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세계에서 어떤 존재이며 왜 살아가는 것일까?

존재의 이유와 존재의 목적이 '삶'으로 투영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는 모두 '걸어다니는 시체'일 뿐이다.

움직이고 말하는 등의 무조건반사를 할 뿐 생각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일게다.

즉, 존재의 이유와 삶의 목적에 대한 냉정한 판단은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된다.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라고 부르는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는 자신의 첫번째 작품 <조서>에서 복잡한 인간의 구조를 한 젊은 주인공을 통해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 나와 너, 우리라는 둘레를 형성하고 가족, 연인, 부부, 친구, 나아가 학교, 사회, 국가 등 관계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 공동체는 또한 앞선 화두처럼 어떤 존재이며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르 클레지오는 이 작품에서 '아담 폴로'라는 주인공 남자를 내세운다. 아담 폴로는 창세기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폴론을 연상시킨다.

사실 책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는 주인공은 한 마디로 답답하다. 소통이 없다. 꽉 막혀있다. 그리고 정신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그가 소통하는 사람은 오직 미셀이라는 여자. 그 여자와 대화하고 그 여자와 삶에 대해 논한다. 또 그 여자에게 자신의 치부는 물론 모든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제목과 함께 눈에 띄는 부제는 '정신병원 또는 군대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르 클레지오는 '정신병원', '탈영'이라는 극단적인 부정의 단어를 사용했고 혹시 모른다는 의문을 둬 독자들과 책의 거리를 둠으로서 호기심을 발동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남자의 이야기, 즉 세상과 단절돼 홀로 살아가는 아담 폴로.

그가 선택한 삶은 서구 문명에 대해 비판하는 주인공이다. 그는 먹고 살기위한 최소한 말과 행동으로 자신과 세상에 유리벽을 만든다.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보이지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소통의 부재.

그럼으로써 인가존재의 순수한 근원이 무엇인지 말하려는 이상스러운 주인공 아담 폴로.

아마 저자는 세상에 찌든 우리 인간들의 뇌구조를 신뢰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세상과의 단절만이 인간성의 재발견을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진 듯 하다.

저자는 분면 그의 처녀작 <조서>를 통해 세상을 구조적으로 비판한다. 그는 한 남자를 선택해 그에게 세상과 단절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세상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 가공의 한 남자를 통해 대신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적이고 사실에 바탕을 둔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가 바라보는 이 세계는 소통과 회귀로 귀결된다.

조서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조사한 사실을 적은 문서' 또는 '소송절차의 경과 및 내용을 공증하기 위해 법원 또는 그 밖의 기관이 작성하는 문서'를 의미한다.

'조사한 사실'은 주인공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다. 그리고 '문서'는 바로 그의 행동이다.

결국 저자는 주인공 아담 폴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사실을 그대로 이 책에 옮겨 놓았다. 아마도 인간에 대해 많은 관찰과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형식의 파괴다. 아니 형식을 파괴했다기 보다는 기존의 소설이 취하고 있는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형식적인 모습에서 탈피했다.

이유는 바로 책의 독특한 형식이다.

바로 논리적 연결없이 길게 이어지는 대화, 중간중간 삭제된 행들, 신문 기사들의 삽입, 찢어진 광고지 등이 책에 삽입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도 지나치게 딱딱하고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에서 오른 지루함을 잊게 하려는 배려뿐만 아니라 그것 역시 현실적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의도다.

내용은 있는 그대로의 삶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벌어지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답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모를 일이다.

그의 글쓰기의 세련됨은 물론 우리들의 영원한 과제인 '인간에 대한 고찰'이 잘 드러나있다. 그래서 처녀작에 그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영혼에 대한 자세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조서, 민음사, 르클레지오, 서평, 띵글땡글

전쟁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상황을 만든다. 전쟁의 끔찍한 결과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잃는 것들에 대해 실감하지 못한다.

특히 전쟁은 노약자, 여성, 아이들에게 있어 인간이하의 경험을 하게 만들고 폭행, 강간, 살인 등의 희생양이 되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문학작품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 전쟁의 상황속에서 이뤄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이뤄질 수 없다는 설정은 끝내 죽음으로 결별을 하는 경우도 있고 살아서 만나지 못하는 아픈 상황도 그려진다.

전쟁과 사랑은우리 내부에 침전되어 있는 감수성을 긁어 올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페인 저자 루이스 레안테의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는 70년대 중반 서부사하라의 내전 과정에서 남녀의 얽히고설킨 인연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가 소설을 읽으면서 밝혀지고 더운 여름 갈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중반과 2000년대를 오가는 20년이란 시간속의 공간이다. 

