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와 배신, 진실과 거짓, 그리고 신념과 변명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내용이다.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소설 <그날 밤의 거짓말>은 앞서 말한 대립되는 감정, 행동, 말 등을 짜임새있고 긴박감을 주는 시공간적 제한을 바탕으로 했다.

사실 이 소설의 시간은 단 하루뿐으로 가장 짧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하루도 채 않되는 시간속에서 네명의 인물들이 자신의 삶을 물 흐르듯 펼쳐놓고 있다.

그리고 공간은 다음날 아침 교수형에 처해지는 곳, 바로 감옥이다. 이들은 국왕을 암살하고 정권을 전복하려는 반역죄로 모두 붙잡혀와 사형을 언도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죄수들.

개략적인 시공간을 놓고 봤을 때 어쩐지 소설이 우울하고 음울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장 한장 읽어내려가는 순간 그것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치밀하고 흥미롭고 때론 결과를 몹시 궁금해하는 미스터리 소설과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사령관과 네명의 죄수들은 게임을 한다. 무슨 게임?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음모의 배후를 밝힌다면 모두 사면하지만 모두 거부한다면 예정대로 사형에 처해지는 게임. 마치 비제로섬 게임인 '죄수의 딜레마'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약간 상황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저자 부팔리노는 이들 사이에 딜레마에 빠지게 하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시험은 피해갈 수 없게끔 교묘하게 만들어놓았다. 때문에 그 시험을 끝내고 나면 너희들은 자신의 신념이 과연 확고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배신하지 않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배신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기는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마음에서 자신의 소심한 신념을 떠들어대며 남들이 보는 가운데 영웅심을 자랑하는 게 아니다."(41쪽)

특히 소설의 구성도 독특하다.

앞서 말했듯이 어떻게 감옥안에서 네명의 인물들을 놓고 하루동안 펼쳐지는 사건으로 책 한권을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바로 네명의 죄수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그들이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를 액자구성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까 크게 네명에 대한 소개와 과거의 행적이 나온다. 왜 그런 구성을 취했을까? 바로 죄수의 딜레마라는 재미를 위해서이다.

이미 네명의 면모를 알려주고 독자들에게 과연 누가 배후를 밝힐 것인지 아니면 모두 밝힐 것인지 아무도 밝히지 않을 것인지 상상하고 결정하라는 몫이다.

저자는 죄수의 딜레마에 독자들을 초대했다.

그들 모두는 하나 하나 인격체이고 희망과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교수부터 학생까지 존재의 이유를 다양하게 하는 설정이다.

또 등장인물을 묘사하면서 나오는 그들의 말과 생각에 대한 놀라운 저자의 상상력과 해박한 지식이다.

무슨 말이냐면 그들 개개인은 모두 다른 성격과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의식과 사상은 물론 목적의식이 모두 다르다. 아니 국왕암살이라는 목적만 빼고는.

성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네. 날이 갈수록 내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대화를 하기 힘들어진다는 걸 깨달았지......(중략)......옷이 우아하다거나 말씨가 세련되었다는 칭찬을 들으면 웃으며 얼굴을 붉히곤 했지만 살갗 밑으로 어떤 불쾌감이 들었어......(중략)......단지 의심의 무기력한 파편들로 굳어지는 듯했지. '헌데 난......' '만일......' '그래, 하지만......'하는 식으로 말이야.(109쪽) 

그리고 저자가 설정한 죽음이냐 삶이냐에 대한 생각을 등장인물을 빌어 묘사한점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소설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면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회고가 독자들을 탐정으로 만들고 심지어는 소설의 저자로 만든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말이다.

무엇보다 '상호텍스트성'이라고 묘사하는 인용문이 많이 등장한다.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찬사를 보낸다. 파스칼, 만조니, 발자크,스탕달 등 유명인물들의 인용들에 주를 붙이면서, 저자가 문체 영역에서 그 인용들을끌어와 어떻게 새롭게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애석한 건 하나도 없네. 다만 나의 머리가 떨어지면서 동생의 머리도 떨어질 거란 사실이 애석할 뿐이야. 한 가지 위안이 있는데 그건 하나지만 둘로 나뉘어 있던 것이 죽으면서 다시 하나로 결합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네.(138쪽) 

죽음에 대한 초연한 자세, 거짓과 정의냐 신념이냐 배신이냐의 기로에 선 죄수들. 우리가 바로 이런 갈림길에서 항상 고민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인지 저자의 인강성에 대한 고찰은 뛰어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부팔리노의 연금술사 같은 화려한 묘사에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동물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게 해 줄지 모르겠다.

