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일상에서 발견하는 '순간'의 즐거움.  순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가지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상을 담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오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을 어떡해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소설을 만났을 때 단조로운 삶을 그려내는 작가의 마법같은 능력을 발견했다.

저자 유디트 헤르만은 독일에서 현대문학의 이정표를 세운 작가로 정평이 나있다.

이 소설 <단지 유령일 뿐>은 모두 일곱편의 단편소설러 구성돼 있다. 

소설을 처음 읽으면서 하나의 단편을 읽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뚜렷한 초점이 없는 것 같은 이야기가 일곱편 모두 진행됐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인 듯 싶었다.

이 책을 구성하는 단편 모두 미국, 아이슬란드, 이탈이아 베니스, 프랑스 파리, 체코, 노르웨이 등 세계 각국의 여행 이야기다. 작가의 의도는 바로 다양한 여행속에서 낯선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소하고 단조로운 일들을 특별하지 않지만 독자들에게 생각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는데 있다.

여행은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특별함 없는 일상은 여행 그자체로 큰 이벤트가 된다.  이 소설에서는 미국 횡단하는 여행, 아이슬란들의 네명의 남녀들, 서른 살 생이, 연인과 친구사이에서 갈등하는 남녀, 어긋나는 남녀간의 사랑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슬픔, 그리움과 아픔,기이한 우연에 대한 분석들이 등장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 책 <단지 유령일 뿐>의 특징을 꼽자면 줄거리가 그다지 버라이어티하고 다양하고 특별한 사건이 없는 단조롭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주인공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지만 그다지 특별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심리적인 유희를 잘 그려내고 있다.

저자 유디트 헤르만은 행복은 항상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단편집은 '순간'을 주제로 하고 있다.

독일 작가답게 이소설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딱딱하다. 그래서인지 의미전달이 확실하지만 뭔가 부드러움을 갈구할만큼 무미건조한 느낌이다. 소설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부분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감춰졌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자신은 일상과는 달리 정반대의 모습으로 다가올때가 많다. 그래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충전할 수 있는 기회는 여행이 최고다.

일상의 단조로운 삶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특별한 모습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를 재조명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며 터무니없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의 관계는 유동적이라 항상 불안하다.

우리는 책 속을 통해 간자(間者), 첩자(諜者), 밀사(密使) 등 외교와 관계되는 단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당시에도 일본과 긴밀한 교류 밑에는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

<왕의 밀사>는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그곳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제2의 임진왜란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다.

과연 일본 막부에 잠입한 조선통신사들이 조선침략을 막을 수 있을까?

이정도의 소개글만 봐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임진란 이후 조선과 일본은 정치는 물론 예술, 문화, 사회, 경제 들 다방면에서 교류를 이어왔다. 전쟁은 전쟁이고 침략은 침략이고 교류는 교류였다.

하지만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후 막부정치가 흔들리게 된다. 쇼군이라는 막부의 최고 수장은 어린 나이에 그 권위를 잃고 견제를 받는다. 하루 하루 자리를 지키며 아슬아슬하게 살얼음판을 걷는 쇼군.

이 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들이 당연히 발생하게 된다. 내부적으로 일본의 왕권을 탈환하려는 음모뿐만 아니라 이웃 조선을 다시 침략하려는 계략까지 내비친다.

이 과정에서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건너간 남용익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이에 함께 동행한 명준에게 도움을 받는다.

어린 쇼군을 해치려는 무리들을 찾아내고 조선침략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조선국왕(효종)의 밀서를 전달한다.

<왕의 밀서>의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이 책 줄거리속에는 첩보, 미스터리, 탐정, 사랑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나온다. 사람들과 사람, 그리고 국가와 국가, 그리고 사람의 욕망이 점철된 이념과 이념의 대립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은 이야기 흐름의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음모가 드러난다.  

이 소설속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실존인물이다. 역사적 자료를 바탐으로 허수정 작가가 각색한 팩션소설 <왕의 밀사>는 임진왜란 이후 위태로워지고 권위가 약해진 막부를 회생시키기 위해 다시 조선침략을 감행하려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아마 저자역시 역사적 자료를 이잡듯이 뒤져 그중에서 검증되고 고증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발췌해 한편의 생명력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왕의 밀사>는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과 견줄만한 소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이 책은 좀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줄거리의 짜임새과 기대 이하였다.

