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선(子午線)은 방향과 시간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선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큰 구(球)라고 생각하고 그 구를 십이간지로 나누면 남과 북점의 기준점이 생긴다. 이 기준점을 남과 북을 연결해보면 자오선이 나온다.

이 선은 방향과 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에 고대부터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처럼 자오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큰 의미를 가진다. 자오선은 무엇인가에 항상 기준이되는 선을 말한다.  

고맥 매카시의 《핏빛 자오선》은 미국과 멕시코의 영토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의 인간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18500년대 미국은 멕시코 영토로 이주하면서 멕시코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그들을 내 쫓게 된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는 미국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전쟁을 비롯해 구테타, 인디언의 반란 등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인 용병을 고용하지만 잔혹한 인디언(카란카와스 인디언) 대신 일반사람이나 멕시코인을 죽이고 벗신 머리가죽으로 돈을 버는 현상이 만연해진다. 

일반인들은 이런 혼란속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기의식속에 살아가고 국경문제는 해결되기는 커녕 이 지역은 미국의 영토확장 야욕이 그대로 전달되는 장으로 전락됐다.  

이런 핏빛으로 물든 자오선-이 소설속에서 말하는 자오선은 아마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말하고 있다-에 한 소년이 등장한다. 이 소년은 이름도 없고 출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업다. 단지 소년이다. 소년은 목적없는 여행을 떠난다. 끝도 시작도 없는 그런 여행을.저자코맥 매카시는 이 소년의 멀고 험난한 여행을 통해 핏빛으로 물든 자오선을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머리가죽을 벗기는 사람들의 모습, 죽고 죽이는 잔인한 현장, 서로 이웃들끼로 믿지 못하는 매말라가는 사람들을 투명시켰다. 소년의 시각에서 이런 상황들을 본 것은 아니다. 단지 당시 미국의 영토확장 야욕으로 죽어가는 멕시코인들의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지. 미국인이 외국 놈에 맞서 피 흘리며 지켜 낸 땅을 포기하기 싫지? 내 말 명심하게. 겁쟁이들이 후방의 워싱턴에 숨어 있는 동안 자네나 나처럼 조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미국인들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멕시코는 언젠가 유럽 깃발로 뒤덮이게 될 걸세, 내 말은 소노라만이 아니라 멕시코 전체에서 말이야. 먼로선언을 하면 뭐 하나.(55쪽) 

소설 《핏빛 자오선》에서 코맥매카시는 미국의 잔인함을 그대로 표현한다. 팍스 아메리카는 이제 없으며 그 전에도 팍스 아메리카는 경제를 쥐어잡고 흔들려는 미국의 야심에서 나온 말이며, 그들의 검은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200년도 채 안되는 자국의 역사를 대단한 것인양 포장하는 미국의 양심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멕시코 현지인들을 내쫓고 그들의 땅을 세운 지금도 미국과 멕시코의 영토분쟁을 끝난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 가슴속에서는 응어리져 있다.

전쟁을 종결 짓는 과달루페 히달고조약 (Guadalupe Hidalgo). 이 조약이 1848년 수립됐되면서 미국인들은 아주 드 넓은 영토를 얻는다. 이런 영토확장이 있기 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피는 그 영토의 뿌리깊은 거름이 되었으며, 비옥한 땅을 만드는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오랜시간동안 저자 코맥 매카시는 이 책 《핏빛 자오선》을 집필하면서 많은 자료를 찾고 그 자료들을 분석해 작품에 녹아 내었다. 그래서 더욱 현실감이 있는 것은 사실적인 요소들이 많다. 역자는 이 소설을 번역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처음에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 봤을 때 번역이 힘든 것이 아니라 한줄 한줄에 담긴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썰렁하고 황량한 사막에 죽은 듯 보이는 앙상한 나무 한그루, 그 나무를 시작으로 핏빛이 되어가는 사막을 보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잔인함의 이면에 있는 인간성의 상실과 인간의 고통을 저자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든 방향과 시간의 기준이 되는 자오선. 물론 미국과 멕시코가 이 모든 것에 기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많고 많은 미국의 침략야욕과 살인행위에 대해 고통과 슬픔의 역사가 시작되는 미국의 역사의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핏빛 자오선》는 많은 의미를 두고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중국 교과서에는 만리장성이 황해도까지 나 있다고 한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의 근거는 진나라 때 만리장성이 낙랑군 수성현에서 시작된다는 진서라는 책을 근거로 한다. 눈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역사의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짓이다.

