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린 옥슨버리 그림, 유진 트리비자스 글 "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 시공주니어

 

 

이 책은 패러디동화로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아기돼지 삼형제와 늑대>이야기와 <신데렐라>이야기의 패러디가 눈에 많이 띈다.

기존의 늑대와 돼지의 대립양상을 뒤바꾸어 놓음으로써 아이들 사고의 유연성과 다양성, 재미를 주었다.

작가는 제목과 책표지 그림에서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집을 짓는 공사터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늑대 세 마리 뒤로 심술궂은 돼지의 모습이 보인다.

뒤바뀐 이야기에 아이는 흥미를 보인다.

"이 책은 돼지가 못됐다고 그러네. 정말 웃긴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웃기다는 아이.

그러나 이 책이 무엇보다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는 돼지와 늑대들의 대립구조가 악인의 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해의 구도로 행복해지는 결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 매개물이 바로 자연, 꽃향기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난 아파트를 선호한다. 생활의 편리함 때문이다.

예전엔 아파트 광고가 입지조건 등을 강조했다면, 요즘은 휴머니즘 적이고 자연친화적이다.

이제 30대 중반이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통해 자연의 공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도심 한 복판에 살때 생활환경은 편했지만  아이들이 늘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다.

작은 아이의 건강이 자꾸 악화되는 것을 못 견뎌 금전적인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사를 했다.

한가한 도심 외곽의 작은 마을. 버스도 20-30분 마다 한 대씩 드나드는 조용한 마을이다.

공기는 정말 끝내주게 좋다. 그 공기가 너무 상쾌해 처음 이사왔을 때는 일부러 킁킁거리며 큰 심호흡을 하기도 했었다.

동네가 작아 교통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의 불평도 내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들렸다.

난 드문드문 드나느는 버스에 금방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만큼 소나무 향기도 금방 익숙해져 처음처럼 진한 향을 맡지를 못했다.

이사올 무렵 뜨거운 여름이었고 이곳엔 짙은 소나무 향기가 가득했었다.

난 빨리 그 냄새를 다시 맡아보고 싶다.

점점 도시가 복잡해질 수록 사람들은 도심보다는 자연을 찾아 외곽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아파트 광고와 맞물려 자연의 중요성도 부각되었다.

옥슨버리의 따뜻한 수채화풍 그림이 자연의 꽃향기와 잘 어우러졌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보이는 옥슨버리의 그림에 숨은 유머도 재미있다.

늑대의 엄마가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여유있게 매니큐어를 바르고, 머리와 꼬리에 말은 셋팅때문에 내가 더 크게 웃었다.

나도 아이들을 떠나 보낼 무렵이면 매니큐어 호사 누릴 수 있을라나~

 

 돼지들이 지은 집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들은 착한 이웃들에게 집 재료를 빌려 집을 짓는다.

정말 살기 좋은 동네다. 못된 돼지만 빼면 말이다.

이 책 늑대들은 어쩜 원문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튼튼한 벽돌집부터 짓는다.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는 늑대들을 지켜보는 못된 돼지의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이 대조적이다.

돼지도 원문의 늑대처럼 있는 힘껏 바람을 불었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 집.

돼지는 쇠망치를 가져와 집을 무너뜨린다.

안타깝게도 숲 속에 있는 이쁘고 아담한 벽돌집은 무너졌다.

 

 

 늑대들이 두 번째 지은 튼튼한 집은 콘크리트 집이다.

숲 속의 벽돌집과는 다르게 딱딱하고 삭막한 모습이다.

담벼락까지 높이 쌓은 폐쇄적인 공간. 아파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이집도 못된 돼지에 의해 파괴가 되고...

 

늑대들이 이번에 선택한 재료의 집은 철사와 철근 강철판과 쇠사슬이었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늑대들은 67개의 자물쇠를 달고 담벼락에는 가시철조망을 둘렀다.

정말 튼튼하고 안전한 집이지만 감옥처럼 삭막하다.

정말 마음에 감옥이 따로없다.

못된 돼지가 다이너마이트로 집을 폭파시키는 장면은 전쟁을 연상시켜 끔찍하기까지 하다.

못된 돼지의 만행은 어디까지일까?

 

 

늑대들은 집 짓는 재료의 문제를 깨닫고 갇힌 형태의 집이 아닌 자연의 집을 짓는다.

꽃가득 이쁜 집... 돼지는 이번에도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시다가 훅 불지는 않고....

계속 숨을 들이킨다. 우리가 처음 진한 소나무 향기에 반했던 것처럼 말이다.

마음까지 부드러워져 춤까지 신나게 춘다.

꽃집은 쉽게 무너지고 시들것 같지만 열린 형태의 집은 못된 이웃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닫힌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자연으로 지은 집은 열린 집이다.

