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대화와 행동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면 살아간다.

아마 마음의 표현은 인간이라면 갖는 특권이고 사회라는 구조체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사랑과 고독은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며, 훤히 비추는 종이의 양면과도 같다. 사랑을 하면 그림자처럼 항상 뒤따라 오는 고독, 고독의 이면에는 사랑을 갈구하는 몸짓, 이들의 유기적인 관계속에서 사람들은 관계를 맺어간다.

그렇다면 말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다면 사랑과 고독을 어떤 방법으로 관계를 맺을까? 요시다 슈이치는 이런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통해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사랑과 고독의 관계를 규정코자 한다.

인파와 소음, 그리고 이 개념과 반대되는 고독과 고요함을 남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묘사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사랑을 말해줘》는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작가 순페이와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여자 교코가 만남, 소통, 이해, 갈등, 화해 등의 시간적인 관계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남자주인공은 전쟁, 테러, 시위와 집회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일들을 취재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그의 주변에는 시끄러운 소음, 혼란스런 상황, 매일같이 분초를 다투는 편집과 방송, 시시각각 변하는 일의 방향에 맞춰 생활한다.

이런 생활속에서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만나면서 휴식을 취하고 안식처를 만들려고 하지만 역시 격렬한 섹스 후에 허무함이 밀려오는 공포감에 휩쌓인다. 

여자친구와의 만남도 자신이 쉴 자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루 하루 마감의 압박속에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정보를 캐기위해 며칠씩 해외에 나가 잠복을 하거나 조용히 기다리거나 하는 생활의 연속을 참으며 살아간다.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여자친구와의 만남에서도 안식처를 찾지 못하는 불쌍한 영혼. 

이런 남자주인공과는 달리 여자주인공은 세상에 존재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살아가는 여자다.

혼란과 혼돈속에서도 세상과 단절된 자신을 두려워하거나 숨기려하지 않는 존재의 여자다. 마치 액자속 그림처럼 평생 소리 없는 세계에서 살아왔다는 표현이 맞다.

전혀다른 두사람 사이에서 사랑을 말하는 방식은 메모장이다. 이 메모는 둘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입모양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그리고 말하기 어려운 마음은 글로 표현한다. 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이들에게 한계는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글이 단절성, 그리고 복잡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부족한 글, 표현하려고 하는 시간적 제약이 이 둘의 소통을 가로 막는다. 책속에서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나 있다.  

'미안해. 여기서 함께 살 자신이 없어. 살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아직은 돌아갈 장소가 있으니까 여기 있을 수 있는 기분이 들어. 나에게 이곳이 돌아갈 장소로 변할 때까지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메모에는 작은 글씨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중략)......"알았어."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알았어. 기대릴께.'.....(중략)......고백하자면, 나는 그때 표정을 들키는 게 두려웠다. 나 자신은 진심으로 함께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도, 거기에, 등 돌린 얼굴에 안도의 빛이 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희한한 감각이었다. 슬프면서도 마음이 놓였다. 마음이 놓이면서도 함께 살 수 없다는 게 슬펐다.(86-87쪽) 

짧은 메모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감정을 나누고 대화하는 이 둘 사이에 사랑은 바로 항상 넘칠 것 같지만 넘치지 않는 안타깝고 부족한 마음이다.

남자가 다가서면 여자는 한발 물러선다. 그리고 여자가 다가서면 남자는 항상 그자리에 없다. 기다림속에서 누구에게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는 이 둘사이에는 짧은 몇마디 적은 메모가 존재할 뿐이다. 말로 넘쳐나고 자신의 감정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정화하려는 이기적인 현대인들 사이에서 이들은 진정 사랑을 말해달라는 갈구를 읽게 된다. 이는 저자 요시다 슈이치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 알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폭파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중략)......무슨 일이 어떻게 되어갈 줄 알면서도, 낙관적인 마음 쪽을 믿고, 소리를 높이지 않은 것은 누구인가.(165쪽)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남녀는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할 수 없고 글을 쓰고 싶어도 글을 쓸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힌다.

소음, 혼돈, 혼란속에서 살아온 남자와 고요, 정적에서 살아온 여자. 이 둘 사이에서 사랑은 바로 짧은 글귀가 적힌 메모이며, 비로소 남자는 여자의 표현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여자 또한 남자의 이런 삶을 받아들인다.

결국 사랑은 화해로 다시 표현된다는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파올료 코엘료의 또 다른 명작.

흡사 괴테의 <파우스트>를 연상케 하는 책이다.

악마와 미스프랭의 밀고 당기는 내기, 이방인과 마을 사람들 사이의 재물을 놓고 인간 본성을 가늠하는 이야기가

흡사 파우스트를 생각나게 했다.  

