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는 중국 서부지역 한 때 찬란한 왕조의 모습을 한 거대한 국가였다.
자료를 보면 중국 한(漢) 나라 시대 산시[陝西], 간쑤, 쓰촨지방에서 살던 저(底)·강(羌)이라 불리었던 유목민족이 현재 티베트족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7세기 초 중앙 티베트를 중심으로 토번(吐蕃)이 발흥해 손챈 감포왕(王)은 티베트족을 통합, 통일국가를 형성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티베트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수천년에 이른다. 그 찬란하던 고유 문화를 뒤로 한채 지금은 독립을 위해 투쟁의 역사를 쓰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올림픽과 맞물리면서 극력한 독립시위가 발발하면서 승려들과 일반인들을 비록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책 <色에 물들다>는 쓰촨 서북부 아페 티베트족 자치구에서 태어난 아라이의 첫 장편소설이다. 특히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인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저 여행지로, 달라이라마로, 주황색의 승려복으로만 알고 있었던 티베트는 아픔과 고통의 역사로 점철된 찬란했던 아름다운 역사를 알았다.
티베트의 최고 권력은 '투스'라고 부른다. 이는 '왕'의 개념으로 모든 부족의 족장을 다스리는 통치자인 셈이다.
이들에게는 '뼈대'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뼈대는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사람의 귀천을 구별한다. 투스 밑에 소족장, 소족장은 백성을 관할하고 그 아래 커빠(파발꾼), 가장 아래 계금은 노예다. 그 밖에 수시로 지위가 바뀔 수 있는 사람들은 승려, 장인, 무당, 노래 부르는 가객등이다.
특히 소설 첫 부분에서 투스의 어린 아들이 노예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위험에 처하자 그의 어머니는 노예들을 그 자리에서 죽인다. 이를 본 노예들은 투스의 아들과 함께하는 것을 꺼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왕국의 번성과 함께 왕족이라 자칭하는 투스의 자리를 지키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알 수 있다.
또 라마교에 대한 신비로운 묘사가 되어 있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그들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투스가 거주하는 티베트에 들어온다. 이는 근대화의 닫혀지 빗장을 열기 위한 순서로 이후 중국의 항일전쟁과 내전, 그리고 한족의 동화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티베트가 중국의 한 자치구로 편입되는 결과를 낳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제국 열강들은 티베트 상류층의 일부와 결합해 티베트를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려 했다. 수많은 자원은 물론 지리적 요충지로써 서구열강등의 침략정책의 거점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이런 혼란속에서도 티베트는 유연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그들의 투스는 찬란했던 왕조를 유지시키려 했다.
하지만 국민당 정부는 1930년부터 관리를 파견했다. 소설속에서도 관리원이 파견돼 큰 대접을 받으며 투스의 영역에서 거처를 마련하고 심지어는 재물과 노예 여자 둘을 선물로 받는 일까지 생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결국 1934년 라싸에 멍짱[蒙藏] 위원회 주(駐) 티베트 사무소를 설치, 중국의 종주권을 유지하게 된다.
이 시기부터 점점 찬란하고 위엄있고 권위있으며 막대한 권력을 가진 투스의 입지가 좁아진다.
저자 아라이 역시 '색(色)'에 대해 티베트의 찬란했던 문화로서의 색, 그리고 권력으로서의 색,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색, 그리고 사그라드는 왕조의 색 등으로 표현한다.
역사속으로 한 왕조가 사라지고 중국의 자그마한 주로 편입된 티베트. 제2차대전 이후 중국 전역을 장악한 공산당은 티베트를 침공해 결국 시캉성[西康省] 창두 지구로 편입시켰다. 이때부터 거의 60년간을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티베트인들의 아픔이 바로 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저자 아리이 역시 티베트에서 태어나 자신의 아픈 역사를 책속에 담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막대한 권력과 나름대로의 문화로 꽃피웠던 수천년의 역사가 중국 땅덩어리에 국한되면서 그들의 설자리는 무시당하고 있다.
<色에 물들다>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다. 허구의 한계에서 벗어나 티베트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사실성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책으로 티베트의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는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