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희 글, 심미아 그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보림

 

- 옛이야기에 보면 한때는 호랑이가 산신령같은 존재였는데

점점 인격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특히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섭지만 바보같은 호랑이의 모습 때문일거에요.

우물 속에 비친 아이들을 보며

"요놈들을 무얼 갖고 건져낼까? 바가지로 건질까? 조리로 건질까?"

하고 말하는 장면이나

참기름을 바르고 나무를 기어오르는 장면

바로 그 바보같은 모습에 내가 그랬듯이

아이들도 깔깔 거리고 웃습니다.

어리석음에 욕심까지 가득하니...

그것도 식탐으로 망하네요. 불쌍한 호랑이.

 

이규희 선생님은 <엄마 엄마 이야기해주세요/보림>쓰신 분이네요.

전래동화의 입맛, 구수함이 살아있어요.

엄마의 죽음에 민감한 아이들인데

엄마의 죽는 장면도 무섭지 않게 넘어가주셔서 고맙구요.

어떤 출판사 책은 넘 끔찍해서 읽어주기가 그런 장면도 있었거든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고쳐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이야기자체의 의미가 손상될 정도로 너무 각색한 것도 싫거든요.

심미아 선생님의 질감이 살아있는 그림도 재미있었어요.

인물의 표정도 함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엄마를 잡아 먹는 장면을 슬퍼하고 울더니

어느 새 해학을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었나봐요.

호랑이의 바보같음을 깔깔거리며 웃을 줄도 알고

동생과 함께 연극도 하고

우리 은지의 재발견입니다.

 

다음엔 은지에게 그 장면을 연출해보라고 해야겠어요.

'우물 속에 비친 아이들을 보며 음흉하지만 멍청한 호랑이의 모습'이나

'참기름을 바르고 나무에 오르는 모습'이

어떻게 재해석 되어 나올지 궁금해지네요.

 

나른한 저녁.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있는데

은지와 은수가 무언가를 하네요.

은지의 지시에 맞추어 따라하는 은수.

처음엔 숨바꼭질하는 줄 알다가 '어흥'소리에 돌아보고 웃었어요.

아이린 와인맨 마커스, 폴 마커스 글, 수전 제스케 그림 <용감하게 숲 속으로> - 루크북스

읽으면 행복해지는 동화 아임해피

 

  우리 아들. 4살이 되면서 엄마와 함께 예배드리지 않아요. 유아부 예배를 드리게 되었지요.   '우리 형아'란 말 엄청 좋아해서 형아들은 예배 따로 드린다고 했더니 자신있게 외치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교회가는 날이 되면 형아 안한다고 울어요.

  첫째랑은 다르게 막내티가 나는지, 누나는 울면서도 상황판단하고 들어가 선생님께 의지했는데(그리고 곧 즐겁게 적응했지요)
  요 녀석은 막무가내로 다리 붙잡고 울어요. "엄마 절대로 가지마" 하면서요. '절~~~대로' 강조하다가 숨 넘어갈 지경이라니까요.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예배 중에 엄마 봉사하는 부서로 달려와 숨넘어가게 울어요.

 

 

  <용감하게 숲 속으로>를 읽으면서 아이에게 형아란 부담말고 다른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아부에 가면 친구들도 있고, 재미있는 말씀도 있고, 이쁜 선생님도 있고....거기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거야."

  곧 유치원도 가게 될텐데 새로운 곳에서 느끼게 될 재미있는 경험들, 그리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법들, 친구들과 의사소통하고 노는 방법들 등 사회적인 좋은 경험 많이 하고 왔으면 좋겠어요.

 

  곧 3월이 되면 데이비처럼 학교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야할 친구들이 많을 거에요.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며 엄마랑 떨어지는 것을 겁네고 울 수도 있어요. 우리 아들처럼 한 번도 엄마를 떨어져 보지 못한 아이라면 더욱 두려워하겠지요.

