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26.
책을 저번주 금요일에 전해받았다. 흑설공주 이야기라…. 그 제목부터가 흥미로운 책이었다. 늘상 읽어오던 백설공주가 아니라 흑설공주라니, 의외로 그 어감이 좋아서 몇번이고 그 단어를 되뇌었다.
이 책은 백설공주 이야기를 각색한 흑설공주 이야기 뿐 아니라 여러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흑설공주, 못난이와 야수, 개구리 공주, 릴라와 로즈 등 1권에서만 1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동화들 속에 있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들이다. 예쁜 공주는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착하기까지 해서 그것을 질투한 사람에게 미움을 받거나 목숨을 위협받는다던지, 야수는 원래 잘생긴 왕자였다던지 등 알고보면 옛날 이야기에는 참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물들이 권선징악 등의 교훈을 배경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그런 동화 속에는 현실과 거리가 먼 내용들이 너무나도 많다. 왜 꼭 계모는 자신의 배로 낳지 않은 자식을 미워해야 하는가, 왜 꼭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동화에 나오는 걸까, 못생기면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걸까, 어떻게 동물이었던 사람이 행복하게 인간생활을 할 수 있을까 등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튀어나올 수 있는 질문들이 수십가지다. 어쩌면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같은 동화가 계모라는 이미지를 더욱더 나쁘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나쁜 계모만 있는 게 아니라 친자식보다도 더 자식처럼 대해주는 멋진 계모, 계부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페미니스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동화 속에 잠들어 있는,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자에 대한 사고를 바꾸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것 같다. 곳곳에 현실성이 넘치는 문체가 등장하고 동화라고 하기엔 세심하게 글을 적은 부분도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새롭게 각색한 책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서 읽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토론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고정관념에 대해 늘 잊지말아야 겠다. 알지못하고 편협한 시각이나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는 일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