야기다.
한힌생 주시경, 만해 한용운, 단재 신채호, 담원 정인보, 함석헌, 무애 양주동, 황순원, 조지훈 등 우리가 흔히 교과서에서 배웠거나 관심을 가진 낮익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이 책속에 소개되는 스승에 대한 회고가 담겨있는 글들은 모두 민족의 스승이며 개인의 스승이었던 분들에게 가름침을 받은 시간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잠시 주옥같은 스승들의 삶을 엿보자면 우선 담원 정인보 선생은 아들에게 참 나라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지금 어지러운 정국에 적합한 부분이다.
6.25가 발발하자 담원 선생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버지! 왜 정부가 아버지를 같이 피난가지 않고 자기들만 가요? 아버지! 정부가 왜 이래요?"
나는 시비조로 여쭈었다. 아버지의 말씀은 이러하였다.
"나라를 왜 사랑하느냐? 내 나라라 사랑하지 아니치 못해서 사랑하는 것이다. 보답을 바라서 사랑하는 게 아니란다. 나라가 나에게 잘해주고 나를 돌보아주고 혜택을 입히기 때문이 아니란다. 내 나라니 내가 사랑하지 아니치 못해서 사랑하는 거란다."(105쪽)
나라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말이다.
일제치하 암울한 시대, 민족의 아픔 6.25, 그리고 혼란스러웠던 건국기에는 이념에 대한 수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특히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 외솔 최현배 선생의 말로 집약된다.
"사람이 사람이냐, 사람이어야 사람이다."
이는 사람됨을 근본 뜻을 찾아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다운 사람, 곧 '참사람'을 이상으로 삼는 선생의 어록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겉모습만 사람이 과연 참사람일까? 역시 어지러운 정국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말이다.
또 이희승 선생의 180분 연속 강의를 보면서 노구의 정열을 느낄 수 있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 처음 접하는 김교신 선생은 '무교회'적 기독교 논리, 한국인으로서의 자각, 교사로서의 성실함을 강조하면서 페스탈로찌의 교육철학을 연구한 김정환 고려대 명예교수를 있게했다.
여기서에 바탕은 바로 성실함이라 한다.
특히 장암 지헌영 선생은 강의를 하면서 세 가지 표제어로 유명하다고 한다.
"책사요", "공부해요", "학점 안 줘요"
80여명의 수강학생 중 4명만이 학점을 딴 일도 있다는 지헌영 선생을 보면서 이 시대 대학교육의 현주소를 반성하고 앞으로 참교육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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