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인터파크 출시될 음반란"에 '피리과' 라는 음반을 보고 '뭐지?' 싶었고
'설마' 싶었다. 근데 설마가 설마가 아니었다. 진짜 삐리리 불어라 재규어
와 관련된 그 '무엇' 이었다. 아마 '삐리리불어라재규어'(일본만화책)가
애니매이션 으로 나오고 그거 OST라도 나왔나? 싶었다.
근데 그게 아니라 국내 밴드 이름이었다. '피리과'
"하하..말도 안돼. 뭘 음반으로 낸다는 거야? "
라고 생각과는 반대로 이미 난 '구매를' 클릭 하고 있었다.
사실 요즘 난 돈이 궁해서 5~7정거장 정도는 걸어다니고 라면 사먹을
돈도 아끼는 중이다. 근데 이 음반은 왠지 묘하게 사고 싶었다.
(물론 필자가 삐~재규어나 마사루 팬이긴 하지만....)
'피리과 음반설명' 만 읽었을때는 주문해놓고 내심 걱정했다.
글만 읽었을 때는 "그냥 재미삼아 만든 밴드인가?" 라는 인상을 주었다.
근데 음반을 들어보고 "아 정말 실력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좋은 밴드구나 싶었다."
연주를 들어보면 연주하면서도 정말 감정을 실어서 연주하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느낌.
공연에도 한번 꼭 가보고 싶었다.
음반에 대한 생각은 다른 악기들도 다 좋았지만 특히 flute 연주가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스웨덴 밴드 "the cardigans"의 초창기 음반에서 듣던 그런 느낌 까지 났다.
(물론 악기는 다르지만) 보컬도 역시 특이했다. 예전에 "주워가줄래" 의 하키랑 약간
비슷하지만 그 쪽보단 더 담백했다. 가창력 보다는 느낌을 많이 살리는 것 같아서
인지 노래랑 잘 어우러져 목소리가 그냥 하나의 악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래들은 기쁜 듯 슬프고 차분한 듯 하면서도 명량했다.
가사야 이 밴드의 큰 특징 중 하나니까 두 말 할 필요가 없겠다.
특히 4번 트랙 "이름모를 귀염둥이 미용실 언니" 에서
"서둘러 달려나왔지만, 두부는 이미 팔렸어요. 두부 정류장엔 아무도..."
라는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___^...ㅎㅎ)
(여담이지만 4번 트랙 제목 처음 봤을때 재규어의 미스팬티스타킹이 생각난 건..)
앨범 디자인은 EP앨범인 만큼 전혀 기대를 안했지만 심플하고 이쁜 것이
보면 볼수록 맘에 들었다.
요즘 음악은 mp3플레이어, 핸드폰, 디지털 카메라 등등 복합기로
들을 수 있는 기종도 많고 마음만 먹으면 너무나도 쉽게 무료로 접할 수 있다.
근데 한가지 분명한 건 음반은 사서 들었을때랑 무료로 들었을 때랑은 전혀 다르다는 거다.
특히 요즘에는 보컬 목소리만 듣고, 또는 후렴부 멜로디만 듣고
컬러링 하기 좋은 노래, 미니홈피 배경음 하기 좋은 노래들만 찾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위에 것도 하나의 취향일수도 있겠지만 안타까운 건 좋은 노래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사서 듣는 걸 추천하고 싶다.
음반은 사서 들었을때 정말 소중하게 듣게 되고 그에 따라 노래 한곡 한곡
(구지 타이틀곡이 아니더라도) 쉽게 놓칠 수 있는 포인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EP음반이니까 소장 가치도 있을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시절 냈던 넬1집이나 피터팬 컴플렉스 0.5집(EP음반)은 지금
구하기도 힘들고 중고가 10만원 까지도 올라가니까 말이다. 결국 필자도 저건 못구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다. 요즘 국내 밴드들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음반도 음반이지만 공연에 관한 부분 역시도 힘들다고 한다)
피터팬 컴플렉스, 넬, 두번째 달, 뷰렛, 못(mot), 롤러코스터 등은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필자가 좋아했던 밴드들 (지금은 많이 대중적인 입지를 굳혔지만)
인데 "피리과"도 위에 밴드들 이상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물론 이 밴드(피리과)는 너무 매니아틱 하긴 하지만 말이다 ^___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