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마을이라, 왠지 신기하고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사실 고양이라고 하면 징그럽고 무섭고 날카롭다는 선입견을 지녀서 그런지 좀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고양이를 자식만큼(아님 이보다 더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시대에 맞추기 위해 이런 선입견쯤은 버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맘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여기 나오는 고양이들은 한마디로 너무 웃긴다. 마치 사람처럼 다양한 특징과 개성을 지닌 고양이들이라.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작가는 이 많은 고양이들을 마치 인물탐구 하듯 하나씩 하나씩 심열을 기울이며 그려냈다. 인간에게 각기 독특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처럼 고양이 역시 그들 나름의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목덜미를 잡으면 기운이 빠진다거나 수염의 움직임으로 흥미로움을 짐작할 수 있다, 구석진 곳, 상자같은 곳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는 등등의 기본 상식과 고양이모자 만들기, 양부모가 되기 위한 고양이 선택법, 고양이 코로 보는 성격테스트까지 다양한 보너스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글자위주의 책이 아니라 그림 중심의 이야기다 보니, 눈이 즐거웠다. 사실 고양이라면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이 앞섰는데 색깔도 생김새도 특징도 다른 모습에 상당히 놀라웠다. 누구는 귀엽고 누구는 우아하고 누구는 새침하다는 표현을 쓰는 걸 보면, 확실히 고양이들도 그들만의 색깔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로 읽을 필요 없이 맘에 내키는 대로 페이지를 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아무래도 이건 고양이 이론책이지만 좀 더 쉽게 친근하게 다가서고자 노력한 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고양이 각자를 위한 특징만 담다 보니, 그 안의 스토리를 연결할 만한 뭔가 특별한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고양이의 이름에 탄생일까지 기록하며 관찰한 것까진 좋았지만 에피소드도 너무 짧고 꽤 많은 고양이들이 등장해서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분명 작가는 고양이 애호가일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 또 책을 낸다면, 소수의 특정 고양이들을 선정해 약간의 스토리를 잡고 짤막한 드라마 형식을 취해보는 것 어떨지. 그럼 정말 살아있는 인간처럼 고양이도 감정이 풍부한 동물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독자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가 조금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고양이와 좀 더 친해진 계기가 형성된 것 같아 75% 정도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