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제목이다.

과연 "똥친 막대기는 무슨 뜻이야?"라고 자문했다. 왜 저자는 우리가 쉽게 말로 내뱉지 못하는 '똥'과 막대기를 묶었을지 궁금했다.

소설을 전체 쪽 중 삼분의 이를 읽어내려갈 쯤 똥을 치우는 막대기라는 의미임을 알았다.  엄마나무에서 꺾여져 똥까지 치우게 되는 어린 가지 이야기다.

특히 소설에 그림까지 곁들이면서 어릴적 읽었던 동화책을 연상케 한다.

소설의 배경은 햇살이 따뜻한 아침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이다.

이 양지마을에는 20년 동안 자란 백양나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2년 전 백양나무의 옹이에서 곁가지로 태어난 어린 가지다. 곧 막대기가 되겠지만......

소설은 어린나무가지가 꺽이면서 이리저리 쓸모있게 사용되는 막대기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나의 호소는 그래서 공허할 수밖에 없었고, 박씨의 억센 손아귀는 일 같잖게 나는 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내 아랫도리는 면도날로 날려 버린 듯 매섭게 잘려 나갔습니다. 나무라 해서 고통을 모르는 줄 알았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24쪽) 

이 소설은 막대기가 주인공이며, 주인공 옆에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시골 소녀, 울보소녀 재희가 있다.

막대기는 자기를 괴롭히는 동네 오빠들로부터 자시을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었고, 개구리를 잡는 낚시대가 되어 하마터면 익사할 뻔 했다.

바가지 머리를 하고-그림에서 유추했을 때-팽하고 삐지며 우는 소녀. 재희는 우리들의 어린시절을 대신하고 우리의 동심을 자극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여기에 막대기는 소를 모는데 필요한 나무가 되기도 하고 재희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때리는 회초리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한폭의 시골풍경이고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마지막으로 막대기는 재희네 화장실 안에 들어가 똥을 휘젓는 막대기가 된다.  

그동안 나는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백양나무 곁가지였다가 암소 엉덩이와 재희의 종아리를 때리는 회초리로 변신했습니다. 그런가하면 하룻밤 사이에 똥친 막대기가 되어 측간에 갇혔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 모두는 부질없는 것들이었습니다.(142쪽)

막대기는 옹이에서 자라 앞으로 큰 새들의 보금자리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으며, 무럭무럭 자라 그 위용을 과시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무가지의 꿈은 사라지고 막대기로 전락한다.

아마 저자 김주영님은 나무와 소녀를 등장시켜 우리의 인생을 보여주려 했다.  

분수에 넘치는 욕심은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더욱 부대끼고 시달려 지레 죽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허리가 싹둑 잘려나가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상책이었습니다.(156쪽) 

우리는 스스로 자신만의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 그것이 부러질지 몰라 불안해 한다. 그래서 그 버팀목을 지키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것이 바로 삶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삶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

백양나무에서 부러져 땅에 내려온 막대기는 소녀 재희를 만나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리고 한 그루의 나무를 꿈꾸며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저자는 바로 우리들의 추억속에 있는 하찮은 막대기 하나의 영혼을 불어넣었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막대기에 생명력을 심어주었다.

우리가 그렇게 혐오하고 더러워하는 똥에 자신의 몸을 담그는 막대기를 통해 추억과 삶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똥친막대기, 김주영, 그림소설, 비채, 강산

잔치가 벌어졌다.

작은 마을 위현리. 그곳에 보건진료소 준공식이 치러진다.

초겨울 아침바람처럼 서늘하고 매서운 느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소설 <아웃>은 작은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의 저 밑바닥에 깔려 있는 본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인 위현리 주민들은 모두 나이든 노인들이 대부분이며, 그들은 칠십평생 삶의 끈을 유지해온 호락호락하다는 이유호락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도 알력과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저자는 아마도 이 부분에 신경썼을 것이라 짐작한다.

저자는 한 시골 마음을 중심으로 그곳 사람들과 세태풍속을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차원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잔잔하게 진행된다.

굴곡이 그다지 심하지 않고 큰 사건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하지만 잔잔하고 시골스런 느낌의 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도 말했듯이 마음사람들끼리 알력과 다툼이 있다.

그 중심은 바로 위현리 보건진료소가 있다.

마을의 어른인 세 할머니들은 억척스럽으면서도 오랫동안 마을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대접을 받아야 하고 모든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크다. 여기에 비유되는 보건진료소장은 외부인이다.

저자 역시 그랬지만 토착민과 이방인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왜 소설의 제목을 ’아웃’이라고 했는지 계속 읽다보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보건진료소장은 지우라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자폐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 밥 먹는 것, 산책하는 것, 대화하는 것 등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 
사회에 홀로 나가 적응하기 힘든 지우는 바로 권력의 다툼속에서 혼란에 빠진 우리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 직책을 감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방인이라는 한계에 직면한다.

결국 자폐는 보건진료소장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주변에서만 머물러 있게 된다.