문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머물지 않는다. 낙랑군 수성현이 황해도 수안이라고 주장하는 국내 학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이런 역사왜곡과도 일맥상통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처럼 <왜곡된 역사-잃어버린 나라 고조선>의 저자(조승완)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쓴 책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과연 중국의 동북공정이 왜 이리도 거세고 괴씸할 정도로 그 수위를 높이는가? 잘못된 학설이나 잘못된 주장을 가지고 있는 국내 일부 학자들이 이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이는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다. 특히 고구려는 물론 고조선, 낙랑국 등 몇천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 민족의 영토에 대한 잘못된 오류를 수정하고 현재 조선조자치주, 요동, 심지어 요서까지 우리 땅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뒤받침해 줄 주장을 한다.

중국 한나라에 패배한 위만조선이 우리 민족의 시조라는 식민사관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한 민족의 뿌리를 찾기란 세대가 바뀔수록 더 여러워진다.   

이 책 <왜곡된 역사>의 내용을 대강 살펴보자면 우선 장수왕과 동천왕이 등장하고 평양천도에 대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과연 평양이 지금의 대동강 유역이냐 아니면 요동지역이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다. 평양천도와 북진정책의 연결고리를 만든다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또 진번군, 낙랑군, 임둔군, 요동군의 위치를 통해 우리 영토확장의 결과를 다시 쓰게 된다.

세형동검의 예를 들어 위만조선은 요동에 있었으며, 비파형동검을 통해 고조선은 요서지역까지 각각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럼 장수왕 이전의 고구려 수도는 평양이었다는 사실이 왜 중요할까? 또 그 평양이 현재 북한의 수도가 아니라는 점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어의없는 주장이며, 더 나아가 중국의 영토가 우리 민족의 땅이었다는 증거다.  

즉, 동천왕이 천도한 평양과 장수왕이 천도한 평양은 같은 곳이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장수왕은 수도인 대동강 평야이 백제의 침공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는 반면 요동지역은 전란에서 벗어난 안전한 지역이기에 요동지역으로 수도를 옮긴 것이며, 이는 남하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북서쪽으로의 영토 확장과 외교적 성과에 의한 것이다. 장수왕은 남하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 대륙쪽으로 영토를 넓힌 북진정책의 결과로 수도를 요동지역으로 옮겼던 것이다. 

각종 기록을 보면 고조선은 한반도를 비롯해 만주, 요동과 요서까지 차지한 대제국이었다. 요동지역에 자리한 위만조선은 고조선 세력의 서쪽 변방에 불과한 지역이다. 앞서도 위만조선의 우리의 시조라는 식민사관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순간이다.

지금의 만주지역에 위치한 부여, 졸본부 등도 고조선의 원류라는 사실 또한 신빙성이 크다.

다시 반복하면 장수왕이 수도를 요동지역으로 옮긴 배경은 수도였던 대동강 유역 평양이 백제의 침공을 받는 위태로운 상황이 되풀이되는 반면 요동지력으로는 요서지역 북연까지 속국 형태로 두었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국내 학계는 고구려 영토가 요하까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고구려는 분명히 요서지역까지 차지하고 있음을 우리는 <삼국사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진실이 여러가지 기록에 남아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던 교과서는 누구의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눈도 똑같이 따라가기 마련이다.

저자의 주장은 현재 교과서를 비롯한 국내 학계의 통설과는 매우 상반된다. 아니 정면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내 학계는 진실을 알려주는 사서 기록을 모두 부정한다. 학계 통설은 낙랑군이 평양이라는 잘못된 전제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사실과 진실은 분명히 결론지어져 있다. 그 사실과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그렇다면 기록과 유물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이런 역사의 진실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어수선한 틈을 타 이웃나라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허를 찌르고 있다. 읽어버린 역사를 찾기란 지금 세계 이곳 저곳에 있는 우리의 유산을 찾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바로 보는 것과 함께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이 책 <왜곡된 역사-잃어버린 나라 고조선>는 역사의 왜곡된 곡선을 바로 잡고 민족의 역사에 최소한 관심정도는 필요한 시기다.  

왜곡된역사, 조승완, 어드북스

물건에는 혼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처럼 의사표현하지 못하는 사물이라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느끼며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후세대 우리 부모님들을 보면 항상 근검절약 생활이 몸에 베어있고 하찮은 종이조각 하나라도 버리는 법이 없다.

