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스트리트 4006번지'

어린 멕시코 소녀 에스페란자가 살고 있는 동네다.

어느 나라든지 이주민들이 몰려들면 그곳에 거주지역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한인타운이나 차이나타운이 바로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이 이주해 정착했기 때문에 붙여진 거리 이름이다. 망고스트리트 역시 멕시코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리고 이 소설 <망고 스트리트>의 배경이기도 하다.

주인공 에스페란자에 눈에 비친 망고 스트리트의 삶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주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인 신상을 조사할 때  "...저기에 살아요"라며 수줍게 대답하는 소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망고에서의 삶은 마흔 네편의 짧막한 주제를 담은 글로 이어진다.

단지 5달러로 기쁨을 만끽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멕시코 이주민들의 고단한 삶속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내 이름은 영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어로는 '글자 수가 너무 많다'는 뜻이다. 슬픔이라는 뜻도 있고 기다림이라는 뜻도 있다. 아라비아 숫자 9와 같은 느낌이 있는 흐리멍텅한 색깔을 지닌 이름이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면도하 때마다 아빠가 틀어놓는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끼는 듯한 멕시코 노래들 같은 이름이기도 하다.(19쪽) 

나무로 된 뮤직박스를 보고 신기해하고 아빠와 털달린 쥐를 무서워 하는 아이들. 구름을 보고 하느님이라는 천진난만하고 희망에 찬 아이들.

이런 모습들이 망고의 풍경이다. 하지만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등 남미이주민들의 삶은 그 자체로 차별이며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된다.

하이힐을 신고 거리에 나선 소녀들은 낯선 남자들의 시선에 놀라며 세상의 무서움과 처음 조우한다. 그녀들은 하루 몇시간 하이힐을 신고 외출한 것에 만족하며 집에 돌아와 버려진 신발을 보고 서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

새 학년이 되면서 학교 행사에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갔지만 엄마가 새신발을 사주지 않아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보일까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에스페란자. 사촌의 춤 신청을 거절한 그녀는 나초아저씨의 춤신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수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춤을 추는데...

나초아저씨는 물론 엄마 역시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가운데 사촌은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이런 삶들이 망고의 모습이다. 뭔가를 기다리는 삶이지만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샐리야, 혹시 가끔은 집으로 가시 싫을 때가 있지 않니? 혹시 말이야, 어느 날 그대로 집을 지나쳐 망고 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고 싶진 않니? 그렇게 멀리 가다 보면, 언젠가는 어느 집 앞에서 멈추게 될 것야.(151쪽) 

소설을 읽으면서 망고에서의 멕시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이주민들은 토착민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 손가락질을 당하고 심지어는 멸시를 받는다.

색안경을 끼고 선입견이 포함된 시선속에서 몇백배 더욱 노력한다. 그래야 제자리.

이 책 <망고 스트리트>는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나 특별한 일들이 아닌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잔잔한 일들을 엮어 놓았다.

한편의 연속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 잔잔한 글들이 읽는 독자들의 가슴속에 큰 여운을 남긴다. 망고에는 꿈과 사랑이 있고 힘겨운 삶의 모습들이 있다. 이들이 있기에 망고는 영원이 지속되고 아름다운 터전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네 자신의 문제에만 신경을 쓰도록 해라.

엄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불쑥 뜬금없는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부끄러움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란다. 그렇구말구. 부끄러움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하거든.

내가 왜 학교를 그만뒀는지 알고 싶니? 좋은 옷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예 옷이 없었어.

하지만 똑똑한 머리는 없었어.(163쪽)

'크로스오버 소설'이라는 장르는 생소하다.

언제부터인가 여러 분야에서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유행이 되고 유행을 쫓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지고 있다. 지금도 진행중이다.

특히 소설에서는 이 장르를 완성시키기 위해 흔하게 상상할 수 없는 소재와 거침없는 사건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 같다.

여러가지 소재와 사건이 교차하는 소설. 바로 <렘브란트의 유령>이다.

<렘브란트의 유령>에서 크로스오버 소설의 특징을 몇가지 찾아보자.

우선 런던, 암스테르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그리고 다시 런던으로 이어지는 방대한 스케일의 소설속 배경이 독자들을 앞도한다.

사실 첫장을 펼치고 읽어가면 자칫 '모험소설'이 아니가하는 상상이 든다.

주인공 핀과 빌리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매개로 사건해결을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여기서 모험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륙을 넘나드는 저자 폴 크리스토퍼의 상상력을 빗댄 말이다.

아마도 대륙을 넘나드는 배경 또한 크로스오버 소설의 요소라고 하기에 충분한 듯 보인다.

그리고 렘브란트이 그림과 주인공 핀에게 남겨진 유산을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또 주인공이 경매회사에서 고객자문일을 하는 점과 유산상속, 그리고 그림 한점.

한가지 아쉬운 것은 유산으로 남겨진 그림에 자신의 먼 친척이 살해됐다는 설정이 어쩐지 시간에 쫓겨 삽입했으며, 대륙을 넘나드는 줄거리에 가려져 개연성을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등장한다.

그림을 통해 모험을 하게 되고 그 그림속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결국 그 열쇠를 찾아낸다는 내용이 크로스오버의 중심이다. 

"이것이 바로 렘브란트가 감춰두고자 했던 거예요. 이 방 전체가 보물이었어요!"(408쪽) 

그림이 진품인가 모조품인가를 밝혀내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과 그림 속에 감춰진 비밀을 찾기 위해 괴한의 습격까지 받는 미스터리와 모험이 가미된 이야기.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고요하고 정적인 렘브란트의 작품을 소재로 했다는 점 이외에 대륙을 넘나들며 각종 사건에 휘말리는 가운데 역사, 인물, 문화 등 전반에 걸혀 해박한 지식의 창고가 되었다는 점이다.

번역자가 각주를 붙여놓기는 했지만 유럽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해적이나 국가의 역사까지 자세하게 고증하고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노력에 놀라웠다.

이 모든 것이 소설을 만든 멋진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방대한 스케일의 줄거리가 있는 반면에 쉽게 지루함이 느껴지고 이야기의 초점을 잘 잡지 못했다.

독자로서 느낀점이지만 그림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갈 이유와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넘나드는 모험에 시선이 끌리지 못하고 분산됐다.

하지만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고 렘브란트와 그림이라는 소재가 시간이 흐르면서 가슴을 마구 방망이질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