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줌마들은 지금 은퇴준비에 미쳐 있다고 한다. 사실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아직 은퇴할 나이가 한참 멀었으니깐. <은퇴부자들>이라는 책을 접하고는 나와는 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지은 저자는 신한은행 청담역 지점장 고준석씨다. 주요 저서로는 <경매 부자들>, <강남 부자들>, <나는 이런 부동산으로 돈 번다>등이 있다. 사실 그 전의 저서는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은퇴부자들은 더욱 생소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그동안 <자산관리 멘토 스쿨>을 통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행복한 은퇴부자가 되는 과정을 도왔다고 한다. 그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부동산 투자로 은퇴준비를 했다는 점이다. 모두 부동산과 경매를 통해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은퇴부자들은 연금, 보험, 적금, 창업을 통해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망망한 은퇴의 바다를 항해함에 있어서 이 이야기가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금리가 점점 떨어지는 시대에 금융자산을 하루빨리 실물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저자의 재촉(!)에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불편한 재촉이기는 하지만, 필요한 잔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은퇴부자들> 속에는 저자가 경험했던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사례를 통한 이야기인지라 설득력을 더한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은퇴부자가 된 비결을 이야기한다. 특히, 공감이 되었던 부분의 소제목은 20대, 명품백은 잠시 잊어라(p.135). 30대 직장인에게 최고의 자기 계발은 경매공부(p.140), 열 자식보다 똑똑한 부동산 하나가 효자(p.193)라는 부분이었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땅으로 눈을 돌리라>는 말에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려온다. 하지만, 작은 땅 덩이의 대한민국에는 이미 땅 주인이 있는 법, 경매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들려준다. 경매 10계명은 경매를 모르는 나에게 나침반으로 다가왔다. 경매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참고로 경매 10계명을 인용하자면 1) 경매에 대한 큰 꿈부터 가져라 2) 매수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라 3) 경매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 4) 절박함에 미쳐라 5) 해적처럼 도전하라 6) 가격이 올라갈 때 사라 7) 먼저 미래가치를 따져라 8) 경제성의 원칙을 따져라 9) 현장에서 답을 구하라 10)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짜라. 경매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물어보고 또 물어가며 배워야 한다는 말에 일단 종잣돈부터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초보인 나에게는 어려운 용어들이 많았다. 임대수익, 임대수익률, 자본수익 등 어려운 단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요구되었음에도 마치 다 아는 사람에게 설명하듯이 이야기해 놓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서울에서 1시간 이내가 땅에 대한 미래가치가 높은 편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먼 이야기로 들리게 되었다. 하지만 미래가 불안하고, 은퇴에 대한 고민이 있는 분들이라면, 부동산에 관한 관심이 많은 분들, 또한 현실적인 은퇴준비를 위해서는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은퇴부자들, 흐름출판, 고준석

[ 잘하지도 못하면서 ]

키키봉의 전력질주 다이어리를 읽게 되다니. 나에게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소개시켜준 키키봉에게 감사를 표한다. 키키봉은 저자 조한웅의 닉넴이다. 조한웅은 카피라이터이기도 하고 3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 뒷표지에는 ‘호수공원이나 안양천을 달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을 달리는 이야기’라고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독이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읽고나니 기대감이 한껏 강해졌다. 맞다. 나 또한 그저 결혼 못한 고독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책 속에는 그의 인생이 녹아들어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마라톤 하는 사람과 등산하는 사람이라고 신동엽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키키봉은 마라톤의 참 매력을 깨닫고 이렇게 책까지 냈다.

 

그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들리는 것은 그의 냉소적이고 자기비하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진짜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이다.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하면 재미있지 않은가. 마라톤을 뛰게 된 이야기도 즐거워보였다. 키키봉의 친구들도 사진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받고 1시간만에 다 읽어냈다.

 

키키봉의 책, [잘하지도 못하면서] 속에는 말 그대로 잘하진 못하지만 마라톤에 대한 매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달리기 코스로는 1위인 일산 호수공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거처를 옮기는 키키봉의 무모한 도전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나 또한 그렇게 거주지를 옮기며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까. 일산 호수공원을 달리는 이야기도 익살스러웠지만 한편으로 대단하다 싶었다. 국내 마라톤 대회를 3개 이뤄내고 하와이의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는 이야기는 더욱 대단하다. 하와이를 가본적인 있던터라 그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있게 다가왔다. 다이아몬드 헤드를 마라톤 코스로 달렸으며 와이키키 해변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재미있더라. 하와이 거지에 관한 물음과 대답은 하와이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 만한 것이었다는 것. 키키봉의 말솜씨는 참으로 내 스타일이다 싶었다.

