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1,2

한승원 지음_랜덤하우스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이라고 표현한 저자의 정약용에

   대한 존경의 표현을 보면서 과연 그의 숨겨지고 감춰진 삶을 어떻

   게 그녀냈을지 무척 궁금했다.

   오랜 집필기간을 거쳐 그의 발자취를 되짚어본 한승원 선생의 노

   력과 함께 탄생한 소설 <다산>은 그야말로 정조시대와 정약용의

   삶을 한편의 그림처럼 화폭에 옮겨놓은 듯 했다.

   소설속에 나오는 정조대왕을 비롯해 정약용과 그의 형제 정약종

   과 정약전, 그의 아들 학유와 학연, 그리고 딸 혜련, 노론파와 남

   인파의 여러인물들은 실존하는 인물이다.

   특히 그들이 이야기를 소설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허구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우선 이 소설은 실존 인물들을 등장인물로 설정했기 때문에 읽는

   다는 것 이외에 역사책 한권을 독파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가족사는 물론 소설속에는 정약용을 아끼고 사랑했던 정조

   임금의 인물적인 묘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산을 이야기할 때 정

   조임금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 강진의 두번에 걸친 유배생활은 정조임금이 다산을 아끼고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잃지 않기 위해 취해진 형벌이었다. 노론파들이 천주학을 빌미로 다산을 파직시키고 형벌을 내릴 것을 계속 천거하지만 그의 재주와 옳곧은 성품을 익히 알고 있는 정조는 주변의 간청을 물리친다. 하지만 20여년의 강진유배생활을 통해 끝내 이승과 작별인사를 고하는 다산에게 군주의 사랑은 신화된 도리로 받아들이는 결말을 맺는다.

다음으로 자식에 대한 아비의 끊임없는 진실한 사랑을 느껴볼 수 있다.

70이 넘어 강진유배생활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이런 편지를 남긴다.

사랑하는 자식들아

누구든 이 세상 다녀가는 한줄기 바람 같은 나그네가 아니겠는냐.

이 쓸쓸한 길손 내가 왔던 그곳으로 이제 되돌아가야 한다.

이때껏 오래 잘 머물러 있었느니라. 세상이 나 떠나가지 못하도록

내 모자와 신발 가방을 감추어놓고, 차진 밥으로 술로 차로 시로 음악으로

후히 대접해주며 붙잡아서 박차고 떠나지 못했는데.....

이제 떠나가야 한다.(25쪽)

그리고 딸 혜련이 시집갈 때 강진에서 다산은 딸에게 그림과 글을 선물로 남겨준다.

그것도 자기 부인이 입고 있는 치마를 화폭으로 삼는다. 이 부분에서 딸은 결혼식 당일날 울음을 참지 못하고

연지곤지 다 지워져가며 그렇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부분도 나온다.

아들들이 아버지의 변절을 종용하는 노론파의 편지를 아버지에게 전달했을 때 다산은 단호하면서도 사랑을 담아 꾸짓고 그 자리에서 무릅꿇고 울며 죄를 고했다고 한다.

반면 그 당시 천주학이 유입되면서 정약전을 비롯해 이승훈, 권일신, 황사영 등이 박해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다산은 두번의 배교다짐을 했고 자신은 천주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극구 부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속으로 동생의 죽음을 지켜보면 한없이 후회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이 부분에서는 있는 그대로 소설로 옮겨졌지만 혹시 다산 스스로의 마음을 바꾸는 나약한 모습을 가지지 않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됐다.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_다산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편지를 자세히 보았다. 천하엔 두 개의 큰 기준이 있는데, 

그 하나는 그 일을 하는 것이 진리이냐 아니냐의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을 하면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 하는 기준이다.

이 두가지 기준에서 다시 네 가지의 등급이 나온다.

첫째, 진리를 지키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큰 등급이고,

둘째, 다음 등급은 진리를 지키면서 해를 입는 경우이다.

셋째, 그 다음 등급은 진리 아닌 것을 추종하면서 이익을 얻는 경우이고,

넷째,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등급은 진리 아닌 것을 추종하면서 해를 입는 것이다.

 

내가 한 번 그들에게 동정을 바라고 애걸한다면 그들이 모여서

'정 아무개 저놈은 진짜 간사한 놈이다. 애절한 목소리도 우리를 속이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는 제 마음대로 겁나는 일들을 저지르려고 그러는 것이다'라고

비웃을 것이다.

 

사람이란 때로 잡은 고기를 버리고 곰처럼 미련한 방법을 취할 때도 있듯이,

삶을 버리고 죽음을 택할 때도 있다.

내가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내 운명이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내 운명이다.

비록 그러하지만 사람이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천명만 기다리는 것은

진실로 도리가 아니다.

 

내가 사람으로서 해여 할 일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갈 수 없다면 이 또한

내 운명인 것이다 마음을 크게 먹고 걱정하지 말고 시일을 기다려보는 것이 도리에 십분

가까운 것이니 다시는 여러 말 하지 말라.

 

다산 아비가 쓴다. 

 

다산에는 임금과 신하는 관계, 부모와 자식의 사랑, 형제간의 우애, 노론과 남인의 정치적인 싸움, 그리고 선비를 우러르는 존경과 사랑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저자 한승원 선생이 만들어낸 이야기겠지만 다산을 읽으면서 그런 가공의 구조도 부족함을 느꼈다.

다산의 업적은 실로 놀라울만큼 많다. 화성축조를 위한 거증기 발명은 물론 목민심서를 통해 백성을 향한 관리들의 모습을 다졌고, 흠흠신서를 통해 과학수사의 근간을 마련했다.

역사의 혼란기 속에서 살아남은 그는 과연 뛰어난 재주와 능력과 인품을 하늘도 어찌할 수 없었기에 가능했다.

군주의 마음은 천명과도 같다고 했다.

다산의 죽음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을 맺는 두권짜리 소설속에서 역사를 만났다. 주자학과 천주학의 공존이 가능했던 실용학문의 중심에 선 다산을 화성을 거닐며 느껴봤다. 뒤주속에 죽어가던 아버지를 연민하던 정조대왕과 부인과 자식들, 그리고 형제의 무탈을 항상 걱정하던 다산은 임금과 신하관계 이상이었다고 느꼈다.

옳고 그름과 있고 없고의 간단한 진리를 실천했던 다산을 마음속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