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게임이론에 의해 인권유린이 합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21세기 최악의 장소 '관타나모' 미국과 그렇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쿠바의 땅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군기지와 함께 '적 전투원'를 색출해 수용하는 교도소다.

교도소는 대부분 폐쇄적이고 격리되어 있지만 그곳에 있는 죄수들의 인권은 동등하게 보장된다.

적법한 인신구속을 통해 재판을 받고 변론권을 가진 피의자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들어가는 격리의 장소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지난 2002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쿠바를 견제하기 위해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700여명을 수용하는 수용소를 만들었다.

공공연히 자행되는 인권유린.

저자 마비쉬 룩사나 칸은 아프가니스탄 파쉬툰족 출신의 미국인이다. 미국인의 신분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이민 2세로는 처음으로 온갖 신원조회와 오랜 기간을 기다려 미국의 관타나모 기지를 방문한 첫 여성이다.

그녀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접견을 통해 나눈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것이 바로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다.

'만민은 평등하다'라는 명제에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는 미국에서 저 밑바닥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자행되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고발했다.

고발이라고 하면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해야겠지만 관타나모에서 있어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일은 미 대통령까지도 인정한다.

그래서 이 책은 금서로 분류되기 보다는 읽는 독자들에게 취사선택권을 부여한 참 평등하고 합리적인 서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심경은 물론 본인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던 인물들의 실명과 함께 내용을 그대로 기술했다.  

소아과 의사였던 무소비씨.

그는 한순간 탈레반에 동조했다는 죄명으로 관타나모에 끌려왔다. 그후 상상조차할 수 없는 고문과 함께 지치고 여읜 심신을 이끌고 저자와 몇번씩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왜 이 수용소에 끌려왔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그 사실을 미국은 알았는데도 아무런 법적 권리나 보호장치를 무시한 채 그를 몇년이나 감금했을까?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글은 저자와 나눈 이야기에서 그가 인격적으로 수치심을 느낀 부분이다. 

무소비는 한 달 내내 잠을 못잔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한 병사가 그에게 약을 먹였다. 무소비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알약의 이름이 기억 나지 않았다.

"의사는 자식들 이름을 기억하는 것처럼 약 이름을 기억하는 법입니다" 무소비는 절망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무소비는 자신이 당한 마지막 고문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저자는 계속해서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 수용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책을 진행한다. 

정확하게 몇살인지 조차 모르는 노인을 '적 전투원'이라는 이유로 끌고와 수용소에 감금시켰다.

이유는 탈레반의 무기를 은닉했다는 이유. 그는 아들과 함께 정부의 일을 했다. 소위 말해서 공무원 정도의 신분이었다.

다음은 누스랏 노인의 말이다. 

무기은닉 문제가 다시 제기되었고, 누스랏은 힘 빠진 말을 늘어놓았다.

"그렇소. 내가 그 무기들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그건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속한 거라고 이미 말했소. 그리고 나는 그 무기들의 일련번호를 기록해 놨어요. 그 무기들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내 아들에게 그것을 지킬 50명의 인력과 그들에게 지급할 돈과 식량을 함께 준 것이오.

"어떻게 내가 적 전투원이 될 수 있단 말이오?"

"우리는 소련군에 맞서 싸우는 동안, 당신네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소.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떠나버렸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당신네 아이들과 같소, 진짜 당신 아이들이라면 버리고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60-61쪽) 

대표적인 두 인물외에 다양한 수용자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단지 이들과의 대화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 대화속에서 폐쇄된 그곳 관타나모의 생생한 모습을 묘사했고 그곳에서 자행되는 인권의 절망적인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어디로 가느지 모르게 몇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내린 곳 황량한 관타나모. 그곳의 현주소는 바로 죄지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죄를 지었는지 아직 모르는 미결수-자세히 말해서 피의자의 신분도 아니고 혐의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 스스로 적 전투원이라는 올가미를 씌어 낙인찍힌 사람들-에 대한 권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 자신을 변호하고 변론할 권리, 가족 등의 접견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특수의 땅이다.

미국은 지금 그런 현주소를 다시 하나 쓰고 있는 셈이다.  

심문은 수감자들에게 고통과 분노, 그리고 수치의 원천이었다. 수감자들은 일상의 모든 국면에서 어떤 통제권도 갖지 못했다. 언제 일어나는지, 언제 태양을 보는지, 언제 샤워하는지, 언제 다리를 뻗는지, 언제 먹는지, 언제 잠드는지를 포함해서 말이다.(113쪽)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미국과의 전쟁-아니 일방적인 침공-으로 그 어느때보다 피폐해져 있다.

