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도 라이벌이 있었다. 전교 1등을 다투던 시절이 있었는데 라이벌은 바로 전교 1등을 차지하기 위해 힘쓰던 전교 2등이었다. 지금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내 인생에도 라이벌이 존재하는데, 세계의 유명한 사람들에게도 라이벌이 있다. 샘터 어린이 문고에서 출간한 <라이벌은 내 베스트 프랜드>는 프레너미들의 우정과 경쟁을 다룬 어린이 교양 인물 도서이다. 혹시 당신은 프레너미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프레너미(Frenemy)는 친구(Frend)와 적(Enemy)의 합성어다. 친구이면서도 라이벌 관계를 의미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이 나오는터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스티브잡스와 고흐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챕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흐의 프레미너는 고갱이었고, 스티브잡스의 프레미너는 에릭슈미트였다. 고흐와 고갱은 서로의 그림세계를 모사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창작해내었다. 스티브잡스와 에릭슈미트도 때로는 함께, 때로는 경쟁자로 발전했다. 진정한 친구이면서도 선의의 경쟁자였던 그들은 혼자였더라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코코샤넬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코코샤넬의 프레미너는 엘사 스키아파렐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리틀 블랙 드레스, 플래퍼룩등을 유행시킨 코코 샤넬과 트롱프뢰유, 치마바지, 파고다 슬리브, 세계 최초로 지퍼가 달린 이브닝드레스 등을 만든 엘사 스키아파렐리. 그녀의 이야기는  진정한 승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패션디자이너의 진정한 승부가 그들로부터 나온거구나 싶었다. ( 샤넬이 그냥 샤넬이 아니구나..)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수많은 프레너미를 소개한다. 성악가 호세 카레라스 vs 플라시도 도밍고, 야구선수 최동원 vs 선동열, 화가 반 고흐 vs 폴 고갱, 정치가 신숙주 vs 성삼문, 생물학자 찰스 다윈 vs 러셀 월리스이다.  이 책의 특징은 어린이들이 알기 쉽도록 어려운 용어의 풀이도 친절하게 되어 있으며, 재미있는 삽화와 관련된 직업 소개까지 잘 되어있다. 예술, 스포츠, 정치가, 화가, 생물학자, 패션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것도 흥미롭다. 아이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라이벌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여러가지 직업을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을 만난건 나에게 큰 행운이다. 아이에게 먼저 읽으라고 하기 전에 어른들이 읽어보는 것도 큰 공부가 될 것이다.

라이벌은내베스트프렌드, 샘터

들어는 봤지만 내용은 막연했던 철학을 만난다 - [ 짧고 깊은 철학 50 ]

 

 

 

요즘 철학이 대세다. 그래서인지 철학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철학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의미를 묻는 학문이다. 철학이 모든 삶의 바탕이 된다는 것에 크게 동의하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흐름출판에서 [ 짧고 깊은 철학 50 ] 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톰 버틀러 보던으로 런던경영대학원과 시드니 대를 졸업하고 영국와 호주를 오가며 꾸준히 집필과 세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철학, 심리학, 성공학, 영성을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명저들을 가려 뽑아 현대인의 삶에 가치와 깊이를 더하는 안내서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철학은 늘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도 어렵고, 추상적이고, 철학적 성찰을 해야 하기에 그렇다. 그렇지만 나는 철학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부터 슬라보예 지젝까지 50명의 짧고도 깊은 철학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윤리 시간에 한번씩 들어봤을 법한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공자, 데카르트, 에피쿠로스, 헤겔, 하이데거, 흄, 칸트, 키르케고르, 로크, 밀, 몽테뉴, 니체, 플라톤, 칼 포퍼, 존 롤스, 장 자크 루소, 마이클 샌델, 사르트르, 쇼펜하우어,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들이 저술한 책과 함께 서술되어 있다. 각 철학자와 대표작에 대한 설명이 3~4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그 내용은 무엇보다 깊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의 구성은 연대기 순이 아니라 알파벳 순서라 다소 직관에 어긋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독자적으로 사상, 저작, 시대, 철학자들을 서로 연관지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기본적인 구성은 철학자에 대한 간략한 연대기가 있고, 그가 지은 대표작, 철학자가 주장한 기본개념, 간추린 평, 함께 읽으면 좋은 책에 대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마이클 샌델의 유명한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를 통해서 철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는 마이클 샌델의 이야기도 나온다. 샌델에게 ‘공동선의 정치’란 시민의식․희생․봉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병폐는 시장 중심적 사고가 파고드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국가가 병역을 민간 도급 업체에 아웃소싱하고, 공개시장에서 신장을 사고팔며,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에게 상금으로 포상하고, 영리 목적으로 감옥을 운영한다. 샌델의 정의는 분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이야기 한다.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시장 중심적 사고 방식은 우리 삶에 너무나도 깊숙하게 스며들어 왔다.

