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인문학 2 ] 섬뜩한 아름다움의 창조

 

진중권의 책은 메시지가 강하다. 이미지 인문학 1을 읽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이미지 인문학 2에서는 더욱 막강해졌다. 표지는 산뜻한 복숭아빛이고 내용은 섬뜩하다. 2권에서는 언캐니에 대한 표제로 인간이 갖게 되는 세계감정을 탐구한다. 디지털 가상에는 어딘가 섬뜩한 특성이 있다. 실재로 아니고 가상도 아닌 유령 같은 존재가 발산하는 으스스한 느낌. 사실 나는 그 느낌이 너무 싫다. 싫어도 너무 싫다. 하지만, 기술적 미학이라는 이야기로 새로운 문화의 장르를 열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은 무엇일까? 진중권은 말한다. ‘디지털 혹은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본성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기술을 사용할 때 존재망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럼 나는 어떤 존재이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푼크툼의 이야기는 솔깃하다. 초반에 이 개념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책을 읽는데 많이 어려웠다. 푼크툼이란 <카메라 루시다>에서 바르트가 내린 정의에서 시작된다. 푼크툼은 절대적 특수자, 최고의 우발성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다. 즉, 사진사가 찍으려고 의도하지 않았던 디테일과 잠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시간으로 인해 발생한다. 푼크툼이란 ‘주사위 던지기’로 발생하는 절대적 우연이다. 실제로 디지털 사진을 보다보면 아날로그 사진 못지 않게 강렬한 촉각적 효과를 가져오는데 푼크툼의 개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푼크툼의 개념이 신기하다.

 

복제와 합성. 이러한 작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강형구의 <링컨>, <마릴리몬노>, <최후의 만찬>등에는 합성사실주의를 담고 있다. 합성에 대한 대중의 새로운 취향을 대변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정보혁명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고, 합성의 취향을 예언하고 있다. 또한 신기하게 봤던 부분은 컴퓨터 그래픽의 사실주의 부분이다. 영화 속 CG를 보다보면 실제인지, CG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간극이 사라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MMCA에서 관람했던 작품 중 인상깊었던 루이 벡의 작품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가 이 책에 실려있었다. 인간이 그 작품 곁으로 지나가면 반응하는 모습이 신기해서 1시간을 멍하니 보고 온 적이 있었다. 루이벡은 프랑스의 인공생명 예술가이자 이론가이다. 그의 해저 생물은 가상의 동물에 불과하다. 그는 이 생물들을 드로잉. 디지털 모델링, 홀로그램, 인터랙티브 예술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한다. 또한 섭식기관, 소화기관, 순환기관, 온도조절기관 등을 갖고 있어서 주위 환경에 반응하기도 한다. 작품으로서의 인공생명이 가능해진 시대가 오다니, 정말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인 아닐까.

이제 우리는 진중권의 말대로 가상과 현실에 뒤섞인 세계를 살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현실은 오늘날의 모습을 닮아있다. 그 가운데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하는 것도 중요한 물음이다. 거대한 서사 흐름을 진중권식으로 풀어놓은 이미지 인문학1, 2는 오늘날 새로운 장르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인문학 1과 함께 작품옆에 QR코드를 좀 더 많이 넣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로봇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

 

스타워즈 R2-D2를 보면 로봇에 대한 흥미가 가득해진다. 스타워즈 영화 속 로봇은 사람과 친구처럼 지내고 서로를 돕는다. 로봇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문득 궁금해지던 차에 나에게 [ 로봇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 책이 도착했다. 사실 나도 초등학교 때 과학부로 활동하면서 과학 경진 대회도 나갔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 되었던 것 같다.

 

로봇 과학자는 뭔가 멋지다. 데니스 홍은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가득하여 텔레비전도 분해하고, 라디오도 분해하며 원리를 익혀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아버지의 도움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화학 실험을 할 수 있는 여러 약품과 도구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뭐든지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아버지의 말을 데니스 홍은 잊지 않았다. 초등학교 과학부에 들어가 전국 어린이 과학 실험 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집에 와서는 엄마가 준비한 리본 커팅까지 어린시절의 경험이 하나도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하여 대학교 2학년 때 미국 스탬퍼드 대학으로 여름방학 기간 동안 잠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진 데니스 홍은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을 선택해 다니게 된다.

