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씨앗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좋다.

동요 중에 "꼭꼭 씨를 뿌리고, 꼭꼭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밤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싹~이 났어요"

라는 가사가 있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자연의 이치는 이처럼 경이롭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능성'은 대단한 잠재력이다.

아이에게도 씨앗이 하나씩 있으니, 그 가능성을 잘 키울 수 있도록 조력해주고 싶다는 생각.

샘터 솔방울 인물에서 [ 나는 무슨 씨앗일까? 2 ]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직접 인물들이 저술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또한 직업군이 다양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기장 신수진, 곤충 연구가 원갑재,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도선사 윤병원,

한글 디자이너 석금호, 국악인 황병기, 민들레 수사 서영남의 글이 실려 있다.

기장에서 민들레 수사까지 어린시절 사진과 함께 그들의 라이프 스토리는 재미있다.

또한 예쁜 그림과 함께 실려 있어서 아이들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그럼, 나는 무슨 씨앗일까?'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책이다.

 

특히,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님의 글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복을 세계에 널리 알린 디자이너. 그는 40세에 '이영희 한국의상'이라는 이름으로 한복 가게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였지만, 삶은 역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그녀였다.

한복은 '색'이라는 어머니의 말에, 다양한 색을 내기 위해

열정을 다 받쳤다는 그녀.

온갖 풀, 열매, 꽃을 재료 삼아 실험을 거듭했다고 한다.

또한 일본 기모노와는 엄연히 다른 '한복'이라는 점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섰다.

그당시 외국에서의 한복은 '기모노 코레'라고 불리며 기모노 짝퉁 정도 되는 수준이었으니...

깊이 있고 신비한 한국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천역 염색에 정성을 들였고

넉넉한 선과 자연스러운 색으로 나부끼는 한복에 '바람의 옷'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드디어 한복이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옷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녀의 열정이 한복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손글씨를 좋아하는 나는 한글 디자이너 석금호의 이야기도 참 좋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던 그는 한글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몇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에게는 위기가 기회로 다가왔고, 지금은 한글 디자이너로

자리를 굳게 잡고 있다. 프로정신, 열정, 가치있는 행동이라는 3가지 이념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글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위대한 우리 고유유산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그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 나는 무슨 씨앗일까?2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열정이라는 점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것에 대한 열정, 혹시 열정이 식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열정 조차 없었던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어른들에게는 식고 있는 혹은 죽은 열정을 키워주는 책,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가능성의 씨앗을 움트게 해주는 책이다.

나는 무슨 씨앗일까, 어른들과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 연약함의 힘 ]

 

연약함의 힘은 힘 있는 자 앞에서 쫄지 않고, 힘없는 자 앞에서 우쭐대지 않으며, 진정한 자기 내면의 빛을 따라 살게 합니다.

 

책을 읽으며 많은 것들을 배운다. 샘터에서 출간된 [연약함의 힘]도 그러하다. 연약함의 힘? 지금까지 약육강식의 삶을 생각하면 연약함도 힘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연약함도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소소한 일상들의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현경이 말하는 연약함의 힘이란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 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 균형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러한 힘은 정말 내면의 힘이기에 그 어느 것보다 강하다. 그러한 연약함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끔은 행복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요즘 사람들이 행복을 쫓아 기를 쓰며 살고 있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영혼이 슬퍼하고 있을 때 너무 빨리 어른스럽게 넘어가라고 재촉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충분히 보살핌을 받지 못한 슬픔과 분노는 영혼의 암이 되고, 이유 모를 우울증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는 말도 그러하다. 그냥 하루하루를 경이롭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편안히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멋지게 나이듦에 관한 이야기도 공감이 되었다. 멋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으면 나이 들수록 끊임없는 새로운 경험에 자신을 열어 놓고 모르는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잘 보이려고 쓰고 다녔던 역할극의 가면을 벗고 이제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아름답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보니 남은 2014년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약함의 힘 속에는 그녀가 자라온 이야기도 담겨있다. 낳아주신 어머니, 길러 주신 어머니, 꿈을 주신 어머니 3분이 계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친 어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분이셔서 대리모를 구해 현경을 낳았다고 한다. 서른이 넘은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세 어머니 모두 그녀에게 숲과 꽃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는 것이다. 생모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내 가슴에도 꽂힌다. “화무는 십일홍이다. 꽃은 열흘밖에 붉지 않는데 그 젊은 날 왜 매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한다고 난리냐? 꽃이 붉은 젊은 날에 실컷 연애를 하고 늙어서 더 이상 꽃이 붉지 않을 때, 그때 도서관에 박혀 공부해도 늦지 않다. 남자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때는 인생의 아주 짧은 순간이다.”라는 이야기다. 세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꽃, 나무, 숲 사랑은 그녀의 소중한 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의 소중한 유산은 무엇일까? 그녀의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1. 열매달 : 가지마다 열매 가득한 달

주렁주렁 나무에 열매가 달리듯 샘터 표지도 예쁘다.

샘터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