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자율화 세대의 시작으로 검은색 모자와 교복, 그리고 국방색 비닐로 된 가방은 추억속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모자와 가방은 자율화되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의 위상문제를 고려한 감각적인 교복을 입게 되었고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는 수고를 덜며 교련복과 교복을 번갈아 입으며 옷자랑에 시간낭비하지 않아도되는 고교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이 책 <머저리클럽>의 저자 최인호 선생과는 한 세대 이상의 차이를 보여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또 <머저리클럽>에 나오는 추억의 사진첩 역시 공감과 옛이야기 사이를 넘나드는 것들 이었다.

친구들끼리 모여 학교 학생회와 정식으로 인가받은 동아리외에 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죽이 맞느다며 만들어낸 클럽. 그당시만 해도 써클이라는 말 대신에 동아리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할 때였다.

확실한 명칭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이 우정을 과시하고 힘을 과시하고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뭉치는 것이라는 본능적인 생각이 떼거지로 몰려다니게 했는지 모른다.

이 소설 역시 영구, 동혁, 전학 온 영민, 동순, 문수, 그리고 철수 등 여섯명의 악동들이 모여 만든 '머저리클럽'을 그대로 제목으로 따왔다.

이쯤이면 이들의 활약상과 소중한 기억의 사진들이 주요 뼈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왕성할 고등학생 시절 주변 아는 여학교 학생을 하나 하나 열거하며 어떻해서든지 인연을 만들려는 그들의 순수하고 때묻지 않는 행동들.

결국 이야기는 이들 머저리클럽 여섯 맴버들과 주변 여학교 '샛별클럽' 과의 만남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요즘처럼 휴대폰이나 게임이다 아니면 메일이나 인터넷, 메신저 등 교류수단이 없었던 시절 편지 한통에 시를 적어 보내 애틋한 감정을 표현했고 전화를 걸라치면 부모들 모르게 밖으로 나가 몇십분씩 기다리며 공중전화를 하는 시대였다. 나름대로 로맨틱하고 낭만이 있었다는 생각이든다.

지금 만약 며칠동안 휴대폰이 없고 메일을 보낼 수 없고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애틋한 애정행각은 물론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할 것이다.

바로 최인호 선생의 학창시절과 독자의 시절이 공통점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친구간의 우정, 이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스승에 대한 존경, 부모에 대한 안타까운 연민의 감정들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소설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면 이렇다.

돈이 모자라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는 일쯤은 벌써부터 예삿일이다. 큰 사건으로 여길 수 있지만 급하다면 가능한 일이다. 나도 대학 때 학생증에게 참 못할일을 많이 했다. 학생증과 나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다.

또 이성간의 감정에 있어서도 우정과 사랑이냐는 갈림길이 이들의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았을 때 우정이라며 대신 편지를 전해주고 말을 해주는 그런 친절하고 용맹스러운 행동들.

<머저리클럽>에서는 여섯 악동들이 새볏클럽 여학생들과의 애정이 한편의 시를 적어 넣은 편지로 줄곧 이어지고 있다.

그 다음으로 가출이다.

공부에 대한 부담, 그리고 아리따운 여학생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며 세상이 날 버렸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이 세상에서 나는 역시 혼자야!"라며 가출을 감행한다. 가출에 대한 유혹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아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사람들도 있다. 학생이건 직장인이거 한 가정의 가장이건 자식이건 부모건간에 지금 있는 공간에서 뛰쳐나와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는 본능.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봉사활동과 저들끼리의 유흥이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책을 읽으면서 성탄절 병원을 돌며 송가를 부르고 어려운 이웃을 방문해 축복의 성가를 부르며 구주 오심을 기뻐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또 고아원과 양로원을 방문해 웃으며 때론 측은한 표정으로 봉사를 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저자 최인호 선생 역시 어렴풋 떠오르는 추억을 가슴속에 묻어두다가 이 소설을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에 알려준 것이다.

짜증나고 힘들었던 순간들은 이미 시간 저편의 묶은 된장처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남은 시간속에서 한 줌 한 줌 퍼 담으며 맛있는 된장찌게로 만들어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픔과 슬픔으로 점철되었거나 기쁨과 애틋함으로 남아있거나 스스로의 추억은 소중하고 앞날의 목숨을 부지하는 거름이 될 것이다.

<머저리클럽>을 통해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날들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보았다. 그래서 인지 나의 악동 때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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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고 치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어린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 같다.

성장소설이라고 하지만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이 세상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바로 바바라 오코너의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다.

이 소설속에는 두 아이 조지나와 그의 동생 토비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들이다.

책 몇장 정도 읽어가면 우선 왜 제목이 개를 훔치는 방법인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

도지나와 토비는 엄마와 함께 차안에서 먹고 자고 볼일을 보고-볼일은 화장실에서 보지만 집처럼 차안에서 생활함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사용-씻고 공부하고 그리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니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아버지의 빈자리를 걱정할 틈도 없이 하루 24시간 생활을 한다.

그럼 독자들은 왜 차인가? 왜 집을 구하지 않지? 어린아이들도 있는데? 홀연히 사라진 아버지는 이들 가족들에게 유리병속에 1달러짜리 지폐 한장과 25센트 동정 3개만을 남겨두었다. 엄마는 하루 하루 불안감에 휩쌓여 직장생활-세탁소-을 한다. 집 보증금을 모으기 위해 몇푼 않되는 돈을 모으고 그렇기 때문에 한창 먹고 뛰어놀고 공부해야할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최소한 수준이다.

엄마의 푸념에 조지나는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 수 있을까 궁리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개'가 등장한다.

어느날 읽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에서 500달러라는 글귀가 조지나를 사로잡았다. 읽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으로 500달러를 준다고?

조지나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가슴이 벅찼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이것이 소설의 대강의 줄거리다. 결국 돈을 벌어 집 보증금에 보태기 위해 개를 훔치는 조지나와 동생 토비. 

성장소설이 모두 그렇겠지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역시 재미와 웃음속에 잔잔한 감동이 있다. 몇가지 짚어본다면 이렇다.

우선 툭치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줄거리의 맑고 깨끗함이다. 활자문학으로 소설이 아니었다면 드라마영역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어린아이 두명이 엄마를 돕기 위해 집 보증금을 마련한다는 설정이 참 재미있다. 결코 유쾌하기만 한 내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읽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읽어버린 개를 찾기 보다 자신들이 잃어버린 개를 만들자는 발칙한 발상이 참 흥미롭다.

다음으로 성장소설 답게 개를 훔치는 일은 쉽지 않으며 왜 개를 훔쳐야 하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또 남에 것을 훔치고 그것을 이용해 영리를 취하려는 못된 일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기준을 일찌감치 설정해 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혹시 도덕교과서가 아닐까 착각까지 들 정도다. 

마지막으로 짧막한 글들이 호흡을 짧게 해주고 이야기의 흐름을 빠르게 해줘 읽는 독자들에게 지루함을 줄 틈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장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글쓰기 방법이 240여쪽에 내내 이어지면서 흥미로운 책 한권이 되었다.

살아간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

보통 우리는 살아갈 날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모든 생활이 집중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조지나와 토비는 그렇게 바라던 집을 구했다. 이 역시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자신의 꿈은 이뤄진다는 좀 뻔한 결론이고 유치한 내용이지만 사실인 것이다.

이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자신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메세지를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마도 어른들에게도 해당될지 모르겠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미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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