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마는 국어 선생님의 저자는 20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 첫페이지를 열어 보니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주시장 한복판에 맛있는 콩나물 국밥집이 있는데, 이 집에서 자기 앞에 놓인 콩나물 국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가는 주인 아주머니의 호통을 듣는답니다. 이유인즉슨 각자의 모습, 양, 성격 등등에 맞추어 국밥을 말기 때문에 자기 것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것이야말로 중학교 국어 교사로 20년째 재직 중인 제가 추구하는 교육의 모습입니다. 국물은 같되 각자의 기호에 맞추어 양념과 양을 조절하는 것처럼 저도 아이들의 마음에 맞추어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자기만의 개성을 지닌 온전한 인격체로 아이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늘 자기편인 단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목을 국밥마는 국어 선생님. 이라고 했으면 푸근한 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했다. 전주에 있는 콩나물 국밥집처럼 각자의 기호에 맞춰서 양념과 양을 조절하는 아주머니의 손맛..그녀가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온전히 담긴 책, 나는 국밥마는 국어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특히, 박수를 쳐 주고 싶은 부분은 20년 재직 기간 중 15년을 중2 담임을 했기에 중2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2 때문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정도로 중2는 무섭다. 그래서 중2 담임을 서로 기피하려는 모양새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은주 선생님은 중2를 15년이나 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그만큼 신나는 수업,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천사이지만 악마이기도 한, 2장 든든한 스승이고 싶어서, 3장 나란히 가는 길동무처럼] 이라는 소제목과 마찬가지로 소소한 국어 선생님의 일상이 담겨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보람을 느낀다는 점에서 오은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 땅의 선생님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진다.
어떻게 보면 교사라는 직업은 참 외로울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치이고 학부모에게 외면받는 때가 종종 있다.
학부모에게 담임교사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존재,
그래서 입시상담이나 학업상담은 물론 생활상담까지도 학원교사와 한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누가 가장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요?” 하고 한 번쯤 묻고 싶다.
하루에 수업을 여섯 시간 한다고 하고, 1년에 수업일수를 대략 200일이라고 한다면 1200시간이다.
그 시간을 아이는 학교에서 교사와 함께 보내는데, 아이의 모든 면모가 저절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도 별로 믿어주지 않을 때면 공연히 쓸쓸해진다.
교사 몇 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아이의 평가가 모두 일치하는데,
이제는 교사와 학부모가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함께 해야 할 사람들인데, 왜 서로 모르고 있는지 답답했던 날들도 참 많았던 것 같다.
김밥마는 선생님 속 [아휴! 시원해요] 중에서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 속의 학교 이야기는 일단 거짓이 없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일기처럼 느껴져서 술술 읽힌다.
세상에 대한 비판이나 일침도 들어잇다. 교육에 대한 답답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선생님이기에 학생들과 '오늘'을 함께 하려 궁리한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때로는 기타를 치며 학생들과 호흡하려는 모습도-때로는 신나는 수업을 위해서 맨 마지막에 우승한 모듬이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를 상으로 보여주는 것도 호흡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애잔해진다. 진정한 교육에 대한, 진정한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이 땅에서 고생하시는 선생님의 노고를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김밥마는국어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