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노래

이해인,오정희,황주희,이윤택 외_詩作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노래소리를 들어본적이 없다. 아니 어머니가 어떤 노래를 흥얼거리고 술 몆잔에 기분이 좋아지시면 부르는 노래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흔한 노래방에 한번 가시자면 시끄럽다고 하시지만 정작 마음먹고 간 노래방에서는 흥건이 취한 자식들 노래에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시면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전부다.

왜 노래를 통해서 어머니는 詩가되고 철학이되고 종교가 되는 그 간단한 진리를 몰랐던 것일까?

나는 이 책 <어머니의 노래>속에서 내 어머니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사회 저명인사 25인의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사모곡울 모은 이 책속에서 과연 끊을 수 없는 내리사랑의 모진 굴레를 느꼈다. 그래서 더욱 애절했다.

우선 이 책속에서는 다양한 어머니들의 노래가 나온다.

이해인 수녀의 어머니의 '진달래시첩'(이난영)부터 '동무생각', '정주고 내가 우네', '산골짝의 등불'부터 요즘 가요인 JK김동욱의 '미련한 사랑', 양희은의 '한계령'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 노래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져 있다. 자식들 키우기 위해 온갖 고생과 시름을 잊기 위해 불렀던 노래, 남편으로 부터 구박을 받으면서 불렀던 노래 등 아픔을 노래로 삭혔다.

난 이해인 수녀님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줄 몰랐다. 더욱 수녀님의 언니 역시 수녀님이라는 사실 또한 지금 알았다. 시를 좋아하고 종교적인 영적감흥을 얻는 것 이외에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인 수녀는 수도자의 길에 들어서기전에는 하대를 했지만 그 이후 존재를 하며 '작은수녀님', '큰수녀님'하며 하느님께 봉헌한 자신의 자식에게 특별한 사랑을 주신다고 했다.

날마다 새롭고 그리고 끊임없이 어머니를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고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는 내게 또 한 분의 '작은 하느님'으로, 이 세상을 떠나서도 나와 함께 계시고내 안에 현존하는 사랑의 애인이다.(15-16쪽)

'부전자전', '모전여전'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말고 일맥상통할 수 있다.

특히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고 하여 "여자는 엄마를 보면 알 수 있다'고 까지 말한다. 단지 유전적인 형질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구한 운명까지도 전해지는 것 같다.

소설가 오정희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어머니의 '동무생각'을 들으면 어머니를 보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고 한다.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어쩔 수 없이 어머니는 딸의 거울일수밖에 없나 보다. 우리 세 자매는 만날 때마다 늙어갈수록 어머니를 닮아간다고 서로 놀리지만 닮은 것이 어찌 용모뿐이랴. 딸은 어머니의 운명을 닮는다는 말은 단지 유전적인 기질을 뜻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22쪽)

작가 이윤택님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자신의 이바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고 한다.

드라마 한편의 극본 한장 쓰는데 10만원을 받는다고 하니 어머니는 "그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내 이바구를 써서 나에게 1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네가 다 가져라"고 했단다. 재미있고 소녀같은 어머니의 말씀이다.

그래서 이 작가는 어머니께 들으면 글을 쓰지 못하니 녹음을 해달라고 하자 어머니는 며칠 며달을 녹음에 매달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살아생전에 보다 사후에 더욱 클 것이다.

왜 꼭 이별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지만 결국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잠시 거역하고 싶어 진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와 신과 견줄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노래를 통해 어머니는 종교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만화가 김세영님은 어머니가 부른 '산골짝의 등불'을 들으면 이런 생각을 했단다.

