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망은 반쯤 누운 흔들 의자에 앉아서 여유롭게 바느질 하는 것이다.

작년 프랑수 자수를 배우는 옆 짝꿍샘을 따라 프랑스 자수를 했었는데 지금 떠올려보면 온전히 평온했던 시간이었다.

언젠간 제대로 바느질에 대해서 배워봐야지 생각했지만, 생각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그러던 나에게 시드페이퍼에서 <바느질하기 좋은날>을 보내주셨다. 나의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책이구나! 싶었다.

<바느질하기 좋은날>은 네이버 블로그 바느질 핸드메이드 부분 1위인 클라라 정진희의 바느질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표지만 봐도 너무 예뻐서 감성이 마구마구 자극된다. 귀여운 양 두마리가 표지를 장식하고, 예쁜 소품들이 놓여있다.

차 한잔을 마셔도 예쁜 찻잔 받침에 마시고 싶다는 그녀- 감성이 가득한 바느질 소품들과 초보자들도 할 수 있는 바느질을 알려주고 있다.

내 손으로 만든 가방, 내 손으로 만든 파우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재료는 특별하지 않다.

사은품으로 받은 수건, 청바지, 자투리 천이 특별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클라라의 창작 도안 40개는 이 책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실행할 수 있게 해준다.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놓았고, 그녀의 블로그에 더욱더 친절한 상세컷이 담겨있다. 그 밖에도 보관병 리폼하기, 시침핀꽂이 리폼하기 등 클라라의 착한 바느질이 1부에 소개되어 있다.

"처음 시작은 부담 없는 재활용 소재로 시작했어요. 실과 바늘만 있으면 초보자들도 아주 쉽게 시작할 수 있지요. 잠자고 있는 나의 옷과 버려지는 자투리는 바느질 소품의 훌륭한 소재가 되어줍니다. 돈 한푼 안들이고 시작할 수 있는 착한 취미를 클라라가 제안합니다"

<바느질하기 좋은 날>의 2부는 클라라의 달콤한 오후 바느질이라는 제목으로 패브릭 접시, 패브릭 수건, 모빌, 식탁 매트, 걱정 인형, 조리개 파우치 등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이 책의 장점은 설명이 깨알같이 자세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바느질하기 좋은날>의 3부는 클라라의 탐나는 바느질이라는 제목으로 무지개 곰, 쿠션, 에코 도시락 가방, 가죽 필통, 용돈 파우치 등이 등장한다.

클라라의 손을 거치면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변신한다.

청바지가 룸슈즈로 변하고, 양말이 양말 강아지가 된다.

버리려고 생각했던 것들이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느질의 매력에 빠지면 나오지 못한다는 클라라의 이야기처럼, 나도 이 책을 보며 바느질에 대한 욕구가 샘솟기 시작했다. 그녀가 공개하는 100% 창작도안을 이용하면 이 책에 나오는 데로 재현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참, 이 책을 시작하기전 손바느질의 기초가 되는 시침질, 홈질, 박음질, 반 박음질, 공 그르기, 지퍼달기 등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와있으니  본격 바느질에 앞서 미리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바느질을 달달하게 하고 싶은 감성 충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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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나의 소원은 나만의 정원을 갖는 것이다. 정원이라 함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 그 자체,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라고 할까? 근처에는 수목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머리를 식히러 집 앞에 떠난 산책길이 수목원이라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할 것 같다. 나에게 아침 고요 산책길이라는 책이 왔다. 훗날 소원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끔 해주는 책이다. 아침고요수목원.. 이름만 들어도 아~거기! 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아침고요수목원에는 22개의 테마에 맞추어 꽃과 나무가 아름답게 자라고 있다. 분명 설립자의 마음도 아름다우리라. 저자 한상경 교수의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책 표지에는 안개가 낀 산과 나무 길이 놓여있다. 표지만 봐도 힐링 그 자체이다. 표지에는 ‘나무 향기 꽃 내음 가득한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초대합니다’라는 초대장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경기도 가평에 있다. 아직 그곳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가보고 싶은 정원의 테마는 하늘정원(달빛정원), 약속의 정원이다. 책에 담긴 꿀벌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모든 꿀벌은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그들 집단을 위해 존재한다. 꿀벌의 집은 육각형이다. 이 집은 태어난지 17일 이전인 젊은 일벌의 몸에서 분비되는 밀랍으로 만들어진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이 집에 대해 벌들이 보이는 애정이라고 한다. 꽃이 아름다워도 집 떠난 꿀벌은 결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집 창가에 말벌의 집이 생겼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도저히 말벌 집을 없애지 못하게 되었다. 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달까. 자세히 보니 말벌 집도 아름답다. 벌이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그들의 애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좋아하는 시와 네 편의 자작시가 실려있다. 그 중 <자유>라는 시가 지금 내마음과 닮아있다. ‘나무는 하늘로 하늘로 가고 싶다. 끝없는 자유를 향해 나무는 하늘로 하늘로 가고 싶다’라는 시어가 내마음을 대변해준다. 저자의 글 속에는 꽃과 나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꽃과 나무도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간주한다. 그의 마음은 슈바이처의 생명외경사상을 닮았다. 숲 속의 변화는 늘 조용하고 아주 천천히 시간이 간다고 표현한다. 숲의 속삭임은 오늘날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 그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함 힘이다’