이면지 사용은 그때 비하면 사치다. 그때는 이면지뿐만 아니라 더 쓸수 없을 정도의 공간이 남으면 화장실에서 쓰든 아니면 난로에 불을 지피는 용도로 사용했다.  

사람과 사물의 교감은 참 어렵다. 화랑을 찾아 그림감상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자동차를 내가 키우는 애견마냥 닦고 쓰다듬고 심지어는 대화까지 하며 애지중지한다. 이 모두가 사람이 아닌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어주는 행위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바다를 훔은 유리구슬>은 실제 존재하는 보닛버스(BX341)를 수리하고 버스박물관에 있는 이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는 사물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처음에 아무런 생각없이 책을 읽다보니 버스가 말을 했다. 저자는 버스를 의인화해 생명을 불어넣어 말까지 시켰다.  

"아주 오래된 것이나 사람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것에는 '혼'이 머무르게 된단다. 그래서 너도 그렇게 '살아' 있는 거란다."(21쪽) 

아주 오래된 것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사물에는 혼이 머문다고 한다. 아마 일본에서는 특히 더 이런 생각들이 전통이나 문화처럼 사리잡고 있는 모양이다. 이 버스가 마지막운행을 끝내고 박물관에 자리잡을 즈음 일년에 걸친 수리와 개조작업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이 과정에서 보닛버스는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한다. 전체 줄거리를 살펴보면 그렇다.

조그만 마음에서 사람들의 운송수단으로 이용되었던 버스가 주인의 사정으로 인해 박물관으로 가게되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수리를 받는다. 그리고 그 화려했던 시절의 모습을 찾은 보닛버스는 그 어느 자동차나 트럭, 버스보다 화려한 부활을 한다. 옛것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영상이 떠오르며 가족이나 연인보다 더 애정을 쏟을 준비를 마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애착이라고 부르고 돈벌이와 취미의 경계를 혼돈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낡은 차를 고치는 것은 돈벌이가 아니라 취미 같은 것입니다. 그런 차에는 감정이 있어서 이쪽도 자연스럽게 애착이 생기죠. 그래서 작업은 힘들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129쪽) 

그럼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는 왜 이 소설을 썼을까? 단순히 보닛버스 매니아를 자청했을까 아니면 그 역시도 버스 한대에 혼을 심어주려고 했을까?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 감정은 내가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인간의 의사소통은 자유롭다. 그리고 그 수단은 바로 움직인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찾아간다.

또 나에게 찾아오기를 바라면 온갖 의미있는 말과 행동을 한다.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처럼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은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그러니까 보닛버스 역시 인간은 아니다. 사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버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으며 심지어 혼이 있다는 설정을 했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소설은 아니지만 다른 소설과 달리 사물에 생명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독특한 발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버스에는 사람을 웃게 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에너지가 담겨 있어요. 그렇게 중요한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 단지 낡은 것이라는 이유로 방치해두거나 버리거나 하느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요. 할머니의 얼굴을 보세요."

"정말로 행복해 보이네요……" 미소를 띠며 중얼거리더니 살짝 코 밑에 손가락을 대었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중요한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184쪽) 

우리는 모두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 좁은 어미의 배속이 답답해 세상과 울음으로 조우했을 때 우리는 이미 가치라는 것과 맞닥뜨린다. 서서히 몸과 마음이 자라면서 그에 걸맞는 가치를 가지게 된다. 원숙한 인간으로 성장했을 때에 이미 가치관이 자신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 버리고 온갖 가치관들이 어우러져 국가가 되고 사회가 되고 조직이 되고 가족이 되고 우리가 된다.

또한 그 속에서 영원한 화두인 행복하기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역시 이 소설 <바다를 품은 유리구슬>에 나오는 보닛버스를 통해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움직일 수 없지만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권리,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나름대로 행복의 가치를 깨닫는 방법의 발견,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생명의 소중함, 이 모든 것이 버스 한대로 승화됐다.

조금 전 깨달은 행복하게 살아가기의 방법이 무엇인지 책장을 넘기면서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 나는 조금 전 깨달았던 것이다.

물건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나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끼는'것은 가능하다. 그것은 명백한 현실이며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가운데에서 찾아낼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깨달으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일상에 있는 작은 행복을 하나라도 많이 '깨달으며' 하루하루의 행복을 음미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만이 내가 물건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단 하나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다.(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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