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기나긴 비극의 막이 내리는 때가 다가왔다. 책장을 덮고나서 결국 이 막의 끝이 밝지만은 않을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씁쓸한 마음을 쉬이 감출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혹여나 이 사건이 "완전범죄"의 형태로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배드엔딩이 불현듯 떠오르며 진범 X 이론을 들먹이며 연극을 새로이 쓰고 상황을 즐기고 있는 아미가와 고이치의 행위 하나 하나에 소름끼쳤다. 표면적으로는 완벽해보이는 듯한 그의 살인극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며 헛점이 드러나고, 경찰에 의해 그의 범죄가 밝혀지기전 마에하타 시게코에 의해 그의 존재가 드러나도록 꾸민 것은 아마도 미야베 미유키가 의도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경찰에 의해 아미가와의 정체가 드러났다면 그는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물론 피스라는 가면은 벗겨졌을지 모르나 여전히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만들어낸 연극의 무대로 활용했을 것이다. 허나 시게코에 의해 자신이 진두지휘한 연극이 "모방"했다는 주장(물론 그의 정체를 알고 있던 시게코가 우회적으로 그가 범인임을 이야기하기 위해 꾸며낸)이 지금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 동안 사회에 꾸며왔던 피스 마크의 웃음의 거짓이 아닌 자신안에 내재된 실체적 존재를 드러내게 한다.
완전범죄란 범죄자들이 꿈꾸는 판타지일뿐이다. 그것이 비록 철옹성처럼 완벽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게다가 우연과 행운에 의해 가리워진 진실은 저 멀리에 있더라도 언젠가는 우리에게 다가와 밝혀지기 마련이다. 왜? 아미가와는 자신의 재능을 이런 처참한 연극에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가? 왜? 히로미는 이 연극의 주인공으로 누군가를 살해 할 수 밖에 없었는가? 왜? 다카이는 이 연극의 엑스트라로써 희생 당할 수 밖에 없었는가? 뚜렷이 설명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의문들이 작품을 읽고나서도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이 세명의 동창생들의 성장환경은 정상적인 범주내에 속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존재, 누나를 대신한 허울을 벗어나지 못한 존재, 시각장애로 인해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가족에게는 어리숙하게 인식되는 존재.
과연 성장환경이 무의식이라는 이름을 빌어 성인이 된 후에도 불현듯 장치로써 기능해 인간을 변질시킬 수 있는 것인가? 물론 모든 것을 "성장환경"에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그렇게 자라왔으니~ 그럴 것이다' 라고 반드시 정의 할 수도 없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올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방범"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도대체 왜 이런 존재가 되고 만 것인가? 아마도 이 문제는 그 누구도 확실히 이해할 수 없을뿐 아니라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 않을까? 다만 인간에 내재된 어둠이 잘못된 재능과 함께 더불어 발현되었을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토록 무섭고 두려운 것임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비록 이 비극적인 사건의 막은 내렸으나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덩그러니 남겨져 끊임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반면 정작 범인인 아미가와는 죄의식은 커녕 이 연극이 마스터피스가 되지 못한점에 아쉬움만 느낄뿐이다. "모방범"이라는 연극 속에서 미야베 미유키가 범죄라는 테마속에서 다 각도로 조명한 시선은 단지 미디어를 통해 구경꾼의 입장에서 범죄를 접하는 입장에서 피해자 및 유족들,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의 입장, 경찰,미디어 그리고 범죄자의 시선을 모두 서술함으로써 사회병리 현상인 범죄를 한층 깊이 파헤치고자한 이유가 아닐까?
범죄라는 소재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 결말을 접하고 나서의 씁쓸함. 언제나 반복되는 수순이지만 범죄라는 소재에 대한 호기심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발매되는 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