아파트 살면 문도 못 열고 지낸다. 이웃 얼굴도 볼 일이 별로 없다.

닫힌 문처럼 마음도 닫혀 사는게지.

차를 나눠주지 않겠다는 늑대 형제는 돼지에게 차도 대접한다.

그 뒤로 모두 행복했다는 결론처럼 나도 마음을 조금은 열어 이웃에게 들어올 공간을 마련해주어야겠다.

 

 

아기돼지 세 마리와 늑대 이야기의 원전대로 집을 지어 보았다.

벽돌로 쌓은 집(벽돌 블럭 이용), 나뭇가지로 만든 집(이쑤시개를 이용), 지푸라기로 만든 집(신문 이용)...

그리고 각각 돼지와 늑대가 되어 역할극도 진행해보았다.

우리 아들은 늑대가 되어 부수는 일에 대단한 열정을 퍼부었다.

공식적으로 누나가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수었다는 것이 아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준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을 그리고 그 위에 한라봉으로 조각처럼 올려 보았다.

한라봉 껍질을 손으로 찢을 때마다 향기가 훅훅 터져 나온다. 

김혜자 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오래된 미래

 

 

  '김혜자' 하면 인자한 어머니가 떠올려집니다. 동시에 담배피우는 엄마도 떠올립니다. 아마도 인자한 엄마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은 것 같은데 사실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딸의 소원으로 담배를 끊었다하러라구요.

  김헤자씨는 처음 한 번 갈 때는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연기자 김혜자씨에게는 새로운 인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참담함과 아픔을 김혜자의 감성어린 눈으로 보고 헌신적으로 돕는 그분에게 감동받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어떤 명분도 없는 싸움에 어린 아이들까지 전쟁에 참여해야 하고 잡힌 포로들과 어린 아이들마저 성적인 관계를 맺고 그 다음엔 죽이고 또 에이즈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정말 참담했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 아프리카]에서는 기근에 대한 문제만 다루고 있지만 정말이지 그들은 살기 위해 싸울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왜 나는 절실한데 정작 그들은 무엇때문에 전쟁을 하는 것일까요?
  세계적인 빈부의 격차와 절대적인 빈민층에 대한 소외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무엇이든 나누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식이 넘치는 자 지식으로, 재물이 넘치는 자 재물로, 힘이 넘치는 자 힘으로.... 누구든 차고 넘치는 재주가 있지 않을까요?

  가끔 다큐멘타리에서 가난이 그들의 삶에 희망을 빼앗아 가는 것을 봅니다. 쓰레기더미에 집을 만들고 그곳에서 쓰레기를 주워 팔면서 아이들은 왜 그리도 많이 낳았는지..... 보는 이도 희망을 잃어버립니다. 그들은 희망이 뭔지도 모르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쓰레기를 주워 겨우 먹고 자는 생활만 할 수 있는 그들의 삶에 전설이면 어떻고 기적이면 어떻습니까? 희망이 그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으로 지원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어떤 공공사업엔 돈이 꼭 필요하긴 하지만 도움도 주고 또 그들 스스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행복은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모여 밥을 먹는데부터 시작되는 것을.....  전쟁은 스스로도 상처지만 미래를 파괴시키고 나의 아이를 죽이는 행동임을요.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인류역사에 전쟁을 하지 않은 날은 아주 작은 숫자였습니다. 어찌나 참담한지요. 권력자에게 전쟁이 무엇을 주는지 몰라도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임혜지 지음 <고등어를 금하노라> - 푸른숲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삶의 방식 또한 독특하다. 작가는 이미 독일인의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돌연 한국인처럼 말한다. 뿌리는 쉽게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독일인이고, 내적인 모습에는 한국인의 강한 피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무지개빛 색깔이 독일에서는 ’빨주노초파남보’를 왜 알아야 하는지 의문인 인 것처럼..... 세상에 그런 일이 한 둘일까? 그런 차이를 좁히는 일이 아이와 내게도 일어나고 있다. 딸 아이와 관계를 좁히는 일, 시댁과의 관계를 좁히는 일, 남편과의 관계를 좁히는 일 내게는 숙제같은 일이다.