 

당신은 <미스김라일락>이라는 꽃에 대해 들어봤는가? 미스김라일락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원산지는 한국인데 한국 전쟁 당시 어느 미국인 병사가 한국에서 채취한 라일락을 미국으로 가져다가 심었단다. 그런데 이 라일락은 다른 라일락보다 키가 작고 마치 한국 여인의 외형을 닮았다고 했다. 참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미스김라일락. 또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해 준다. 한 그루의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필요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진정으로 소중한 관계라면 일정한 간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했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지만 최소한의 완충지대가 필요하며 그것은 더욱 튼튼한 관계를 만들어줄 것이다.

 

나무 심는 사람의 이야기는 수목원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사실 나무와 꽃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어 늘 ‘이 나무는 이름이 뭐지?’라며 물었던 것 같다. 나무와 꽃 이름, 그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이아는 사람들은 늘 존경스럽다. 이 책을 통해 꽃과 나무에 대한 이해, 나아가 인간에 대한 이해에 대한 지경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아- 나도 아침고요산책길로 훌쩍 떠나고 싶다

아침고요산책길

[ 너의 세계를 스칠 때 ]

나는 가을방학의 노래를 좋아한다. 일단 가사가 좋고, 음이 귀에 맴돈다. 가을방학의 정바비가 책을 냈다. 오렌지 싸이코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그의 책 표지 또한 오렌지색이다. 제목은 너의 세계를 스칠 때 - 표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숭숭 뚤려있고 표지에 시크한 남성의 일러스트가 그려져있다. 그냥 예쁘다. 그냥 막 펴서 읽고 싶어진다. 한편, 정바비의 블로그는 그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의 글은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딱 중간. 유머러스하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딱 중간. 아는 것이 참 많아보이는 그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독서를 많이 했다는게 느껴진달까. 그의 산문집 또한 흥미롭다. 언어유희의 달인처럼 국문학도이기에 글을 쓰고파하는 모습이 어기저기에 보인다. 첫 산문집 RHK에서 출간한 [너의 세계를 스칠 때]는 그가 삶을 보는 시선들이 녹아들어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를 만나고 싶어진다. 책에 묘사된 만큼 딱 그만큼의 사람일까, 궁금하다. 특히,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낼때 책 옆에 아이폰 검색을 하며 책에 나오는 음악을 검색해 bgm으로 듣기도 했다. 그가 좋아하는 취향이 뭔지 느껴진다. 여자를 좋아하고, 기타를 좋아하고, 오렌지색과 관련된 것들을 좋아하고, 정치적 색깔도 확실하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취향이 확실하고, 직설적인 말을 내뱉는 정바비를 불편해하기도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같으니깐. 나도 한편으로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나는 그렇게 하진 못한다. 그게 내 성격이니까. 하지만 그의 관점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의 산문은 하루키를 닮았다. 아무래도 일본어에 능통한 정바비이기에 하루키스러운 문장들이 여기저기 느껴진다. 

이 책은 난해하다. 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난해한 책이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정말 쉬운 삶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흐름은 첫번째. 여자-인듯하다. 여자에 대한 감성(여자아이의 감성이 좋다. p.246), 여자에 대한 생각, 여자와의 결혼에 대한, 연애에 대한, 여자인 어머니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 이렇게 여자-와 연관이 참 많다. 그만큼 정바비의 관심사는 여자? 일지도 모른다. 두번째 관심사는 음악.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가지로 비유하여 표현하는 그가 참 신통하다. 마지막은 독서. 그의 산문집을 통해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스치게 되는구나 싶다. 예를 들어 스페인에서는 모든 것이 잘 맞는 최고의 배우자를 '메디아 나랑하' 즉, 나의 '오렌지 반쪽'이라고 부른다는 것. 오렌지 반쪽으로 마지막 챕터를 구성한 것도 그의 편애 목록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그는 언어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겨울'이란 어떻게 하고 있어도 결국은 추운 계절이라든지, 편의점의 반대인 '불편의점의 점장이 되고 싶다'든지. 생일 축하곡을 싫어한다든지, 이분법의 유혹을 정의내린다든지 하는 식의 표현들이 그것을 입증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낸다. 아- 이 책을 다 보는데 9일이 걸렸다. 9일동안 나는 정바비의 세계에서 맴도는 시간이었다.

몽상가, 망상가, 감상가적 기질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가을방학 정바비가 아니라 인간 정바비를 만나고 싶다면, 정바비가 누군지 몰라도 누군가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무조건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정바비의 산문집 [너의 세계를 스칠 때]는 휴가철 가져가야 할 독서 리스트 중 5위 안에 든다. 아무생각없이 읽는다면 더할나위없이 좋다.

#. 특히, 나는 221페이지에 무심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남자를 바라보는 펭귄 일러스트가 참 좋다. (정바비는 개인적으로 250쪽의 여자아이의 일러스트가 참 좋다고 블로그에 적어놓았다)

 

정바비산문집, RHK, 너의세계를스칠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