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흐르는 물도 어느 산골짜기 이름 모를 곳에서 시작해 망망대해 바다를 이루는데 우리의 삶 역시 이런 그것과 같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시작이 중요하고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사람들마다 시작이 정말 힘들기도 하지만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 시작은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타트 신드롬'(Start Syndrome)은 바로 시작의 어려움을 두고 나온 심리학적인 병리현상이다. 사실 병적인 문제로 치부하기는 무리가 따르지만 이같은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온 분석의 결과다.

모 정신과 원장으로 있는 저자(김진세)는 행복한 시작을 위한 심리학으로 <스타트 신드롬>을 펴냈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세상에 시작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요소를 포함해 메세지를 전달한다.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용기내어 '예스(YES)'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밝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는 이 책 <스타트 신드롬>에서 실제 상담했던 사례들이나 상담대상자들을 그대로 등장시켜 성격(Personality Start Syndrome), 사랑(Love Start Syndrome), 관계(Relationship Start Syndrome), 일(Work Start Syndrome) 등 네 부분의 시작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했다.

잠시 내용을 살펴보자면 성격부문에서는 소심, 꼼꼼, 의존, 남탓, 의욕과다 등 시작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성격을 밝히고 각각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사랑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으며, 실제 사랑하는 연인들이나 부부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헤어진 사랑에 집착해 새로운 사랑을 하지 못하는 '스칼렛러브증후군', 사랑의 친밀감-애착-이성의 단계, 우울성격(depressive personality)에 의한 귀차니즘, 마초맨, 피터팬, 마마보이, 온달장군, 그리고 한니발 렉터와 같은 나쁜남자에 대한 잘못된 환상, 콩깍지 증후군 등 다양한 사랑의 시작에 대한 신드롬을 설명한다.

이쯤 읽으면 책 속의 주인공이 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밖에 관계와 일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특히 '브르키오사우르스의 죽음'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온다. 덩치가 너무 커서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일컫어 이렇게 말한다.

과연 사회, 경제, 정치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정까지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던 '리셋증후군'도 등장한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인 듯 보인다.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어리석은 병리현상. 

이 책의 대강의 내용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성인다. 자신감이 없어서 일 수도 있고 원래 성격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결과를 책임지기 부담스러워 하는 마음이 가장 큰 걸림돌이며, 소심하고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성격도 한 몫한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시작신드롬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양 착각에 빠져 시간이 흐를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심지어는 우울증, 대인기피증, 혐오증 같은 신종 병리현상에 고통을 받는다.

정신과 전문의사의 자격으로 저자는 이런 병리현상에 대한 예방차원이 아니라 인간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 책 <스타트 신드롬>을 집필한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판단해본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이십오년전의 시간들. 빛바랜 사진처럼 누가 누구인지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하기 힘든 그런 모습이다.

당시 국민학교로 불렀던 시절, 4학년의 모습은 운동회, 소풍, 특별활동, 친구들과 놀기로 일년을 보냈던 것 같다.

특활활동으로 물감을 팔레트에 풀어 '무찌르자 공산당', '꺼진불도 다시보자' 등의 포스터 표어를 생각해내고 무조건 공산당은 두더지로 묘사했던 그 시간이 떠오른다.

한 세대를 거친 나이를 먹은 지금 그 시절은 추억과 함께 타는 목마름을 씻어줄 단비와 같은 시간이다.

추억속에 묻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현실속에 그때 그시절을 끼워 넣는 것으로 충분한다. 한번 보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며 그런 시간은 현재 재 몫을 할뿐이다.  

이런 추억의 여행은 시게마츠 기요시의 <휘파람 반장>을 읽으면서 더욱 간절해지고 애틋해졌으며, 잠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지나치게 복잡하고 혼란스런 세상에서 위안을 얻는다.

이 책 <휘파람 반장>은  츠요시와 남자아이 같은 이름의 여자아이 마코토의 4학년 일년동안의 학창시절을 다룬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뭐 성장소설이라고 이름을 부친 이유는 특별히 없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고 그때 그시절 우리는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동심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기 때문에 임의로 명명해봤다.

새학기가 되고 전학생이 오면 어디에서 왔는지 공부는 잘했는지 외모는 어떤지 키는 큰지 성격은 좋은지 등등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친구가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절친이 되기도 하고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 그때 당연히 치러야할 홍역과도 같은 순서다.

츠요시와 마코토는 금방 친해진다. 왜냐하면 둘의 아버지는 어릴적부터 단짝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학온 마코토는 자발적으로 반장이 되겠다고 하고 그런 마코토를 보면서 츠요시는 당돌하지만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호감을 갖는다. 또 얼음공주파의 츠보네 레이카와 신경전을 벌이다가 이내 친구가 되고 껌딱지단-6학년 상급생-의 괴롭힘을 혼자서 막아내는 당돌함을 보이기도 한다. 학교에서 영웅이되고 힘약한 아이들의 우상이 된다.  