 

특히, 유학시절 아버지가 보내온 편지도 수록 되어 있는데 읽다가 마음이 찡해졌다. ‘Remember, if your lose your health. you lose everything!'으로 마무리 되는 편지는 아들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이후 퍼듀 대학원에 입학하여 로봇 공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 후 버지니아 공대의 교수가 되어 <가르침은 나의 열정, 연구는 나의 즐거움>이라고 쓴 문패를 걸어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다. <정답>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창의력을 키우도록 돕는 일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TED 무대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자도아를 만드는 일>이라는 주제로강연을 했다. 로봇이 사용되는 범위는 광대하다. 시각장애자를 위한 로봇 자동차도 있고, 재난 구조용 로봇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로봇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 중간 중간에 텔레비전이 작동되는 원리, 로켓이 발사되는 원리 등 부연 설명도 나와있어서 단순한 인물 설명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원리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어려운 과학 용어 설명도 되어 있고, 그와 함께 어우러진 삽화 또한 이해하기 쉽게 그려져 있어 이해를 더욱 돕는다. 특히, 데니스 홍의 어린시절 사진은 개구쟁이처럼 보이지만 실은 과학자가 되는 밑걸음이었다는 사실에 사진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마지막에 데니스 홍의 <부모님, 선생님들께>의 글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의 창의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 있는 일들을 꿈으로 찾도록 풍부한 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를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녀를 마음껏 뛰어 놀게 하라는 것도 데니스 홍의 가장 큰 조언이다.

 

이 책은 로봇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알 수 있다. ‘사람을 돕는 따뜻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어린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데니스 홍의 이야기는 정말 아름답다.

 

 

9월이다. 9월은 독서의 계절.

독서에 계절에 읽으면 딱 좋을 책이 있다.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엮은 책으로 아주 짧지만 강렬한 문장들이 소개 되어 있다.

제목조차 강렬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2014년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성도 하게 한다.

 

표지에는 집이 한채 있고, 달이 떠 있다.

그리고 the Green thoreau라고 써 있다.

전반적으로 갈색 표지로 글씨체와 함께 표지도 참 예쁘다.

평온하면서 담담하달까.

흐름출판에서 이 책을 담당했다.

그리고 캘럴 스피너드 라루소라는 사람이 소로의 글을 엮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이 가장 유명하다.

자연 속에서의 단순한 삶이지만 그 안에서 자연의 삶을 예찬했다.

또한 소로의 <시민 불복종>은 간디의 비폭력 저항 운동에 영향을 미쳤고,

마틴 루서 킹, 톨스토이 등에게 영향을 끼쳤다.

평생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 산책하기를 즐겼던 소로.

돈, 명예, 일의 노예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삶이 참으로 멋지다.

(나는 돈, 명예, 일의 노예 3가지에서 어느 것 하나 진짜 자유롭다고 말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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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인생을 내 뜻대로 살아보고 싶어 숲으로 갔다.

삶의 본질적인 요소들에 정면으로 맞닥뜨린 채,

삶이 주는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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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는 월든의 호수 바로 옆에 오두막을 세우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 곳에서 2년정도 살았다고 한다. 삶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 였다.

그는 사람들이 답습하는 의견, 선입관, 전통, 망상, 외양을 모두 '진흙탕'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숲 속에서 모든 진흙탕을 씻어내기 원했다.

태양, 강물, 바람, 물, 흙-

지구를 살아있는 시라고 부르는 그는 자연에 대한 예찬들이 이 책 곳곳에 명문장으로 녹아들어있다.

아침을 깨우는 파랑새의 지저귐, 대낮의 건강한 햇빛, 저녁의 상쾌한 바람이 그의 친구였다.

또한 산책에도 기술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즉, 제대로 걸을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한다.

 

아, 그냥 소로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자연정화가 된달까.

머리 한 쪽에 어지러웠던 생각들이 서서히 정리되는 느낌.

뭐 그렇게 복잡하게도 살았다고, 세상이 힘들다고 생각할까.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로의 삶을 보면 하나도 복잡한 것이 없다.

그저, 사람이 복잡함을 만들어낼 뿐이다.

 

사실, 완전한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책도 어떻게 보면 문명이고,

컴퓨터도 문명이고,

핸드폰도 문명이다.

하지만, 인간이 그 문명을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문제다.

노예가 되면 안된다. 컴퓨터의 노예,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면 안된다.

또한 일의 노예가 되면 안된다.

소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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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를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즐거움의 도구가 되게 하라.

땅을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라.

소유하려 하지 말라.

사람들이 지금 있는 곳에서

그저 정체된 상태로 무엇인가를 사고 팔며

농노처럼 자신의 삶을 보내는 것은,

미래에 대한 생각과 신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 월든, 베이커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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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옷과 친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주는 글이 있다.

 

" 옷이든 친구든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애쓰지 마라.

낡은 옷은 다시 짓고 옛 친구에게 돌아가라.

사물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다.

옷을 팔더라도, 생각은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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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이 너무 많은 나를 위해서 해주는 위로도 있다.

 

" 내버려둘 수 있는 일의

가짓수가 많아질수록

그 사람은 부자가 된다."

 

- 월든,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이 책은 당신의 메마른 일상에 보내는 여유와 위안이다.

9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망설인다면 당연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흐름출판, 데이비드소로, 나는어디서살았으며무엇을위해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