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이> : 에쿠니가오리


내가 에쿠니 가오리를 만난 건 <냉정과 열정 사이>,<반짝 반짝 빛나는>이라는 책에서부터였다. 그녀의 문체가 어쩜 저렇게 예쁠까. 진짜 그녀의 삶은 어떠할까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울지 않는 아이> 제목을 보고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라니. 소설의 모티브를 어디서 얻고, 그녀의 어린 시절들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도 그러할 것이 가오리의 8년치 에세이라고 하니 그녀의 일기장을 읽듯 첫 장을 열며 설레였다. 

<울지 않는 아이>와 반대되는 제목으로 <우는 어른>도 함께 출간되었다. <울지 않는 아이>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 또한 잘 울지 않는 아이었으니 말이다. 잘 울지 않는 아이가 된 이유는 나를 슬프게 하는 일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운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찍 깨달은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울지 않는 아이> 후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잘 우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울지 않는 아이가 되었죠. 초등학교 때입니다"라고 언급하며 '어리광을 피우거나 아부하지 않는' 어른스러운 아이었다고 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어리광을 피우거나 아부하지 않는 어른스러운 아이의 모습들이 <울지 않는 아이> 에세이 곳곳에 적혀있다. 어릴적 서점에 책을 읽기 위해 하루종일 있었다거나 자국의 책과 모국어에 대한 향수가 짙어진 이야기 속에서 어린시절의 에쿠니 가오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독자에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잘 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달의 사막은 여행하는 버스'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은 그녀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풀어냈다. 나 또한 사막에 대한 동경이랄까. 사막에 대한 풍경을 좋아하기에 더욱더 아름답다 생각했다. 시크하면서도 자신의 여행이야기를 예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글로 표현하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아내가 있는 다른 남자를 사귄다거나 그것을 알고도 만나는 장면들이 어찌나 아름답게 그려지는지 로맨스의 최고봉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랑을 이렇게 정의할 수도 있구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이야기가 새삼 떠올랐다. 그치만 어리지만 성숙한 그녀의 이야기를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그 자체가 고마웠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천천히 그녀의 어린시절 퍼즐을 맞추듯 한장씩 그림을 그렸다. 아름답고 예쁜 시절이 책을 좋아하는 그녀의 삶, 그러한 삶의 의미 그 자체였다. 그녀가 추천한 책에 대한 서평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이 책을 다 읽고 소개해 준 책들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우는 어른>도 궁금해졌다. 함께 읽고 나면 에쿠니 가오리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도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이야기로 엮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년간의 에세이 작업을 한 그녀처럼, 나도 나만의 에세이를 만들어보고 싶다. 

 

 

 

울지않는아이, 에쿠니가오리, 소담

고독의 즐거움

 

헨리데이비드소로우 지음

 

 

 

 

 아침 지하철 안의 풍경은 저마다 고독하다. 고독함을 달래고자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 전화를 하는 사람,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웃지 않고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말 못할 심리적인 고독도, 정신적인 고독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나는 그런 아침 지하철 안에서 핸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독의 즐거움>을 읽었다. 읽는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읽는 내내 나에게 <고독을 즐겨라>라고 옆에서 속삭여주는 현인처럼 느껴졌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지만, 고독하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언가 매일 매일 바쁘고 정신 없이 살고는 있지만 우리는 고독함을 느낀다. 함께 있지만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혼자만 있다는 고독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또한 혼자만의 고독을 느끼고 싶다. 고독이 외로움이 아니라, 두려움이 아니라, 불안감이 아니라 즐거움이라면 어떤 것일까? 인생의 고독을 감히 누가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독을 즐겨본 사람만이 고독에 대해 논할 수 있지 않을까. 고독을 사랑한 사상가, <고독의 즐거움>에 대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는 명료하다.

  

“사람들은 단 한 종류의 삶만을 찬양하며 그것을 성공이라고 한다.

왜 수많은 삶을 무시해버리고 단 한 종류의 삶만을 최고라 하는가

(본문중에서)”

 

“무작정 소유하려 하지 말자. 생활은 장사가 아니다.