한 편의 아름다운 노래는 그 노랫말이 갖고 있는 표면적인 의미 이외에도 무수한 개인적 의미와 추억의 외연을 거느리며 무수한 연상 작용으로 새로운 추억과 새로운 의미, 새로운 믿음을 만들어낸다.....(중략)......어머니는 서른여덟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중략)......산골짝을 보면서 어머니 생각을 하고, 작은 집과 등잔불을 보면서 어머니 생각을 하고 밤길을 걷고 또 걸을 때마다 어머니 생각을 하다가......나는 언제부터인가 시나브로 산골짝과 어둠과 불빛 그 모든 자체를 어머니로 생각하게 되었다.(82-83쪽)

★ 노래를 통해 어머니는 시이고 철학이고 종교가 된다(2008.5)

엄마가 날 낳기 전

나는 무엇이었을까

오월의 나뭇잎에 어리는 햇살이었을까

길가에 핀 한 송이 작은 풀꽃이었을까

아니면 남해의 어느 섬 절벽 위에 둥진 튼

바다새의 새알이었을까

아마 엄마가 날 낳기 전

나는 엄마의 사랑의 마음이었을 거야

마음의 중심에 있는

작은 씨앗이었을 거야

정호승의 시 <씨앗>에서

어머니의 외로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특히 남편을 일찍 여의거나 경제사정때문에 멀리 떨어져있어 몇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상황이라면 더욱 외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자식들은 배아파 낳았지만 말한번 섞기 힘들어질 때면 아주 큰 외로움의 고통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작가 공선옥님 역시 이런 마음을 글로 표현했다.

우리 엄나는 늘 일만 했다. 울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아버지하고 사이좋게 들일을 하는 게 아니고 혼자 외롭게 했다. 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객지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아버지가 없어 외롭고 가난해서 외롭고 딸만 셋을 낳아서 외롭고 멀이는 우리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외롭고 많이 못 배워서 외롭고......(87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길이 있다. 부모는 특히 어머니는 자신의 길보다 자식의 길을 먼저 생각하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자식에게 서운하거나 삶의 멍에를 버거워하지 않는다.

이 책 <어머니의 노래>를 읽으면서 내 어머니의 노래 역시 생각해봤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면 그 속에 한이 서려있다. 아픔이 있고 고통이 있고 사랑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

소설가 함정인님이 그랬듯이 어머니의 노래에는 곡절이 있어 그 한 많은 삶을 대변하는 시가 되고 철학이 되고 종교가 된다고 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 인간이기 이전에 그 삶을 함께할 수 있는 착한 자식들이 되어야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길이 있다. 그 길을 향해 우리는 열심히 살아간다. 만나고 헤어지고 울고 웃고, 이것을 사람들은 삶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승과 저승으로 갈린 사람은 만남이 없는 그리움의 세월 속에서만 살아간다. 나의 부모님도 한 분 한 분 그렇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길로 떠나셨다. 처음에는 보고픔이 견딜 수 없을 만큰 컸었는데 차츰 생활 속에 뭋혀 잊어버리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듯 무서운 불길로 가슴 태우기를 얼마나 했는지. 새월이 흐르면 잊힐 줄 알았는데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리움이 더하니 부모님의 사랑이 어찌 이리 깊고 넓을까.(172쪽)

키다리아저씨_Daddy-Long-Legs 

슬픔속에도 사랑이

"그분은 그 조건에 대해서 나하고 자세한 의논을 하시느라고 지금까지 남아 계셨던 거야, 그 조건이란 것이 아주 별나더구나. 정말 희한한 분이시지. 너에게는 창작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믿으시고 너를 작가로 만들기 위해 교육을 시킬 작정이셔."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번역서는 물론 영화, 뮤지컬, 연극 등으로 각색돼 소개됐다.

그래서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실제 정산미디어에서 출간된 '완역특선'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기대를 할 수 있었다.

혹시 초등학생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표지가 어딘가 모르게 새련과는 거리가 멀었고 작품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본문 이외의 소개글들이 좀 부족한면도 있었다.

특히 본문에서 중간 중간 등장한 주인공의 삽화가 참 인상적이다. 긁적 긁적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은 편지글 내용을 설명하고 있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유머스럽고 웃음을 자아낸다.

뭐든지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낸 글이나 그림에는 감동이 그대로 전달되는 모양이다.