 

이 소설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농촌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닌 인간의 공격적인 본성이 잘 나타나있다.

그리고 토착민과 이방인의 갈등이 찻잔속의 폭풍처럼 위태위태하게 진행된다. 인간이 얼마나 치졸하고 잔인한지 보여준다. 그래서 일부는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자폐다. 인간과 인간의 갈들이 빚어낸 것이 인간사회에서 소외되는 인간이 양산된다.

2008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인 <아웃> 은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인간’에 대해 고뇌한 흔적이 돋보인다.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소외시키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수작이다.

아웃, 문학수첩, 주영선, 소설

사춘기시절 본 영화는 나이를 먹어도 머리와 가슴속에 남는다.

가족들과 아니면 친구들과 봤던 영화속 주인공은 현실속에서 내가 된다.

쭈뼛쭈뼛대며 두리번 두리번 나이에 볼 수 없는 영화를 보던 그 순간 곧 어른이 된 기분으로 스크린에 몰입했으며, 친구들 앞에서 영화를 봤다면 너스레를 떨었다.

이것이 바로 사춘기 시절 영화에 대한 기억이다. 수많은 영화속 주인공들이 있었으며, 지금은 중년배우가 되어 원숙미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화같은 삶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영화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가공의 영역이다. 소설처럼 말이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내용이지만 약간은 과장되었지만 인간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내용 일색이다.

이 소설 <영화처럼>은 재일교포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이다. 저나는 이 책속에서 ’태양은 가득히’, ’정무문’,’프랭키와 자니’,’페일 라이더’,’사랑의 샘’ 등 모두 5편의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태양은 가득히’에서는 영화를 즐겨보던 재일교포 나와 용일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속 큰 틀은 부모가 없는 주인공이다. 조선학교와 일본학교에 진학하면서 친했던 둘 사이가 멀어지고 급기야 연락마저 두절된다. 그러면서 두 주인공은 어릴적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밤새 이야기 나누던 때를 상상한다. 영화는 곧 삶이 된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 우린 재일 조선인도, 재일 한국이도, 미국인도 아닌 다른 인간이 될 수 있지. 그러니까 음, 이런거야. 불이 꺼지면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또 어떤 등장인물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감이 우리의 머리와 몸 속에서 점점 부풀잖아. 그러다 불이 완전히 꺼지면 ’팡!’ 하고 터져버리지. 그때 우리란 인간도 함께 터져서 없어지고, 어둠 그 자체가 되는 거야. 그다음은 스크린에 비치는 빛에 동화되면 그만이지. 그럼 우린 스크린 속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이 될 수 있어. 개똥 같은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극장의 어둠 속에 있을 때는 신나고 가슴이 설레는 것 아닐까? 어때 네 생각은?"(31쪽) 

정무문은 개발 비리사업을 우연히 알게된 한 가장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연히 그 아내는 실의에 빠지고 커다란 삶의 의미 하나를 잃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아픔이 치유되고 남편없는 주인공의 삶을 다시 되찾아간다는 내용이다.

결국 우연히 비리를 알게되고 그 비리를 폭로하는 댓가로 죽음을 맞이하는 한 가족의 가장, 그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실의에 빠져 자신의 삶도 피폐하고 죽음으로 내몰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본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늘이 정해준 역할......그렇다고 순순히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 

"싫든 좋든 사람에게는 하늘이 정해 준 역할이라는 게 있는 거야."이것은 죽음을 결심한 남편이 내게 정해 준 인위적인 역할일까? 아니면 우연을 가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하늘이 정해 준 역할? 어느 쪽이든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해진 일이니. 내게는 순순히 따라야 할 의무 따위는 없다. 어떻게 할지 그 결정권은 내게 있다.(149쪽) 

영화 다섯편은 그 줄거리를 중심으로 또 다른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어릴적 보았던 영화를 잠시 떠올릴 수도 있고 마치 자신이 영화속 주인공인양 무한 상상을 할 수 있다. 독자들을 구원한다고 표현한 책 소개글 처럼 정의, 로맨스, 복수, 우정, 그리고 웃음과 감동이 씨줄날줄처럼 얽혀 있다.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는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통찰이다.  재일교포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저자는 그런 혼란을 다섯편의 영화로 다소 희석시킨 듯 하다. 결국 그에게 있어 다섯편의 영화와 이 책 <영화처럼>은 혼란을 해결해주는 마법의 열쇠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책은 사춘기시절로 독자를 되돌려주고 삶이 여러가지 면모를 생각하게 만든다.  

엄마 아빠가 이혼한 후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아빠가 없었던 것처럼 유를 대했다. 신경을 써주는 건 알겠지만 멋대로 아빠란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모두의 기억에서 아빠가 사라지면 유는 누구와도 아빠 얘기를 나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가메만은 "스티브 매킨도 아빠가 없었대"라고 말해 주었다.(274쪽)

영화처럼, 가네시로가즈키, 김난주, 북폴리오,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