 

  처음엔 괴팍한 아줌마의 생활방식이라 생각하면서 가볍게 읽었다. 환경문제에 대해선 작가의 생각에 많이 동감한다. 환경은 후손에게 빌려쓰는 것이므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깨끗하게 써야할 의무가 있다. 계산을 싫어하고 숫자를 골치아파하는 날 위하여 친절하게 고등어가 식탁에 오르기 위해 드는 비용을 적어 준 것도 고맙다. 독일 연안에서 잡은 새우가 지구를 빙 돌아 인건비가 싼 아프리카에서 껍질을 까서 다시 독일로 돌아오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런데도 독일산 제철 과일보다 싼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들에 변태가 따로 없다는 생각. 값 싸고 질 좋은 물건에 휘둘려 소비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작가처럼 인간의 품위까지 논할 만큼 투철하지는 않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농사꾼들이 싸게 직판매한다며 트럭에 끌고 와서 맛있는 과일을 조금 작고 흠이 있다고 해서 싸게 사먹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죄송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길에서 추운 날 나물을 손질하여 파는 할머니들. 구부린 허리가 더 휘어진 추위에 시퍼렇게 푸른 손과 거친 손마디를 보면서 조금 더 달라, 깍아 달라 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난 할머니들에게 늘 적게 달라 말한다. 그런데도 할머니들은 많이 주신다.

  

  남편과 백팩을 메고 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작가의 모습이 등장할 때마다 부럽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아니 나의 삶에 낯선 장면들이다. 작가는 아이에게 공부보다는 놀이를 가르쳤다. 주변에서는 내가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시킨다고 생각하지만 난 공부로 아이에게 열정을 불태운 적이 없다. 난 많은 시간을 아이와 놀아주려고 정말 애를 쓴다. 놀이의 질을 높혀주기 위해 때론 내가 동참하고 방법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그런 일에 있어서는 열정적이다. 아이가 조금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6살, 3살 시기에는 그럴 수 있다고 잘 노는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다른 엄마들이 유치원부터 들썩이는 교육열을 듣고 있자면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아 끼어 들 수가 없다. 그런데 왜 나보고 교육에 열을 올린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놀아주는 것이 다라고 말하면 엄마들은 그런다. 자기는 놀 재주가 없어서 그렇다고. 그런데 말이다. 나는 아이와 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자료를 찾고, 그림책을 먼저 읽고, 글을 쓰고(생각정리), 만들기를 한다. 정말 힘이 들어 이거 내가 왜 하고 있나 그냥 공교육에 맡기고 싶은 맘도 굴뚝같지만...... 내가 공교육보다 잘 하는 것은 사랑이고, 정성이고, 그리고 그것이 아이의 소신과 생각의 전환점을 가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획일하는 잘하지만 창의성을 키우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가끔은 교육에 앞서고 있는 엄마들을 보며 흔들리지만....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상..... 나의 소신을 믿고 나간다. 놀이실력이 곧 인생 실력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에 다시 한번 기운을 내본다. 우리 아이는 아직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른다.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다. 최대한 늦게 접하게 하고 싶은 것이 컴퓨터다. 먼저 사람과 소통하기 바라고 책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선 십대 중반 청소년들이 이성친구를 사귀면 성교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는데 우리 아이가 십대 중반이 되는 10년 후 한국은 과연 어떨까? 콘돔 불편한 이야기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하는 것일까? 나도 망설여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나도 작가처럼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실수로 임신했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우리는 흔히 침략국 일본에 대한 태도를 독일과 비교한다. 그렇게 빚을 갚고도 부족하다는 독일인들. 그러나 그 이면에 또 다른 모습을 작가에게 들었다. 그러나 지식인은 냇가의 조약돌 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물살이 세면 떠내려가는 조약돌 그러나 어느 지점에 그들은 모여 결국 물살을 바꾸고 마는 것이다. 처음 독일인이 2차세계대전의 책임을 회피하던 때에도 지식인들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준비했다. 그냥 물살에 이끌려 사는 주류들이 외국인들을 먹여살라네 어쩌네 비방하고 미워하고 전쟁에 대한 빚을 후대가 갚는 것이 불만이다 뭐라해도 그만큼 바뀌기 까지도 오랜 시간동안 조약돌같은 지식인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도 한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애국을 하는 작가가 참 용감하고 지식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할까? 나는 주류일 뿐이지만 조약돌에 물살을 바꾼 난도 어디론가 갈 방향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공부만 하는 꽁생원 같은 아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무척 진지한 청년이다. 애교는 부족한 것 같지만 너무 참해서 우리 딸 신랑감으로 삼고 싶은 욕심이 드는 청년이지만 나이 차이가 너무 많다^^ 딸아이도 자유분방하고 파티를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아이지만 무척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누릴 자유만 주장하고 있었다면 그저 그런 아이였겠지만 부모의 노력.... 그러니깐 돈은 쓸 만큼만 벌고, 돈 때문에 아이들과 놀 시간을 뒤로 하지 않고, 아이들의 올바른 가치관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부모 밑에서 자녀들은 올바르게 자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부모의 시간일 것이다. 10년 20년 후쯤 나도 그것을 자랑삼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