주인공 몬세랏 캄브라는 항상 마음 한구석에 소식을 알지 못하고 죽은줄로만 알고 있는 산티아고 산 로망을 가슴에 품고 지내는 산타크레유 병원의 의사다.

그는 20여년전 서부사하라 내전 당시 인연을 맺고 사랑을 나눴던 그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죽은 줄로만 알고 하루 하루 그리움으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는 그의 마음은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몸부림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의 존재가 단지 궁금했던 것일 수 있다.

또 하나 이들의 애틋한 러브라인에서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은 산티아고의 동료병사 라자예르와 그의 여동생 안디아다.

라자예르는 산티아고 옆에서 그와 함께 힘든시기를 함께 보내고 전쟁중에도 서로 힘이되어주는 그런 존재였다. 또 그의 동생 안디아는 몬세(몬세랏 캄브라)와 산티아고의 사랑 사이에서 또 한명의 사랑의 존재로 등장한다. 결국 산티아고의 아이를 임신한 몬세는 우여곡절끝에 유산하고 사하라내전의 소용돌이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꾸린다.

이 쯤 등장하는 인물을 비롯해 20여년이 지난 당시 아야흐 바쉬르를 찾는 몬세. 그리고 그의 부인 마미아 셀레크가 죽으면서 남긴 사진 한장을 발견한 그녀는 유품을 그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비밀이 밝혀진다. 안디아는 마미아 셀레크의 이모였다.  

이런 과정에서 그들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 전쟁 중에서 마음을 둘 수 없는 인간들의 외로움에 대한 현실적인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소설의 주무대는 1976년 2월까지 서부사하라 지역을 통치해 왔던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통치기간이 종료되면서 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모로코와 전쟁을 하게 된다. 바로 서부사하라 내전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 과정에서 내전을 통해 안타깝게도 만날 수 없는 운명의 남녀를 중심으로 한 소설이 바로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다. 

12월 초순의 냉기와 습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전화선 너머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중략)......"나예요, 산티."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오후 내내 전화했어요.""지금 나에게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려고 전화한 거예요?"......(중략)......문세, 남은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떠난다는 말을 하려고 전화했어요. 난 사라고사로 가요. 집으로 소장이 왔어요. 모레 입대해요."......(중략)......"부모님에게 말씀드렸어요?" "우리 부모님이요? 뭘 말씀드려요?" "아이요! 젠장, 우리 아이 말이에요!"......(중략)......"난 다른 여자와 키스한 적 없어요." "정말 거짓말쟁이군요." "그 여잔 그냥 친구일 뿐이에요."......(중략)......"아이는 내 아이에요. 알아들었어요? 내 아이라고요. 그러니 나를 알았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아이도 잊어버리고, 모든 걸 다 지워버려요."(109쪽) 

이런 이별의 순간 모네와 산티아고는 이별을 이미 예감한 듯 서로에 대한 감정을 솔직히 고백한다.

이후 전선으로 가게되는 산티라고는 전선에서의 적응에 힘겨워한다. 잠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면 스페인은 주민투표를 실시해 서부사하라 지역을 귀속키로 한 상태였지만 모로코와 모리타니아간 비밀 협상을 통해 서부 사하라의 3분의 2는 모로코가, 나머지는 모리타니아 영토로 각각 통치키로 했다.

이런 비밀스러운 야욕에 지난 73년 창설된 폴리사리오 인민해방전선을 중심으로 서부사하라 독립운동을 전개해 결국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SADR) 수립을 선언한다.

이에 대해 모로코는 폴리사리오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고, 폴리사리오는 알제리 지원하에 모로코와 모리타니아를 공격하게 된다. 몇년간의 전쟁 끝에 모리타니아는 1979년 8월 폴리사리오측과 협정을 체결, 영유권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래, 물론 사라하 부족 사람들은 나쁘게 말하지 않겠지. 자기네가 거기에 사니까. 그 사람들이 날마다 시위한다는 얘기 너도 들었지? 모조리 폴리사리오 병에라도 걸린 것 같다니까. 얼마 전에도 트럭 운전사 둘이 압치 되었다잖아. 아기에이마트 얘기 알지? 우리쪽 병사도 숱하게 죽였다던데.(114쪽)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점은 우선 성격이 다른 등장인물이 다수 등장해 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삶이 곧 줄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스페인, 모로코, 알제리 등이 관계된 사하라내전 당시로 설정하고 있어 소설의 줄거리를 더욱 의미있게 심각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 루이스 레안테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역량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속죄> 등 전쟁을 다룬 주제의 소설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지금 이 장편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감동이 새롭게 느껴진다. 알지 못했던 사하라내전에 대한 관심과 함께 몰랐던 저자를 처음 만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