이 책은 '우울한 수요일'이라는 첫 부분에서 주인공 제루샤 애벗이 키다리 아저씨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서로 만나지 않지만 앞서 밝힌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후견인이 된다. 그리고 기숙사비용과 수업료를 지원해주고 대학에 다니는 4년 동안 매월 35달러씩 생활비를 부쳐주는 관계가 된다.

이런 도움에 보답하는 길은 바로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매달 생활비를 받으면 편지를 쓰는 것이다.

제루샤 애벗은 기쁨을 잠시 접어두고 고아원 원장께 이렇게 말한다.

"저...선생님, 잘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저, 말씀이 그뿐이시라면, 저는 프레디 퍼긴스의 바지를 기워야 하니까요."(15쪽)

이 얼마나 천진하고 미소짓게 하는 대답인가. 이후 '편지'라는 부분에서는 제루샤 애벗이 키다리 스미스씨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구성돼 있다.

첫편지는 퍼커슨관 215호실에서 9월 24일날 보냈다.

선생님은 키가 크시다. 부자이시다. 여자아이를 싫어하신다 등의 글을 쓰는 애벗. 미켈란젤로에 대해 배운 내용을 편지글에 담고 라틴어, 프랑스어, 기학, 국어, 생리학 등 자신이 배우는 과목에 대해 자세히 고한다.

이 과정에서 꼭 부모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뽑내고 투정부리는 아이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자신의 생활을 좀더 윤택하게 만들어야 겠다는 말을 하면서 주기적으로 독서를 하겠다는 부분이 나온다.

아마도 이 부분은 작가 진 웹스터의 경험이 바탕이 된 듯 하다. 많은 책에 대해 나온다. 작가의 경험은 물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유명한 세계 명작을 읽을 기회를 주기위한 작가의 배려심도 엿보인다.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 월터 스콧의 <아이반호>, <로빈슨 크루소>,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그리고 셜록홈즈나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등이다.

우리가 어릴적 읽어봤을 또는 읽어야할 명작들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한 애정과 유머가 돋보인다. 당연히 누구인지도 모르는 낯선 신사로부터 대학공부를 지원받는다면 애정이 절로 솟아나지 않을까? 자존심을 떠나서 공부하고 싶은 열망을 이뤘을 때 그럴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낯선 키다리아저씨는 애벗의 능력을 봤을 것이다.

고아원에 있으면서도 밝은 얼굴을 하고 화를 낼줄 모르고 나보다는 주위사람을 더 잘 챙기는 배려심이 깊은 아이.

이런 것들이 복합적인 책의 구조를 만들어 누구나 한번쯤을 꿈꿀 수 있는 후견인을 통한 학업에 대한 열망을 키울 것이다.

그리고 힘든 과정에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은 애벗을 통해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 키다리아저씨(2008.1)

진 웹스터는 본명이 앨리스 제인 챈들러 웹스터로 1876년에 뉴욕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찰스 루더 웹스터는 출판사 사장이었으며, 어머니 애니 웹스터는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의 조카뻘 되는 살마입니다. 이처럼 문학적 환경에서 태어나서 자란 진 웹스터는 여학교 시절부터

시와 작문에 뛰어났습니다. 배서 칼리지라는 여자대학에 진학해서는 영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하여

문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대학은 주디와 샐리가 공부한 대학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진 웹스터는 배서 칼리지 재학 중에도 교내 신문과 잡지에 소설과 시와 수필을 실어 재능을

보였고, 도 경제학의 연구와 사회과 공부를 위해 교도소와 소년원과 고아원을 자주 견학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 무렵의 경험과 지식에서 태어났습니다. 실지로 고아원 구제와 교도소 개선 등에

특별위원이 되어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진 웹스터는 1915년 변호사 글렌 포드 매킨니와 결혼해 원고를 쓰기도 하고 남편과 함께 오리와

닭을 치기도 하며 행복한 생활을 하다가 1916년 출산 후 마흔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 작품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각색돼 소개되었다.

저자 진 웹스터의 경험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리고 노력이 독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누구나 꿈꿀 수 있는 환타지 아닐까?

각박한 세상,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