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킷리스트 - 미국을 달리다 ]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미국이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계속 가보고 싶은 호기심의 나라였다. 그 이후로도 미국을 3번이나 더 방문했지만, 워낙 광대한 땅덩어리에 내가 다녀온 곳은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차를 타고 미국을 횡단해보면 어떨까? 여자라서 위험할 수도 있겠지. 돈도 많이 들겠지. 어떤 고난이나 역경이 찾아오겠지. 이런 걱정들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저 비행기로 이동할 수 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동차로 미국 횡단을 한 남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양지훈. 그는 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고 돌아왔다. RHK에서 양지훈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제목은 [미국을 달리다]이다. 표지에는 파란 하늘과 맞닿은 고속도로의 사진이 펼쳐져 있다. 황량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시원하다는 생각도 든다. 표지를 넘기니 양지훈의 소개가 되어 있다. 과거 아카펠라 그룹 인공위성의 멤버이기도 하고 지금은 뮤직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단다. ‘지훈 아울'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그가 미국으로 자동차 횡단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44세 중년의 위기 속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그의 삶도 그러했으리라. ‘이대로 살아도 되지만, 새 삶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다’라는 울림을 받고 이를 실행해 옮기기 시작한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낯선 땅으로 가는 그의 도전에는 두려움과 걱정도 있을 것이다. ‘미국 대륙 자동차 횡단 여행’이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 그또한 작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일정을 잡고, 동행자를 구하는 과정은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했다. 서문에는 미국에 대한 편견을 버려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의 미국 횡단 이야기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로드트립을 하는 이유는 하고 싶으니까, 힘들어도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니까.
돈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의 문제다. 별다른 목표나 이유 없이 하기 싫은 일을 매일 하며 청춘을 그냥 소진하고 있느냐, 아니면 생각만 해도 신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혹은 그런 일을 실제로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내며 사는가의 차이. (p.94)
그는 LA에서 시작해 달라스, 뉴욕, 시카고, 덴버, 시애틀을 거쳐 다시 LA로 돌아온다. 내가 갔던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의 풍경이 나올 때면 함께 공감하고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동차로 그 모든 곳에 다녀왔다는 점이겠지. (나는 비행기로 다녀왔으니..) 뮤지션 답게 챕터가 끝날 때 마다 노래의 일부가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가 영감을 받았던 영화 일부의 구절이 소개 되어 있다. 영화와 음악,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그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내가 잘 모르는 영화와 음악일지라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아간다는 기쁨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난 미국 일주 자동차 여행이었지만, 그 안에서 책에 적혀있지 않은 무한한 감동을 느끼지 않았을까. 마흔이라는 나이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들이, 불안함이 엄습해올 때 마다 그에게 행운처럼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않을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미국으로 떠나 자동차 횡단을 해보곳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함께 갈 동행자도 구하고 싶어진다. 그러다 문득 양지훈이라는 사람을 만나면 당신의 책을 읽고 이 곳에 왔노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얼마나 힘든지 궁금한가? 별로 궁금해 할 필요 없다. 당신에게도 곧 그 순간이 찾아온다.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는가? 5년? 10년? 중요한 건, 그때가 언제 오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의 문제다. 그 준비는 돈 만이 아니라 돈은 지극히 일부다. 계획도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준비는 건강한 정신과 체력, 그리고 계속되는 실패에도 영혼을 불사르며 지치지 않을, 그런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당신만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그림을 찾는 것이다. (p.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