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위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거나 확률적으로 극히 드문 위험 같은 것, 예를 들어 어느날 갑자기 물을 마실 수 없다던가, 어제까지만해도 잘 먹던 밥을 오늘부터는 먹을 수 없다던가 하는 그런 위험말이다.

<무엇이 세상을 바꾸는가>는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빅 이슈 12'라는 부제로,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지 모르는 12가지의 문제를 다룬 책이다. 지은이는 이 12가지 문제를 <이코노미스트> 등과 같이 유명하고 신뢰할 만한 잡지나 논문에서 발췌한 정보를 통해 현실성 있게 다루었다. 여기서 12가지는 경제위기, 지정학적인 권력의 이동, 기술의 난제, 기후변화, 물과 식량, 교육, 인구변화, 전쟁·테러 그리고 사회불안, 에너지,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건, 자연재해를 말한다.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본 것은 바로 기후변화와 물과 식량,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에너지, 자연재해와 관련한 부분이었다. 특히 기후변화는 나의 주전공이 천문대기과학인 덕분에, 늘 문제로 다루던 부분이라 친숙하기도 했다. 다른 부분도 자연과학도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었을 부분들이다. 또 이 다섯 가지 문제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한 것이 인간에게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보다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국가와 국가 사이의 문제라면 어떻게든 인간이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자연과 관계된 문제의 경우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자연과 환경문제는 영화처럼 정말 언젠가 인간이 지구를 버릴 지도 모르는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또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위기'라는 단어이다. 사실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지만 그 뜻에 대한 느낌은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다가왔다. 이 단어는 '위태할 위(危)'와 '베틀 기(機)'로 이루어지는데, 뒤의 '기'자는 기회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여태 위기라는 단어가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내게는 새로운 사실이었다. 이것을 새롭게 해석한다면 위기는 위협과 기회, 바로 부정과 긍정이 함께 공존하는 단어인 것이다. 이 책에서 역시 이 단어에 대해 위와 비슷하게 설명한다.

분명 이 책에서 12가지의 주제는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위기'라는 단어에서 보듯 위협과 기회는 공존하는 것, 문제를 알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이미 문제를 알고 있고, 해결할 방법도 이론적으로는 대부분 알고 있다. 책에서도 각 장의 마지막은 해결방법이나 예방책 등이 제시된다. 분명한 것은 이런 이론적인 것을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장 최근의 30년이 그 앞의 몇 백년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발전했고, 오염 역시 더 빨랐다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빠르게 발전과 파괴, 오염 등이 이루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나중에는 발전의 속도가 빨라져 편리해지는 대신 우리는 어쩌면 잃는 것이 더 많고 문제점이 더 많은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나는 책을 읽은 뒤 반성과 다짐을 했다. 조금은 지구를 생각하며 살자,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문제점 중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머리로만 알지 말고 몸으로 행동하자, 언젠가 내가 더 많이 공부하여 학자가 되거나 미약하지만 영향력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 때는 꼭 이런 문제에 앞장서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등.

나는 이 책을 가볍게라도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여기에 나온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문제들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했으면 한다. 나 역시도 책을 읽으며 반성을 많이 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이 세상을, 우리는 더 잘 가꾸어 미래에 살아갈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곳으로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분명 앞으로 닥쳐올 큰 문제점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 함께 기회를 노려 예방과 대비, 해결을 하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 오랜만에 괜찮은 역사소설을 한 권 읽은 것 같다. 처음엔 <환다지>라니, Fantasy라는 영어를 한국어로 옮긴 듯한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역사픽션이 <해를 품은 달>이었고, 로맨스에 기초한 소설이라 이것도 그것과 별 다르지 않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조선을 꿈꾸었던 명경세자라는 인물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달랐다. <해를 품은 달> 역시 글의 구성이나 자연스러움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로맨스이기 때문에 더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가 역사의 'IF(만약)'에 대해 얼마나 생각했는지,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이 역사서를 들여다 봤을지를 짐작하게 하는 책이었다. 뜬금없지만 부끄럽지만 나 자신이 한국사를 잘 모른다. 다만 나는 사극을 좋아한다. 사극 역시 픽션이 많아서 왜곡된 역사를 기억할까봐, 사극에 나온 내용을 인터넷이나 책으로 현실에 가까웠던 역사를 찾아보곤 했는데 그것이 조금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새삼 작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결과물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

대충 배경은 병자호란 후, 여기서의 의종은 역사 속의 인조를 나타낸다. 하지만 의종 역시 픽션 속의 인물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조는 소설 속 의종과는 달랐다. 자신의 아들을 독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강력하게 받고 있을 만큼 아들이었던 소현세자를 질투했다.(난 인조가 소현세자를 독살했던 병사시켰던 아무튼 정말로 아들을 죽였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소설 속의 의종은 인조보다는 조금 나은 왕으로 나온다. 소현세자가 명경세자로 나오고, 아마도 주인공인 휘운은 효종에 해당하는 것 같다. 소설이라 역사와는 다른 부분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 명경세자의 죽음을 캐내는 이야기만으로 흘러갔다면 무거운 이야기만 가득했겠지만,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로맨스가  소설의 무게를 적절히 조율해준다.

소설의 내용을 읽으면서 생각했지만 이 책도 드라마로 제작이 된다면 꽤 재밌을 것 같다. 물론 드라마로 넘어가면 로맨스의 비중도 늘고, 소설에 비해 구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생기니 많이 각색되겠지만 소설의 골격은 튼튼하다. 또 배경은 호란 이후라는 실제 배경이지만, 내용의 흐름은 역사에 없었던 결과를 향하기 때문에 실제 조선의 역사로 답답했던 마음을 풀 수 있다. 읽는 내내 실제로 드라마화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젠가 소설을 쓴다면 철저한 고증을 거쳐 이런 역사소설을 써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조선의 역사를 알면 알 수록 멍청한 왕은 왜 그리 많고, 답답한 왕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한편으로 그 뿌리가 나라는 것에 화를 삼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속이 뻥 뚫리는 결말의 역사픽션을 한 번쯤 써보고 싶었다. 아직은 읽을 책도 배울 것도 많고, 무엇보다 글을 잘 못 쓰니 생각만 하고 있지만, <환다지>를 읽고 그 매력을 알고 나니 꼭 언젠가는 한 번 쯤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생각할 것 많은 역사픽션 <환다지>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