이름모를 낯선 이방인에게 경계심을 품은 마을 사람들은 "왜 이방인이 금괴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왔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의아해 한다.

아주 조그만 시골(베스코스)의 순박한 사람들은 이방인 보다는 금괴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

이방인과 금괴, 그리고 미스프랭(샹탈), 여기에 281명의 마을 사람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시작된다.  

이방인 한마디 툭 "내가 알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이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천국인지 아니면 지옥인지"라며

신의 계명에 대한 내기가 출발한다.  

이방인은 또 샹탈과의 대화에서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당신을 비롯해서 모두 선량하오. 나는 당신에게 금전적 독립을

가져다 줄 금을 보여주었소. 그 금괴만 있으면 세상을 돌아다니며 꿈꾸던 것을 실컷 해볼 수 있을 거요. 금괴는

계속 거리 묻혀 있을거요. 당신은 거것이 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소. 하지만 탐이 난다면 훔쳐갈 수도 있겠지. 그러면

당신은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기는 셈이오" 

결국 샹탈은 이방인의 집요한 유혹을 뿌리쳤지만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죄를 사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다.

그 희생은 베르타 할머니였다.  

마을 사람들 중 누구를 희생하면 자신들의 죄를 치유할 수 있고 신의 계명을 어기지 않는다고 믿지만 결론은

아니다.

어디에도 계명을 어기는 사람들은 없다.

이방인은 불의의 사고로 자신의 부인과 자식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사람이 아닌 신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그래서 신의 계명, 신의 능력을 부인하기 위해 엄청난 계획을 꾸미게 된 것이다.  

"나는 악마를 데리고 지상을 배회하는 인간이오. 악마를 받아들이거나 영원히 쫓아버리기 위해 나는 몇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하오."

이방인은 답을 얻었을까? 

작가 코엘료는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가족의 죽음)을 통해 신은 죽었다, 신은 없다, 신의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이방은은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신을 시험하려 했던 이방인은 곧 우리들이며, 결국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신을 만들고 자신을 만들고

스스로의 싸움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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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고 상대를 움직이는 <말의 트릭>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는데 과연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유혹적인 대화법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느꼈으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던 대화의 기술들이 잘 정리됐다.

무엇보다 4개의 큰 틀에서 95가지의 대화의 기술-말의 트릭을 정리해 놔 우선 부담 없이 읽었으며,

모두 기억하지는 못해도 이해하기 쉬웠다.

“이렇게 하면 나를 지키고 상대를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하고 “왜 이런 상황에서 난 이렇게

대처했을까?”라는 아쉬움도 남았다.

처음에 ‘예의 바른 말’을 쓰는 사람은 그것을 역이용해 다음에 이어질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심리학에서는 ‘초두효과’라고 한다.

즉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전반적인 인상에 더욱 강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흔히 백화점 쇼핑을 가서 물건을 구매하면 직원은 “배달해드릴까요, 아니면 직접 가지고 가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면 10명 중에 7명은 “감사합니다. 제가 그냥 가져가죠”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손님을 쥐락펴락 하는 말의 기술인가!

‘우연’을 특별히 강조하는 사람, 즉 우연, 드물게 등의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운명적인 만남을 빌미로 경계심을

풀려는 것이다.

운명과 우연에 약한 현대인의 심리를 잘 이용한 말의 트릭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흔히 겪게 되는 비난과 공동전선, 제3자를 공동의 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은 같이 적을 넘어뜨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대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싫거나 경계하던 상대일지라도 상대방과 공동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묘하게 친근감을 갖게 된다.

100% 동감이다. 일시적일지 몰라도 이런 상황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일단 공통된 부분을 알면 상대방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동료감, 공동체 의식, 공공의 적 등은 동료의식과 같은 종류의 심리라는 부분이 이해된다.

호칭혁명이라?

우물쭈물하는 대화, 특히 호칭을 썼을 때 평가절하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자꾸 들으면 마음의 장벽이 무너져 상대방과 자신이 한결 친밀한 관계가 된 것으로

착각한다.

소니의 창시자인 이부카씨는 부장, 과장이라는 직책을 버리고 전 사원에게 이름을 부르게 했다고 한다.

그 후 소니는 가전업계의 선두 주자로 급성장했다.

그 원동력이 바로 호칭혁명에 있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상대방의 심리를 간파해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고 비즈니스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지침서로 충분하다.

모든 관계가 이렇게 심리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을 기분나쁘지 않게

예의를 지켜가며 말의 트릭을 이용한다면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오늘날 고도로 다변화되고 분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하는 명제에

부담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를 위해 상대방에게 좀더 효율적으로 이해시키고 그 이해를 토대로 자신의 편을 만들어 나가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렇든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고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위한

말의 트릭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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