서로 먹고살기 위해 밀고를 하고 신고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개념이 상실되고 신뢰가 깨져버린 황량한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사회의 약자, 특히 여성과 노인, 어린아이들은 설자리 없이 항상 당하는 삶을 얻었다. 불행하게도.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은 빈곤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탈레반이 축출된 이래 사정은 개선되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시에라리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아 사망률이 높다. 대다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산전 건강관리를 전혀 못 받고 잇으며, 산파나 의사의 도움 없이 아니를 낳는다. 하루에 아프가니스탄 여성 여섯 중 한 명이 출산 도중에 사망하고, 넷 중 한 명의 아이가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약 90%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문맹이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18세가 되기 전에 결혼한다. 분쟁의 해결이나 채무 청산 등의 이유로 많은 여성들은 결혼을 강요당하고 있다.(164쪽) 

관타나모는 왜 존재하는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부시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폐쇄를 천명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관타나모의 문제점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론을 통해 외신을 접했던 그 단편의 모습에서 진정 그곳에 왜 관심을 가져야하며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가져야하는지 더욱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다음은 관타나모에 대한 문화일보의 기사를 발췌해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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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안에 있는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이 2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세워진 지 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인권 유린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관타나모 수감시설은 이번 결정에 따라 1년안에 자취를 감추게 된다. 국제사회는 “제대로 된 길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고, 미국인 대다수도 “미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결정”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수감시설 폐쇄가 1년 안에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다. ◆ 폐쇄절차 어떻게 되나 = 오바마 정부는 앞으로 30일동안 테러 용의자 처리에 대한 정책을 검토해 이를 전담할 특별반을 설치한다. 이에 따라 현재 관타나모에 수감돼 있는 테러용의자들은 향후 1년 이내에 모두 석방되거나 출신국 또는 제3국 및 미국 내 다른 수감시설로 이송된다. 또 수감자들에게는 ‘인도적인 구금 기준’이 곧바로 적용되고, 행정명령이 발표된 뒤 30일 안에 국방장관은 관타나모 수감시설의 현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정치적, 외교적, 법적 문제들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BBC는 무엇보다 누구를 본국과 제3국으로 보내고, 누구를 미국 법정에 세울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체가 매우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1년동안 걸림돌은 무엇?= 현재 관타나모 수감시설에 있는 수감자는 245명. 이 중 21명에 대한 혐의가 인정됐다. 앞으로 50명 정도가 더 법정에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석방 판결을 받은 60여명은 대부분 인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국가 출신이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이들을 자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낼 방침이다. 문제는 이들을 받아줄 제3국을 찾는 일이다. 국제적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스웨덴, 독일, 포르투갈 등 다수 유럽국들은 관타나모에 있던 테러 용의자들을 자국에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지금까지 실제로 수용한 나라는 알바니아 한 곳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테러 혐의에 많은 증거가 확보된 수감시설 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어느 법정에 세우느냐다. 이런 증거들은 대부분 억압적인 심문에 의해 얻은 것들이기 때문에 일반 법정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정부는 이들을 연방법정이나 군사법정, 또 다른 형태의 법정 중 어디에서 재판을 받도록 할지 결정해야 한다. 만일 군사재판과 비슷한 성격을 띠는 재판에 이들을 회부하게 되면 관타나모 수감시설을 미국 내로 옮겨놓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 수감자들 미국 상대 소송 = 수감시설 폐쇄 행정명령을 내린 만큼 관련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7년동안 아무 혐의 없이 구금됐다 풀려난 파키스탄인 무하마드 사드 이크발은 미국을 상대로 불법 수감에 대한 소송을 고려 중이라고 22일 CNN이 보도했다. 이크발은 지난 2002년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가던 중 체포되어 수감됐다. 당시 신발 폭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테러 조직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다. ◆ 관타나모는 어떤 곳?= 관타나모 수용소는 지난 2002년 1월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적(敵) 전투원’이라고 부른 테러 용의자를 수감하기 위해 세워졌다. 지금까지 775명이 거쳐갔다. 2001년 9·11 테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무하마드에게 사용한 물고문 심문은 미국내 인권론자들의 거센 비난에 부닥치기도 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테러용의자가 제네바협약의 전쟁포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국제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교도관들이 수감자들 앞에서 이슬람 코란 경전을 찢어 변기에 버린 이른바 ‘코란 모독사건’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