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형 서점 어디에서나 한 켠에 자기계발서적들이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참 우리나라에 자기계발서들이 유행할 때 읽었던 책 중에서 나의 뇌를 두드려 준 것이 있는 반면 너무나 다른 책과 비슷해서 모두 옳은 이야기지만 다른 책에서 베껴썼나를 의심할 정도의 책도 있었다. 최근에는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좀 더 깊은 책을 읽어보자는 생각에 자기계발서는 잠깐 뒤로하고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기는 습관>의 저자인 전옥표 교수의 <빅 픽처를 그려라>는 책이 나온 것을 알았다. 내게 많이 어려웠던 고전을 잠깐 내려놓고 머리에 휴식을 주자는 의미에서 가볍게 이 책을 들었다.

 

<이기는 습관>도 읽어서 책 내용은 읽을만 하겠지라는 가벼운 생각에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책은 이미 많은 책이 나온 분야라도 그 책을 읽는 누구든지 새로운 생각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여기서도 이런 얘기를 하는구나, 그래 이게 맞는 얘기긴 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큰 꿈을 가져라!라는 이야기 이외에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다. 청춘이여, 도전하라라는 말뿐인 책이 아니라 청춘이여, 그 나이에는 이렇게 도전해 보면 어떻겠는가?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라고 할까?

 

무엇보다 프롤로그에 나온 일본 공익광고 이야기와 121쪽의  한 중국 초등학생의 이야기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새로움을 주었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사회의 틀과 타인의 시선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을 했다.

 

훌륭한 멘토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내가 누군가의 훌륭한 멘토가 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몰라도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더 알찬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등.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임이 분명하지만, 세계 속의 한 인간이라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우쳤다.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저 내 꿈만을 크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인지해야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한 사회의 개미가 될 것인지, 세상의 한 기준이 될 것인지는 내가 얼만큼 내 위치를 인지하고 반성하며 나아가느냐에 있을 것이다. 

 

 

빅픽처를그려라, 전옥표, 이기는습관, 자기계발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우리 학교 앞에 그 이름의 호프집도 있을 정도니까.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일본 소설은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 내가 처음 읽은 이 작가의 소설이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인 것만 봐도 그렇다. 책이 펼치기 전까지 어떤 느낌일까, 많이 생각했다.

 

읽으면서 내가 여태 읽었던 일본소설-몇 권 안되지만-과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는 글들을 보며 많이 공감했다.

 

"아름다운 것들만 모아, 잔뜩 모아 주머니에 담고서, 넘쳐흐를 만큼 탐욕스럽게 쑤셔 담고서 죽고 싶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만이 이 자유롭지 못한 인류에게 허용된 존엄이라고 생각했다." -p.24

 

여태읽은 책은 일본 소설은 읽고 나서 그 순간의 몰입으로 공감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주 쉽게 잊혀졌는데, 이 책은 잔잔한 여운이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첫사랑의 느낌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필연을 이렇게 글로 쓸 수 있구나라, 이런 사람을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등 다양한 생각을 했다. 사람을 막연히 나쁘다, 착하다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래서 소설이고 문학이 되는 구나.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테트라의 엄마를 만난다면 다마히코의 엄마를 만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하게 말하면 사랑이야기이지만, 보면서 세상에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난 주인공의 사랑보다 또 다른 사랑이야기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문득 요즘 예능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조정치와 정인 커플이 떠올랐다. 10년이 넘는 연애를 하지만, 아직도 서로 애틋한 마음이 예쁜 커플이라고 생각했다. 조정치가 정인에게 손으로 쓴 꽃편지를 읽었을 때, 정말 이 커플도 이상적인 커플 중 하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의 커플들도 그런 느낌일까.

 

누군가는 그랬다. 사랑을 하지 않는자, 유죄라고. 또 누군가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사랑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어떻게 이 좋은 날 사랑을 하지 않을 수 있냐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어쩐지 그 말들이 이 책을 읽은 다음의 내게 깊게 와 닿았다. 정말 이 소설 속 인물들처럼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하고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건을 보고 사랑을 하는 현실 속에서 이런 사랑도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만 같아 지난 시간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은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사랑도 그럴 수 있고 세상도 그렇게 돌아갈 수 있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사우스포인트의연인, 요시모토바나나, 일본소설, 민음사

여행하는 방랑자는 아름답다.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늘 하는 생각이다. 용기있고 가난과 노난에 굴하지 않으며 어디서든 당당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것 같다.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떠나는 여행자는 드물다고 생각하지만 보는 입장에선 떠나야할 때 떠날 줄 아는구나 싶다. 나처럼, 떠나야 할 때를 알면서도 꾹꾹 눌러 참는, 아니 아직도 안락을 본능적으로 조금 더 추구해서 떠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는 그런 비겁한 사람이 아니다.

<슈슈, 내일도 같이 놀아줘>의 작가분이 보디빌더였다고 하길래, 글이 어떨까 궁금했다. 나도 모르게 숨겨져있던 편견이 머리 한 구석으로 잠깐 깨어났나보다. 생각외로 한 문장 한 문장에 진심과 생각이 잘 묻어나 읽는 내내 아, 이런 여행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를 상상할 수 있었다. 조지아가가 제일, 그리고 다음으로 터키가 좋았다는 문장을 읽는 동안, 2010년 친구와 짧게 한 달 간의 자유여행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터키를 들렀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이제까지 갔던 유명한 서유럽의 국가들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보낸 5일이 더 좋았는데, 사람 냄새 난다고 생각했던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반가웠다. 그리고는 작가가 쓴 글에 빠져 나도 언젠가 조지아와 터키를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행은 독서와는 또다른 것을 느끼게 해 주는 보물이다. 특히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하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된 세상에는 여행은 더더욱 꼭 해야하는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칸트였나, 자기가 태어난 마을 이외에 다른 곳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철학계에 한 획을 그은 유명한 사람이. 하지만 그도 지금 태어났더라면 끝없는 방랑으로 철학을 깨우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한다.

책을 읽으면서, 여행자들은 비슷한 것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깨닫는 것! 아무리 평범한 사람도 긴 여행을 거치면 철학자가 되고 문학가가 되며 사진가는 물론이요, 가끔은 심오한 사상가가 된다. 자연스럽게 타 문화를 받아들이며 국제인이 되고 내성적인 사람도 수용에 적극적이 되는 것 같다. 생각없이 떠난 여행도 마지막에는 수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요즘 생각이 통 없는 나도 여행을 가야하나 살짝 고민이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난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늘 선뜻 떠나지 못했다. 여행기를 읽고 글쓴이를 부러워하거나 돈이 없다는 핑계로 공항에 가서 비행기 뜨는 걸 보며 대리만족을 잠깐하고 오는 게 다반사일 뿐. 어쩐지 책을 덮으면서 작가에게 실컷 읽은 여행이야기 외의 다른 여행이야기도 조금 듣고 싶어 메일을 보내볼까 생각했다. 저번처럼, 읽고 마음이 뭉클해져 책을 덮자마자 <이 길에서 벗어나도 괜찮아>의 신소현 작가님께 메일을 보냈듯이 말이다. 이시우 작가님은 뭐라고 할까. 그냥 여행이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대답은 어쩐지 알 것 같다. 다독이듯 괜찮다며 지금이라도 떠나라고 하지 않을까? 어쩐지 오늘은 하루종일 가고 싶은 나라를 검색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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