 

본인 스스로를 극소심 의지박약 모태솔로 독신남이라고 하지만, 의지박약은 적어도 아니었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보였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님과의 만남은 그의 솔직한 양심 고백이랄까.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제서라도 사과를 받아내고 싶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김기덕 감독이 남긴 댓글일 수도 있기에.. 내가 남긴 [잘하지도 못하면서] 서평에 조한웅 작가님이 댓글을 달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본인의 이름을 검색어에 검색하는 일이 취미라고 하니, 아마도 내 서평을 읽고 댓글 달아주시지 않을까. 그러면 정말 영광일텐데.

 

마지막 ‘미제 햇빛 찬란한 와이키키 해변에서 - 조한웅’이라는 인사말에서 빵 터졌다. 미제 햇빛이라니.. 와이키키 해변에서 작성한 에필로그가 아닐지라도 그의 인사말에 박수를 보낸다. 나도 나중에 책을 쓰면 비슷하게 작성해봐야지.. 또한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일러스트는 어찌나 귀엽던지. 책의 구성 또한 책의 끝 부분을 빠르게 넘기면 달리는 키키봉의 캐릭터가 있다는 것. 이 부분을 잡아낸 독자는 아마 지금까지 나 뿐이다.(다른 서평도 읽어보았지만..하하하) 마지막에 스파이더맨 피규어를 안고 행복해하는 모습도 어찌나 재미있던지. 읽으면서 내내 유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톤은 인생이다. 고통을 그대로 감내해서 달리는 모습에 나도 건강을 위해, 인생을 위해 걸어서 출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지도못하면서

[ 패션 읽어주는 여자 ]

 

가끔 나도 유니폼 입고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유인 즉, 직업 특성상 유니폼이 없다. 가장 부러운 유니폼은 은행에 다니는 분들의 유니폼.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고민을 한다. '뭐 입고 가지?' 고민을 하다보면 옆에서 패션에 대해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다 패션 읽어주는 여자라는 책을 만났다. 핫핑크와 초컬릿 색의 표지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개인적으로 조합이 잘 되는 색상인듯 하니까. 패션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 패션을 읽어주는 언니(!)가 생긴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패션에 관한 일을 하다보니 생긴 경험치랄까. 그러한 이야기들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패션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 같은 것이 생기면 참 좋겠다고. 나도 명품에 관한 동경이 있다. 명품계의 최고라는 샤넬에 대한 동경이랄까. 이상하게도 샤넬 백만 보면 마음이 두근거린다. 내가 갖고 있지도 않은데 두근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샤넬 가방을 들고 다니면 샤넬과 같은 명품이 될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일까. 샤넬이 아니어도 백은 많다. 수 많은 백을 팔고 샤넬을 하나 사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나의 현실은 <마음만 샤넬>이라는 점이다.

 

 

패션 읽어주는 여자 중간 중간에는 유명한 디자이너의 글이 삽입되어 있다. 드라마 <패션왕>의 실제 모델인 최범석 디자이너의 글 속에서 디자이너의 열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자기 전에 내일의 날씨와 장소까지 참고해서 미리 스타일링을 정해 놓는다. 그리고 내 스타일링을 입체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큰 거울로 꼭 확인 한다” 즉, 정면, 오른쪽, 왼쪽 이렇게 3면으로 붙어 있는 큰 거울이 있다고 한다. 모든 각도에서 괜찮은지 확인하는 꼼꼼함이랄까.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대단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이다. 그녀가 처음에 명품이 무엇이고 왜 사람들은 명품에 열광하는지 궁금했단다. 그리고 패셔니스타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민지혜의 글을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패션을 살리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나는 그 부분을 기대하고 읽었지만..) 본인이 참가했던 패션쇼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할까. 패션쇼에 가면 지켜야 할 매너라든지 식사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에 다녀왔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또한 본인이 직접 착용한 신상 시계들에 대한 사진은 사진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보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의 패션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높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라’고 조언을 하기 때문이다. 일단 테러리스트가 되고 나면 패셔니스타로 갈 수 있는 자신감과 열정을 얻을 수 있다. 패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패션에 관한 업을 삼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패션읽어주는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