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러브 인 뉴욕  

 고양이는 도도하다. 주인을 일컬어 집사라고 칭하고, 자신의 영역에 확고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낸다. 고양이의 부드러운 등과 조용한 눈동자, 어찌보면 외로워보이기도 하다. 내가 키웠던 고양이도 늘 창밖을 바라보는 뒷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니깐. 또한 눈동자는 오드아이여서 ( 한쪽 눈은 파란색, 한쪽 눈은 노란색 ) 더욱이 신비로운 존재로 기억된다.

 뉴욕과 고양이, 우연하게도 나는 두 가지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뉴욕을 다녀왔고, 2년간 오드리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와 함께 했다. 고양이의 삶과 뉴욕,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러브 인 뉴욕>에는 뉴욕과 고양이의 이야기가 묘하게 닮았다. 고양이를 키우며 느꼈던 것들도 이 책을 통해 살필 수 있었고, 때로는 나도 아주 사악한 집사였구나 싶었다는 생각에 고양이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한편 뉴욕을 여행하면서 들었던 단상이 맨하튼의 멋진 빌딩 숲 사이 이면에 있는 황량한 거리와 주택들의 대조적인 풍경들이었다. 특히나 마음을 읽는 고양이의 독백이라니 나의 흥미를 사로잡는데는 충분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고양이 프루던스이다. 프루던스의 뜻은 겸손이라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주인인 사라가 지어준 이름, 사라가 불러준 노래, 하지만 지금 사라는 없다. 하늘로 떠난 사라를 그리워하는 프루던스의 독백이 묘하게 다가온다. 대신 사라의 딸인 로라가 있다. 로라 역시 사라의 딸이기에 닮은 부분들이 많다. 고양이 프루던스도 그 때문에 가끔 로라를 사라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라와 사라는 다르다. 고양이 프루던스를 대하는 자세라든지, 마음가짐이라든지- 그 차이를 오묘하게 그려낸다. 예를 들어, 사라는 식사를 할 때 프루던스가 식탁에 있는 것을 허용하는 반면, 로라는 식탁에 올라가 있는 프루던스의 목덜미를 잡아 식탁 밑으로 보내는 행동을 한다. 사라와 로라는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서로의 관계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다. 고양이들처럼 독립적인 관계랄까. 강아지들의 친근함이 보이기 보다는 고양이의 독립적인 모습이 사라와 로라에게 비춰진다.

 사라의 딸 로라가 남편 조시와 함께 상자들을 들고 집에 오는 것에서부터 고양이 프루던스는 삶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한편으로는 사람보다 더 똑똑하고 영리한 면모를 보인다. 사람을 - 인간으로 지칭하며, 고양이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인간이라는 것들은...이라는 표현도 고양이 중심적인 표현 중 하나로 해서된다. 사라와 함께 했을 때의 프루던스는 웃음과 낮잠, 음악이 함께 했다. 하지만 로라와 조시와의 삶에는 끊임 없는 사건사고가 생긴다. 조시의 직장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로라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조시와 로라의 관계가 소원해질 때, 마음을 읽는 고양이는 그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나름의 해석을 내린다. 사라와 로라의 관계는 너무나도 멀었지만, 어쩌면 고양이 프루던스를 키우면서 로라가 엄마인 사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해 주는 프루던스. 하지만 프루던스의 성격도 만만치 않다. 고집 세고 참을성 없는 고양이로 유명하다. 프루던스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에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인간들이란 참 이상해.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면서 왜 숨기는 걸까?'라는 말이 그것을 나타낸다.

 <러브 인 뉴욕>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냉소적이고, 상처주고, 상처받는, 관계의 깨어짐과 회복, 그리고 치유를 담고 있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지만 희망은 있고, 아무리 견디기 힘든 상처이지만 회복할 가능성은 있다. 사라도 그녀의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담아 로라를 키웠듯이 로라 역시 유산된 딸로 인한 상처로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사라와 로라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고양이 프루던스야 말로 가장 외로운 순간, 사라와 로라를 위로한다. 말 못하는 고양이지만, 그저 같이 옆에만 있어도 위로가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저자 그웬 쿠퍼는 미국에서 태어나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며 고양이를 키웠다. 또한 지역 사회의 약자와 동물들을 보듬으며 살아왔기에 이런 소설이 가능했다는 짐작을 미루어 해본다.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고양이가 얼마나 따뜻한 동물인지를. 동물임을 넘어서 사람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내는 것을 안다. 고양이를 키워 보지 않은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 책이야 말로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주는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