 아울러 해리 프랑크푸르트의 ‘헛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프랑크푸르트는 ‘우리 문화에 만연해있는 헛소리와 거짓말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헛소리는 분명 중요한 문제이고 이것을 이론화함으로서 프랑크푸르트는 철학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개인을 넘어 조직과 정부 차원으로 확장되는 헛소리는 인간성의 왜곡과 타락으로 봐야 한다. 한 장씩 읽다보면 철학에 대한 짧은 견해들이 생기게 되는데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열정도 샘솟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아니면 철학에 대한 입문을 원하는 지식인들, 철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35페이지를 보면 저자의 보너스 선물이 있다. 이메일주소(tombutlerbowdon@gmail.com),으로 ‘철학’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주는 독자에게는 기꺼이 추가적인 철학 해설을 답신 메일로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니 꼭 받아보고 싶은 선물이다. 물론 영어로 답신이 오겠지만, 우리에겐 구글 번역기가 있으니 다행이다.

​

​

​

짧고깊은철학50, 흐름출판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 [ 이미지 인문학 1 ]

 

 
인문학의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텍스트에서 디지털 이미지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많은 영상과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삶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철학자의 눈으로 보면 이것이 바로 미디어적 전회로 명명하고 있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 이미지 인문학 1 ]이 던지는 물음은 "디지털 혹은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의 본성을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 저자 진중권의 연구결과가 책으로 집필되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이미 우리가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이 책에 나오는 용어들이 낯설지가 않다. 철학적인 용어를 빌려다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사드 프로젝트, 프레임의 미학, 리얼 버추얼 액추얼과 같은 용어들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문학과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빌렘 플루서의 논문 [ 디지털 가상 ]을 중심으로 디지털의 존재론과 인간학을 살피며 서론을 열고 있다. 즉,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주체에서 기획으로서 진화하고 세계는 주어진 것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변화한다. 플루서의 요약대로 고대인의 상상력이 주술적 상상력이라면 현대인의 상상력은 기술적 상상력이다. 상상이 즉, 현실이 되는 시대. 꿈을 꾸면 그 꿈이 현실이 되어버리는 시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동의한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봉합선 없이 이어지는 아찔한 축을 따라 현실과 가상의 사이를 오가는 파타피지컬한 종"이다.

이 책이 독특한 이유는 한국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예시를 든다. 한성필, 이명로, 안성석 등의 작품들이 책 곳곳에 실려있다. 아울러 이미지 옆에는 QR code가 찍혀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나드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또한 어려운 용어의 설명을 친근한 예시로 이야기해주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메타포의 패러디인 파타포를 설명할 때에도 닌텐도 wii의 예시를 들며 가상과 현실의 중첩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미술관에 가면 해석이 안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 책은 예술적 작품들을 저자 나름대로 해석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익숙한 현실의 "낯설게 하기"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오늘날 보도사진은 예술작품으로 변용되고, 역사는 서사와 오락의 대상으로, 과학의 실험은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을 닮는다. 즉, 실재는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글자를 모르는 자가 문맹이 아니라 이미지를 못 읽는자가 미래의 문맹자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만큼 이미지가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미지 인문학 1]을 읽고 나니 [이미지 인문학 2]도 기대가 된다. 새로운 세계의 시야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미지인문학, 진중권, 천년의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