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10월호 -

10월은 온누리달이다.

온누리달은 10월의 우리말 표현으로 "가을 가득한 온누리에 달빛 고운 달"을 의미한다. 

표지가 얼마나 다정다감한지 예쁜 언니야 옆에 동생들이 귀엽게 서있다. 떨어지는 낙엽을 피하는 듯이

하지만 그들은 가을 속에 푸욱 빠져 그루브를 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10월호 샘터 표지는 더욱 따뜻하다.

이번에도 샘터 10월호에서 개인적인 주관에 의해 나에게 뽑힌 베스트 1,2,3을 공개하고 싶다.

 

1. 헌책이 말을 걸었다 / 새벽이 온다

사실 나는 개편된 샘터에서 헌책이 말을 걸었다 코너를 가장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10월을 맞이한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가 되어 있었다. 책 안쪽 첫장에 누군가가 적어놓은 글귀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그 상황이 느껴지고 그 분위기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호에 나오는 글귀는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적은 것이다. " 잔인하게 메마른 내가 자본과 구조, 억압으로 소외된 인간보다 사람과 사랑, 마음과 위로에 소외된 인간에 가깝다는 것이 저주스럽다." 잉여인간이라는 책 제목과 어울리듯 소외된 인간이라는 글귀가 나온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모두 소외된 인간이기에.. 잠시 숨을 고르고 쉬었다 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래, 10월은 그렇게 쉬었다 가자.

2. 할머니의 부엌수업 / 떡 잡채

10월이 되니 식욕이 상승한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아니던가. 샘터의 떡 잡채 사진을 보니 쫄깃한 떡볶이와 잡채가 마음을 흔든다. 이 코너는 할머니의 솜씨를 이야기 해주며, 맛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서술해놓았다. 손주와 함께 지내는 할머니는 손주들을 위한 음식인 떡 잡채를 만드신단다. 야채도 먹고, 떡도 먹고- 손주들이 잘 먹어주는 일이 기쁘다는 할머니의 훈훈한 이야기. 뭐든 만들고 나서 "이내"먹어야 한다는게 할머니의 지론이다. 아울러 산적과 배숙은 찰떡궁합이다. 배고플 때 읽어서 그런지 많이 먹고 싶었던 코너이다. 샘터는 밥을 든든하게 먹고 읽어야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으하하하하

3. 나희덕의 산책 / 한 접시의 가을

오늘 아침, 아이와 작은 산에 올랐다. 가을을 알리듯 밤송이들이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다. 밤송이를 손으로 느끼며 콕콕 찌르는 것이 따갑지만 유쾌했다. 개중에는 여물지도 않았는데 땅에 떨어진 열매들도 있다. 그러던 중 샘터코너 중 나희덕의 산책을 보며 한접시의 가을이 이토록 멋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시듦의 과정도 익는 것이라고.. 풋사과와 시든 밤송이를 올려 놓았는데 아름다운 한 접시 가을이 완성되었다고 느끼는 나희덕 시인의 표현이 신선했다. 시인의 시선은 이처럼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그런 가을을 보내야지. 특별히 멀리 떠나거나 어떤 약속이 잡혀있는 것이 아니지만.. 평범한 가운데 특별한 10월, 가을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