이쯤에서 소설의 줄거리를 접는다. 우리들이 흔히 경험했던 소소한 일상이 이어진다.

괴롭고 힘들때면 휘파람을 부는 마코토. 아버지가 사고로 일찍 돌아가신 마코토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휘파람을 불며 달랜다.

슬픔은 좋아함과 연결된다는 츠요시 아버지의 말은 츠요시에게 빗물에 물들어 아련한 흔적과 내음으로 다가오는 기억이 된다.

서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슬프지도 않는다는 말.

그래서 자신이 키우던 멍이라는 개가 세상을 떠날때 그렇게 슬프고 외로운 것은 바로 마코토가 전학을 가고 소식이 끊어졌을 때 츠요시의 기분과 같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들 가슴속에 남아있는 추억은 언제일지 모르는 재회를 향해 솟아있는 지향이 된다.

시게마츠 기요시는 어른이 된 지금 츠요시가 아직도 마코토를 잊지 못하고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주인공을 우리들에게 소개시킨다. 홀연 사라지지는 않았을까 염려됐던 어린시절 추억을 찾은 느낌이다.

죽음에 대한 많은 해석을 놓고 우리는 '철학적 사고'의 좋은 의제를 만났다며 진지함을 유지한다.

생과 사를 한줄의 인생여정으로 놓는다면 팽팽한 긴장감으로 어느 순간 끊어지지 않으며, 자연도태될때까지 이어가길 희망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죽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언어적 영역을 꼭 마주쳐야 한다고 말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자신의 2005년 소설 <죽음의 중지>에서 역시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책 첫머리에 인용하며 읽는 독자들에게 뭔가 하나라도 발견하길 기대한다.  

<죽음의 중지>는 제목과 같이 죽음을 주제로 한다. 인생여정과 자연도태처럼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인 유한성을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책에서 거부했다. 즉, 죽음이 멈췄다.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엄청난(?) 명제로 책을 시작한다. 인생여정, 자연도태와 마찬가지로 죽음은 삶의 규칙이다. 거부할 수 없고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법칙.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명제는 절대적인 모순을 이루는 사실이 한순간 거부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그럼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왜 죽음을 중지시켰을까?

법칙을 그대로 수용하고 변화를 거부하고 싫어하며, 현재 있는 그대로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인간의 최대 덕목이라는 진리를 흔들어 놓으려고 했다. 일순간 당연시 여겨왔던 죽음이 멈춘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이런 모습들을 책속에서 한없이 즐기고 있다.

책 처음부분에 죽음이 멈춘 도시의 풍경을 설명한다.

다소 마침표, 쉼표, 인용문 등이 없이 책을 써 내려간 저자의 독특한 서술기법을 감안한다면 어느 한 부분 놓칠 수 없다. 아마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죽음의 중지로 묘사되는 직업들. 장의사, 노인요양보호소, 보험설계사가 차례로 등장한다.

우선 죽음이 중지된다면 장의사는 소의 말하는 사라지는 직업이 된다. 어릴적 집집마다 일명 '푸세식 변소'의 변을 치우는 직업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또 아이스박스에 '아이스캐키'를 담아 골목골목 누비며 판매하는 상인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다.

죽음이 사라진다면 장의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큰 혼란이지만 장묘의 개념도 사라질 것이고 죽음을 걱정하지 않아 삶의 방식도 변화된다. 즉, 모든 것이 변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인요양보호소는 어떨까? 죽음을 피할 수 있지만 노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죽어야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 요양보호소는 활성화될 것이다. 죽음과 노화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험설계사 역시 자연도태된다. 왜냐하면 보험사의 존재원인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험에 가입했지만 죽지 않는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최대의 이윤을 낼 수 있는 기회겠다. 허나 죽음을 생각지 않는다면 보험도 들 필요가 없다.

중반부에서 후반부에 이어지면서 마흔아홉에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첼리스트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쉰살을 맞는다.  

이쯤에서 저자는 왜 죽음을 중지시켰을까? 또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죽음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혼란이며 스트레스며 고민의 실체다. 죽음을 회피할 수 있으며 진시황의 불로장생초처럼 무슨 수를 써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죽음의 중지, 즉 영원한 생명을 갈구한다.

하지만 과연 죽음이 사라진다고 우리들의 삶은 긍정적으로 변할 것인가? 죽음의 중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삶의 규칙을 깨주고 행복을 유도할 것인가?

주제 사라마구는 이런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놓고 자신은 글쓰기의 즐거움을 향유한다. 그것이 바로 저자를 부정할 수 없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이지만 심각한 고민의 증거다.

죽음과 삶의 관계에서 인간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방식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