진정한 생활은 즐기는 것이다.”(본문중에서)

 

 

 총 5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고독, 세상에서 가장 큰 사치 / 간소한 삶/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길 / 소유하지 않는 기쁨/ 자연이 가르쳐주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의미는 고독을 즐기는 삶의 방식, 정직한 노동을 통한 자급자족의 생활, 풍요로운 사색과 절대적 자유의 추구, 소유하지 않는 것에서 맛보는 기쁨, 경이로운 자연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인생의 원칙을 제시해준다.

  

핸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사상가, 작가, 환경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이다.

그저 말뿐인 삶이 아니라 자연으로 들어가 <월든>에 대한 예찬을 시작한다.

<월든>은 월든 호숫가에서의 생활을 기록하고, 고독한 시간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이야기해낸다. 이 책 또한 간결한 문장으로 우리에게 삶의 조언을 해주고 있다.

 

 

당신은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서 여행을 하는 그 기분이 고독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연과 벗하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소로의 <월든> 호숫가에 한번쯤 혼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불끈 솟아올랐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인 것을.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라. 고독이야 말로 최고의 마음 맞는 친구라고 이야기하는 소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고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 소유에 혹은 일하는데 너무 질려버린 사람들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2014년, 고독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껴보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독의즐거움, 에이지21, 헨리데이비드소로, 양억관옮김

 

 

핵심어 30개로 열리는 세걸음 성경

 

 

 

 

 2014년 새해 계획으로 성경 1독을 하기로 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성경은 잘 읽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신약은 술술 읽히지만, 구약은 자꾸 막힌다. 읽다가 막히는 이유가 뭘까? 성경이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 아닐까? 그리고 맥락을 놓치면 읽다가도 성경을 덮게 마련이다.

 

 <핵심어 30개로 열리는 세걸음 성경> 을 보면 그러한 편견을 깨뜨리고 성경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핵심어 30개의 등장은 성경의 주요 키워드를 의미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펴서 읽다보면 어느새 성경의 세걸음을 걷게 된다.

 

 책의 구성은 성경에서 강조하는 30개의 핵심어가 차례로 나열되어 있다. 창조, 아담, 선악과, 노아, 바벨탑에서 시작하여 네사람, 민족, 훈련, 정복, 분배, 훈련으로 이어지고 질서, 사울, 다윗, 솔로몬, 분열, 심판, 멸망, 포로, 귀환의 순으로 구약을 마무리한다. 이어 예수, 탄생, 복음선포, 공생애, 십자가, 부활, 승천, 초대교회, 교회정작, 새창조로 신약을 마무리한다. 물론 이러한 30개의 키워드는 성경에 근거한 나열이다. 각 챕터마다 인용되는 성경의 장과 절을 표시해 놓았으며 읽는 사람도 찾기 쉽도록 해두었다. 챕터의 이야기가 마무리 될 때에는 저자 자신의 경험도 적절히 가미함으로써 이야기의 설득력을 더하였다.

 

 

이렇게 질문해보자. 당신은 하나님 앞에서 쓰임 받고 있는 충직한 배우인가?

하나님에게 쓰임 받지 못하고 있다면 나는 무엇에 누구에게 붙들려 있는가?

지금 이 시간부터 반드시 하나님에게 쓰임 받는 사명감에 충실한 배우가 되자.

진정한 배우는 진짜 자기가 맡은 그 사람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 본문 214쪽 중에서 )

 

 

 문맥을 제대로 짚으면 성경의 놀라운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풀려나온다. 성경을 공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 틀림없다. 하지만 핵심 키워드 30개를 소개하고, 30개의 키워드를 5개씩 묶어서 성경의 얼개를 익히며, 다시 30개의 키워드를 2개씩 묶어서 각각의 의미를 자세히 익힌다. 마지막 세걸음으로 가는 길은 키워드 30개 하나하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 한 단어, 한 문장만 가지고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해석을 하는 방식이기에 더욱 읽기 용이하다. 또한 부록 1, 부록 2(예수님은 왜 오셨을까?) 을 통해 성경의 이해를 확장시켜준다.

 

 

 저자 박영배는 성경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저자의 소망은 1,189장으로 된 성경을 장별로 알기쉽게 글로 써서 책으로 엮는 것이라고 한다. 즉, 성경전체를 누구나 읽기 쉬운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성경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핵심어 30개를 제시함으로서 성경을 읽는 사람들에게 편한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