서평, 그날밤의거짓말, 부팔리노, 이레, 띵글땡글

문화와 인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것을 통틀어 말할 수 있는 영역인 듯 싶다.

그만큼 광범위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지정되거나 정의된 영역이 아닐 수 있다. 그럼 문화와 인류를 합친 개념, 즉 문화인류학은 어떤 학문일까?

사실 생소한 분야이기 하지만 관심가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 책 <문화의 패턴>은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의 작품으로 인류의 문화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

특히 저자의 인류의 대한 역사 이외에 여러부족을 비교연구하고 삶을 체험하면서 문화인류학을 좀 더 구체적으로 틀을 잡았다고 느꼈다.

관습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우리는 문화인류학에 접근한다. 전통적 관습은 아주 구체적 행동의 집적이다.(30쪽)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 모든 제도를 어떤 종교적 집단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봤다. 아마도 원시종교의 영향을 받아 그런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여지면 현대 사회의 문화도 종교적 집단의 형태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는 듯 하다. 모든 제도는 그것이 어떤 종교적 집단(이 갈등하는 집단들 사이의 차이는 미미한 뿐인데도)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것이 되어버렸다.(39쪽)

이쯤에서 문화에 대한 다양성과 통일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문화인류학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면서 서로 각기 다른 문화의 다양성과 이면에 있는 통일성-동일성과는 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 놓고 있다.

문화의 특징이 언어의 특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언어학이 무수하게 많은 소리들 중 어떤 것들만을 선택하여 활용 음소로 삼는 것처럼 문화도 인간의 연령대, 자연환경, 인간의 활동 등 다양한 관심사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스펙트럼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여 패턴을 형성한다. 다시 말해 어떤 문화의 정체성이란 바로 이 스펙트럼의 어떤 부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문화는 생물학적 지리적으로 다양하며 심지어 부족들마다 저마다의 문화패턴을 가지고 있다. 서양문명에서의 전쟁은 이런 다른 문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양문명속의 전쟁은 문화적 특징이 잘못 발달하면 얼마나 파괴적인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이다.(70쪽) 가령 쿠르나이 족은 여동생과의 결혼을 지나치게 혐오하여 분류적 친족제도를 아주 극단적으로 준수했다. 그러니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은 세대에 속하는 모든 여자들이 여동생(혹은 누나)으로 인정되어 결혼을 금지했다.(72쪽)

문화적 특징들의 다양한 조합 가능성은 무한하고 그래서 적절한 사회질서는 이런 다양성의 기반 위에서 무차별적으로 구축될 수 있다.

문화의 통일성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저마다 무분별한 문화의 부작용을 설명한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그 문화의 패턴을 이루는 기저는 같은 동일선상에서 봐야할 것이다. 그런 행동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통합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생각과 행동의 패턴에 어떤 지속적 일괄성을 지니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뽑아온 행동 양태를 가지고 설명했을 경우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그 결과 그들의 논의는 기계적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비슷한 게 되어버렸다. 가령 오른쪽 눈은 피지 부족에게서 가져오고 왼쪽 눈은 유럽 부족에게서 한쪽 다리는 티에라 델 푸에고에서 다른쪽 다리는 타히티에서 그리고 손가락과 발가락은 다른 지역에서 가져와 인공적 사람을 만들어놓고는 이게 원시부족의 구성원이라고 내세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93쪽)

이 책에서 우리들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세 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 저자는 한 부족과 몇년을 함께하면서 그들의 삶을 그대로 관찰하고 연구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과 통일성, 나아가 문화와 인류에 대한 연구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뉴멕시코 푸에블로 부족의 주니족은 과잉을 불신하고 권력과 폭력을 경멸하고 인간과 우주의 하나됨을 인정한다. 결국 텃밭의 증가와 부족의 번성도 다산의 일부로 여기며 협동했다.

