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속의 사건들이 내면에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경험했다.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미술작품, 그리고 책을 통해 역사의 다양성을 발견한다.

또 실록뿐만 아니라 사료를 통해 인물을 다시 조명하고 그 인물을 둘러싼 사건들을 재해석하는 노력이 과감하게 시도된다.

정조대왕, 세종대왕, 광개토대왕, 주몽 등은 재해석 대상의 단골손님들이다.

가물거리는 역사교과서를 생각해보면 효종은 몇줄 안되는 짧은 기술로 기억할 것이다.

바로 효종의 북벌정책.

짧은 제위기간에서 비운의 운명을 맞이했던 효종은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속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못한다. 짧은 제위기간도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조명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효종의 독살사건을 중심으로 한 음모를 큰 맥락으로 새로운 개념의 역사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효종의 총>이다.  

제성욱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서울 사대문을 오랜시간 발품을 팔아가며 그의 흔적을 쫓았다. 실록이나 사료를 바탕으로 수백권의 자료를 분석하며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려 했고, 실제 인물들의 모습을 최대한 그려내려고 했다.

이 소설은 몇가지 점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우선 장편소설의 줄거리는 인시부터 축시까지, 즉 새벽 3시에서 다음날 3시까지 하루로 공간을 제한했다. 공간의 제한은 줄거리의 속도감을 빠르게 한다. 또 의도적으로 짜임새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인다. 독자들에게는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구성이다.

다음으로 효종이 왜 북벌론을 주창하며 고집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면 역사서가 되겠지만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고리 형태의 구성을 통해 설명한다.

책속에서 조총부대가 나온다. 조총부대는 청나라는 물론 러시아군대를 대파하는 전과를 올린다. 이는 이웃 청나라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왕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세종대왕의 신기전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효종의 북벌론과 함께 네덜란드인 하멜이 등장한다. 이는 <하멜표류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당시 화란인과 청 사이의 어떤 모의가 있었으며, 그런 음모는 당시 조선왕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책장을 넘기면 당시 사대문안의 상황이 간략한 지도로 그려져 있다. 혜정교라는 다리 밑에서 사체가 발견되면서 주인공인 윤민호 종사관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과정이 빠르게 전개된다.

책에서도 잠시 소개했듯이 효조의 독살에는 음모가 있다. 여타 다른 조선왕조의 임금과는 달리 효종은 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고 실제 그렇게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왕권이 약했으며, 지지기반 세력도 없었던 효종은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죽음을 맞이한다.  

제성욱 작가의 <효종의 총>은 우리의 머리속에서 가물가물했던 당시 효종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그래서 소설자체를 평가하기 이전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고증의 과정은 인고의 과정이라고 한다. 객관적인 사실을 찾아야 하고 주관적 생각은 배제해야 있는 그대로를 땅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역사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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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를 표방했던 김영삼 정권은 군부독재시절을 단절하고 최초로 문민대통령에 당선됐다.

'신한국창조'라는 슬로건으로 국가를 운영하려했던 그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통합을 거부하고 3당합당을 통해 대통령 선거에 단일 후보로 출마하는 떡고물을 받았다.

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황석영 선생은 방북을 했다. 3년간 체류하다가 93년 정권이 바뀌면서 김영삼 정부 시절 바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99년까지 복역했다. 

언론이나 방송,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3년간의 방북생활이 작품활동에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좀더 고민하고 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리얼리즘을 살릴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아마 그의 방북생활을 알 수 있는 작품이라면 개인적으로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작품의 제목을 보고 뭔가 민족적인 문제를 화제거리로 생각했지만 막상 한장 한장 넘겼을 때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민족의 아픈 흔적인 남북전쟁과 분단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현실이고 안타까운 역사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민족의 비극'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허나 남과 북, 좌와 우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분단의 현실을 위로하려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았다.