 

 

  데이비는 꿈을 꾸어요. 왕자가 된 꿈이지요. 왕비와 왕의 보호를 받다가 세상으로 나갔지만 여전히 궁전이 그리워요. 왕이니 그 보호가 엄청났겠지요. 

  데이비의 꿈을 들여다보니 많은 의미들이 숨어 있었어요. 용이 궁전을 태우면 어쩌나 그래서 부모가 죽으면 어쩌나하는 두려움. 떨어져 있는 동안 내 아이가 다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아이에게도 있었던가봐요. 그러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아이들을 안심시킬거에요.

 

 

  또 커다란 거인을 만나 두려움을 느꼈을때도 두려움과는 달리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길을 찾는 도움을 받았지요. 자기보다 덩치크고 무서운 아이들도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알고 보면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용기도 생길거에요.

 

 

  숲에서 만난 친구들과 음식도 나누어 먹어요. 지금껏 집에서는 좋은 것 맛난 것 혼자 많이 챙겨 먹었지만 친구들과 나눠 먹는 기쁨도 배울거에요. 친구들과 함께라면 새로운 세상의 모험도 즐거운 일이 되겠지요.

 

 

   아이들 속에 있는 내적인 힘을 부모도 아이도 믿고 나아가길 바래요.

제이미 리 커티스 글, 로라 코넬 그림 내가 아기였을 때 : 네 살짜리 소녀가 추억하는 아기 시절 - 꼬마 media 2.0

 

  나의 아기였을 때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세월이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사진을 봐도 그 시절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딸 아이가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기였을 때 말이야. 나는....." 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거에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그러지 않았고, 얼마나 반듯했는지를 생각하며 뿌듯해하더라구요. 현재의 모습이 그러했으니 자신의 아기 적 모습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나봐요. 큰 아이가 동생을 보면서 누나님을 끊임없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답니다.

  아이의 관심사에 맞추어 구입한 책이 <내가 아기였을 때> 입니다. 마침 우리 아이와 같은 4살이라 더욱 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자신의 이야기거리로 만들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지요. 내 동생의 모습같은 사실적인 이야기와 책을 통해 보는 사건등을 함께 엮어 자신의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거에요. 아이들의 이야기는 반 이상이 사실과 상상이 섞여 있잖아요.

 

  책에 등장하는 4살 소녀는 동생 모습을 통해 자신도 그러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지금의 나는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한지를 이야기해줍니다. 아기였을 때는 허락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마음껏 누릴 수 있고, 엄마를 도와 줄 수도 있으며, 자신의 의사를 이야기할 줄도 압니다.

  그러나 큰 아이도 아이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동생을 보며 자신은 다 컸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엄마의 뾰족구두를 신고 매니큐어도 바르며, 화장대 앞에서 멋도 부릴 줄 압니다. 그런데 행동은 여전히 아이답고 유쾌하며 천진합니다. 엄마의 시선으로 그림을 보면 큰 아이가 있는 곳마다 사건이 따라다니는 것 같아 보이지요. 바로 4살 그 또래의 아이 그대로입니다.

내가 아기였을 땐 왜 혼나야 하는지 몰랐어.

지금이야 그 이유를 알지

하지만 지금도 혼나는 건 역시 싫다고.(본문)

 

내가 아기였을 때 공원 미끄럼틀이 엄청나게 커 보였어.

지금은 아기들이나 타는 것처럼 작게 느껴져.

하지만 할머니가 미끄럼틀 아래에서

날 받아 주시는 건 여전히 좋아.(본문)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는 아이의 모습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지요. 말은 아기들이나 타는 작은 미끄럼틀이라고 하지만 사실 겁을 내고 있어요. 할머니가 여전히 미끄럼틀 밑에서 받아주길 바라는 아이인거죠. 그래서 이 책이 더 재미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나를 찾아가는 4살 꼬마 아가씨의 일상을 함께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