'일본의 조선 침략'이라는 사건을 중심에 두고 이 비참한 결과를 막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개연성과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나치게 역사적 자료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역사적 사실들만 묘사하다보니 이야기의 전개가 좀 빈약한 듯도 보인다.

350년전 일본 막부를 누비며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밀사가 있었을까? 전쟁을 막고 교류를 확대하고 양국가의 우호와 친선을 위한 그런 밀사는 있었을 것이다.

막부의 실세를 어리다는 이유로 죽이고 그 자리를 찬탈하려는 무리들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조선의 밀사가 이 책에서처럼 대단한 활약을 벌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의 소설은 그 내용이 상상가능해야하며 일어날 수있는 일을 바탕으로 한다. 아마도 걷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 수면 밑에서 열심히 발을 놀리는 백조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쟁을 막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그 당시도 많았던 모양이다.

아쉽지만 흥미로운 소설을 한 권 만났다는 느낌이다.

숱한 우리의 보물들이 외세의 침략으로 사라져버렸다.

외국에 여행을 하다가 박물관에 들르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조상들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전쟁을 일으키고 침략한 장본인이지만 철수를 할때는 우리 산하 곳곳에 있는 귀중한 것들을 약탈했다.

얼마전 국가유산 환수운동이 방송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것을 본 적이 있다. 얼마나 감격적이면서도 치를 떨었던지. 수많은 우리의 유산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힘없는 조상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은 전 2권으로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서 사라진 조선의 도서에 얽힌 비밀을 다룬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속 사건의 열쇠를 품고 있는 주요배경은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이다. 도서관에서도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지하별고.

지하별고에 도대체 어떤 고서들이 있길래 도사관장을 시작으로 주변 인물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것일까? 의문의 죽음을 통해 150여년전 벌어졌던 일들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돌아간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 신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프랑스는 함대를 이끌고 강화도를 침략한다. 불법 점령으로 약탕을 일삼다가 결국 불을 지르고 외규장각에 있는 각종 서적들을 자신의 나라로 가져간다.

그때 없어진 도서들이 도대체 어떤 도서들일까? 이는 독자들에게 주어진 궁금증이다. 역사속에서 빨간줄 몇개를 쳐가며 외웠던 책일수도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도서드일 수도 있다.

모든 살인은 흔적을 남긴다고 했던가. 살인사건을 쫓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도서의 비밀을 영원히 감춰야 한다는 어떤 세력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해전 초베스트셀러 도서에 올랐던 <다빈치코드>를 연상시키는 '게마트리아 숫자'도 등장한다.

비밀의 열쇠를 풀 암호와 같은 숫자들. 도서관과 연관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숫자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하다고 죽음을 당한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그래서 독자들에 주는 쉼표에 인색하다.

의문의 살인사건,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유산 반환협상,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별고, 그리고 의문의 숫자들이 얽히고 설켜 긴박감 넘치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또 한편으로는 이야기 자체보다는 과연 독자들이 찾아야하는 사건의 실마리는 무엇이며, 그 지하별고에 어떤 도서가 있으며, 그 도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결과에 그 도서의 행방을 알 수 있지만 거의 끝부분에 가서야 "아~"하는 탄성을 자아낸다. 이 얼마나 인색한 조자의 독자 피말리기인가?

 

저자 조완선님의 구성은 치밀하다. 역사적 고증은 물론 한국과 프랑스를 넘나드며 실감넘치는 배경과 흐름을 제공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소설 자체는 허구적인 구성일지 모르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큰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전대미문의 사건에 얽힌 주인공들이 도서를 찾기 위해, 아니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리는 이유가 바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살인사건은 바로 도서를 찾아야만 해결되고 도서는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소설의 구조때문에 독자들은 도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고, 우리 유산에 대한 소중함과 역사를 통해 잃어버린 화려했던 유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만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