바로 이 작품에서 황석영 선생은 좌와 우, 남과 북, 자본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을 넘어서 종교와 이념의 괴리를 낱낱히 보여준다.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왔던 200여년전 종교와 비종교에 따라 갈등과 비극이 싹트였을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아니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교과서 역시 그런 우리들의 욕구에 맞춰 축소 검정된 것이다.  

작품의 화자를 두 주인공 류요한과 류요섭 형제로 생각해보자. 이들은 황해도를 고향으로 둔 실향민으로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념의 갈등을 피해 쫓기다시피 한 불쌍한 분단조국의 현실을 투영한 대상이다.

어느날 건강했던 형이 죽고 동생 류요섭은 방북길에 오른다.

이후 소설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는 부분이 방북후 벌어지는 일을 기술해 놓고 있다. 기술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사실을 그대로 나열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왜 동생은 방북을 했으며, 바로 전 형의 갑작스런 죽음을 지켜본 동생은 한줌 재로 변하기 전 형의 유골 조각을 소중히 간직한 채 평양에 내린다. 왜? 우리가 갈 수 없는 그곳에서 형과 동생, 형과 동네사람들, 그리고 기독교와 이념의 갈등이 있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이. 

이념의 갈등은 기독교과 비기독교, 기독교와 공산주의(편의상)의 갈등이 바로 운명이며, 이 상황속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너무나도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황석영 선생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도 허구적인 내용도 아니다. 바로 선생의 방북시간 동안 들었던 사실이며, 나름대로 취사선택해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작품속에 녹였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며, 아픔이 고스한히 느껴진다.

이 소설 <손님>은 많은 문학도들이 논문 주제로 선정하는 것 같다.

그만큼 소설은 소설로 끝나는 것보다 하나의 이념과 분석가치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감히 평하자면 그동안 남과 북의 이념갈등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고 하지만 시간의 흐름 문제가 아니라 곧곧에 숨어있는 진실을 세상에 하나 하나 알리는 차원에서 황석영 선생의 <손님>는 제 몫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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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마츠 기요시는 우리나라의 소파 방정환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너무도 끔찍하게 사랑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저자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지 않았지만 몇권 손에서 떠나 보내면서 '시게마츠 기요시=청소년'이라는 공식을 만들게됐다.

결국 그의 작품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이런 생각을 통해 떠오르는 대상이 되었으며, 저자는 솔직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소유자라고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작품 <말더듬이 선생님>은 바로 저자의 그런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작이며, 교사와 학생이라는 쉽게 끊을 수 없는 끈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며 장편을 완성했다.

우리나라에도 멘토선생님 제도가 있나 고민해봤다. 이 책에서 공립중학교의 무라우치 선생님은 바로 그런 FT다. 즉, Fellow Teacher다.

선택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갈등을 겪게되면 진단과 처방까지 내려준다.

그런 선생님이 말더듬이라니 좀 어리둥절한 설정이다. 또 국어를 가르친다.

조조조조, 조, 조, 좋은 아침

나나, 나, 나나나나나, 나는 무라우치다.

이렇게 말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바로 학교 홈페이지가 마비가 되고 교육청 사이트의 방문자수가 급격하게 는다. 아이들의 불만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선생님과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을 특유의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로 그려냈다.  

특히 몇년전 있었던 학교에서의 학생 자살사건으로 아이들의 머리속에는 현 교육제도의 희생양이 학생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아이들은 외톨이가 되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은둔하는 위험한 상황을 만든다.

말더듬이 선생님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학교의 방침과 대학을 위한 공부라는 숨막히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한다.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항상 그런 것들'에 대해 따르기만 했지 사고를 하지 못했던 아이들. 말을 더듬지만 마음만은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말더듬이 선생님은 바로 자유로운 생각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또 사회는 물론 학교 역시 '나'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를 인식케해주고 외톨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스스로 알게 한다.

이런 부분이 바로 다소 가볍게 느껴질지 모른다.

허나 교사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고 함께하고 어우러지는 삶의 아름다움을 심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볼만 하다. 성장소설이냐 청소년소설이냐의 기준보다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저자 시게마츠 기요시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세지를 알 수 있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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