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퍼런 군부독재 역사속에서  간첩, 고첩, 반공 등 위태로운 안보상황을 만들어 그들의 체제를 유지시켰다.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에 소련과 미국이라는 외세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우리는 분단이 되었다. 그리고 분단속에서 정부수립이 이뤄졌으며 그 혼란을 틈다 정권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이 싸움이 유치의 극에 달했다.

이 틈을 타 박정희 소장은 구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는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후진국 농촌경제에서 탈피하기 위한 온갖노력과 국민들의 피고름 짜내는 고통과 힘겨운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항상 남과 북의 분단현실을 이용해 반공 방첩과 멸공정신을 각급 학교에서 교육시켰으며, 북한은 적이라는 의식을 심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자신들의 정권이 필요하다는 정당성과 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간첩단 사건을 만들어냈다. 득이양양 간첩을 잡았다고 하며 언론에 대서특필하는가 하면 빨갱이를 때려잡았다는 웃지못할 성과에 대해 자화자찬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역사속으로 선각자들은 하나 둘 죽어갔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부끄럽고 힘겨운 역사다.

신영복 선생의 <청구회 추억>은 통일혁명당 사건(이하 통혁당 또는 통혁당 사건)으로 20년간 장기복역하면서 집필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삽입된 글이다. 이후 선생은 이 부분을 따로 발췌해 지금의 책으로 재탄생시켰다.  

<청구회 추억>은 신영복 선생이 통혁당 사건으로 감옥에 가기전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신 선생은 중학교 아이들과 여대생, 그리고 육사생도 등을 십수명을 주축으로 문학 및 문화동아리인 '청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부는 통혁당 사건을 조작해 저자를 검거했으며 이 과정에서 청맥회, 학사주점 등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문화 및 문학단체를 북한의 남한 통일혁명 거점으로 활용했다고 모함했다. 저자는 이 사건을 통해 20년의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당시 중학교 학생들은 물론 여대생과 육사생도들과도 모두 연락이 두절됐다. 지금은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다.

이 책 <청구회 추억>은 저자의 1966년 이른 봄으로부터 시작되는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진 지극히 개인적인 산문이다.

'1966년 이른 봄철 서울대학교 문학회의 초대를 받고 회원 20여 명과 함께 서오릉으로 한나절의 답청 놀이에 섞이게 되었다'고 시작된다.

우연한 기회에 서오릉 답청을 가서 만난 당돌한 중학생들과 만나게된다. 그리고 꼭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인사를 나누고 그들은 주기적으로 만나기로 약속한다. 저자는 이 때 아이들을 위해 책을 갖다주기도 하고 한번 모일 때 100원씩 모아 나중에 책을 선물하거나 문학회에 필요한 곳에 사용키로 하고 정식 조직을 탄생시킨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사건들을 중심으로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을 옥중에서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며 어렵게 집필했다.  

우리는 모두 추억을 가지고 산다.

그 추억이 아름답고 기쁜것일 수 도 있지만 기억하기 조차 싫을 수도 있다. 어쨋든 우리들이 경험한 모든 것은 머리속에 그리고 가슴에 남겨진다. 언제 어느때 남겨진 것들을 꺼내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저자 역시 억울한 간첩단 사건으로 인해 옥중에서 고초를 겪으며 하루 하루 힘겨운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았던 세월이 있었다. 그 추억속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청구회의 추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추억으로 이루어진 삶의  필름을 가지고 있다. 

의식적으로 삶의 필름을 선별한다. 아름답고 기쁨 추억만을. 그렇다고 모든 추억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만나는 곳은 언제나 현재의 길목이기 때문이며, 과거의 현재에 대한 위력은 현재가 재구성하는 과거의 의미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추억은 옛 친구의 변한 얼굴처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이 추억의 생환이란 사실을 나중에 깨닫기도 한다.

생각하면 명멸하는 추억의 미로속에서 영위되는 우리의 삶 역시 이윽고 또 하나의 추억으로 묻혀간다. 그러나 우리는 추억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추억은 화석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추억을 새롭게 만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27-128쪽)  

역사속에서 희생된 우리들 선각자들이 있기에 이만큼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피로 그들의 생명으로 이어온 우리의 민주주의는 점점 흔들리고 있다. 공안정국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다. 억울하게 죽은 역사속 선각자들은 이제 말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의 추억을 우리들과 공유하기를 희망하며 서슬퍼런 군부독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