반면 도부족은 악의와 배신을 미덕으로 여겼으며, 전통적인 적개심인 내부에 깔려있는 부족이었다. 특히 소유권의 지독한 배타성을 가지고 있었다.

종자 얌의 상속 소유권이 배타적으로 드러나 얌의 계통은 수수 내의 혈통 못지 않게 확실하게 지켜져 내려오는 전통이다. 아내와 남편의 텃밭은 분리되어 있다. 결국 체면치례, 웃음없는 삶, 그리고 살인 투쟁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문화의 패턴으로 자리잡은 부족이었다.

콰키우틀족은 식인회가 있었으며 경제적 전쟁을 통해 모든 콰키우틀 부족이 꾀하는 목적은 경쟁자보다는 자기 자신이 우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결혼만이 특권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가장 명예롭게 여겨지는 수단은 권리의 소유자를 죽이는 일이었다. 상대방을 죽인 남자는 그의 이름, 춤, 장식깃을 얻었다.(308쪽)

문화는 인성의 확대하는 말이 있다. 문화인류학에서는 사유재산을 섹스와 거의 같은 수준의 본능으로 간주한다. 이 사유재산을 두고 벌어지는 인간관계가 도부는 적대적 관계, 콰키우틀은 거래적 관계, 주니 족은 협동적 관계를 보여준다.

사실 인류, 그리고 문화에 대해서는 역사와 지리를 통해 접했다. 인류와 문화를 접목시킨 학문에는 사실 낯설다. 그만큼 아는 지식이 부족하고 그 깊이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일 수 있다.

문화의 패턴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이 시점의 문화의 출발점이고 그런 패턴의 양상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요즘 북한은 영변 원자로 냉각수를 파괴하고 정치는 물론 사회, 문화 국제사회에 서서히 문을 열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남북정상회담을 열면서 한민족이지만 안타깝게 분단된 정상이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지 않아 냉냉한 관계로 환원되가고 이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국내 여간첩 사건 등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한반도의 긴장이 또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가지 의미를 줄 수 있는 책 한권이 출간됐다.

바로 이 소설 <끝 그리고 시작>이다.

이 소설의 장르는 미스터리이면서 모험소설이라고 봐도 좋다.

주인공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의문의 인물에 대한 과거를 그려나가는 내용이다.

표제에서 '그 후 아무도 북을 말하지 않았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왜 이런 문구를 사용했는지 좀 의아했다.

남과 북의 역사적 이데올로기와 주변열강과의 관계라는 배경속에서 이루어지는 줄거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믓 다른 내용이었다.

첫 부분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주인공의 인적사항이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사건에 대한 재판이 벌어지는 장면이 리얼하고 자세해 꼭 공판장에 있는 방청객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의문의 주인공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장면은 항공기 납치와 비밀요원의 탈출기가 이어진다.

소설의 대부분이 이 장면이다. 국내에서 미밀첩보업무를 담당하는 주인공. 그 주인공이 타고 있는 항공기가 납치된다. 북한은 이 항공기에 주인공이 타고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잡힌 주인공은 온갖 고문을 이겨내고 탈출을 시도한다.  

이쯤이 대강의 줄거리다.

이 소설 <끝 그리고 시작>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저자 김명조 작가의 해박한 법률지식과 대북관련 정보력이다. 요즘은 누구나 관심만 가지면 북한에 대한 상황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소설속에서 나오는 자세한 표현과 묘사는 전문가 수준이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다.

마치 정권이 바뀌면서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때맞춰 나온 소설의 느낌처럼 말이다.

하루 옥수수가루 300그램, 옥수수 알갱이 서른알 등 북한에 대한 서민의 삶이 조금은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그러면서 고문에 대한 묘사는 지나치게 사실적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일색이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는 실화같은 소설이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사건 자체에 대한 구성이나 프레임, 짜임새가 치밀하기 보다는 지나친 북에 대한 묘사가 살짝 거슬렸다.

하지만 오랜시간 고민한 저자의 노력은 돋보인다. 남과 북의 해빙무드를 타고 벌어진 신구정책에서 희생된 주인공.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 말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남과 북의 이념의 갈등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 같다.

시작과 끝이 아닌 끝과 시작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가 융합되고 사상을 넘어선 하나된 민족을 다시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