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일상이 보이고 그 속에 내가 있고, 어느덧 수유시장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시장 속 복잡한 사람들 뒤로 보이는 상가들. 상호나 전화번호, 홍보문구 등이 정겹습니다.
작가는 상가들 간판에 써있는 글들까지 모두 그대로 옮기고 상가 주인들의 일하는 모습도 담았어요.
[양념통닭은 10,000 후라이드 9000 간장통닭 12000 / 21년간 근무한 경력으로 정성껏 만듭니다]는
지예 통닭집에 쓰여 있는 글을 보니 통닭도 먹고 싶고, 가판대에서 오징어 파는 아저씨의 광고도 읽자니 그것도 먹고 싶고,
동태포 제일 잘 뜨는 혜원수산도 찾아가 보고 싶네요.
그 중 [세미마트]가 저의 관심을 끄는데 자식의 이름으로 살기 원한다는 광고처럼
’재즈 연주 콘서트 박세미 초청 공연’포스터가 걸린 세미마트의 따님 이름이 세미일까요?
수유시장에 가면 정말 이런 이름의 가게가 있을 것만 같군요.
딸은 경찰처럼 단서를 기록하며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대더니 마침내 도둑잡기에 성공했습니다.
드디어 여유를 갖고 그림 속에 재미를 찾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또 한참을 기다리고....
잠에서 깨어난 동생에게는 도둑의 인상착의 다 알려주고 바로 인파속에서 도둑 찾기 대결 들어갑니다.
이 책은 옆에 꼭 끼고 틈 날때마다 보면서 웃습니다.
사람들의 모습이 웃겨서 그렇답니다.
그림 속의 재미 몇 가지만 이야기해볼까요? 다 이야기하면 재미없을까봐 간질간질한 입을 억지로 막습니다.^^
도장 속에 새겨진 작가의 이름 ’바ㄱ저ㅇ서ㅂ’ 바로 새겨진 도장에 웃음이 났어요.
연인의 헤어지자는 편지를 받고 울고 있는 청년, 가발이 날라가 당황하는 사람의 모습도 보입니다.
택배 보내는 사람은 전북 익산에 사는 엄마고 받는 사람은 아들이란 송장도 재미있네요.
그런데 아줌마들의 저 굵은 팔뚝 너무 웃기지 않나요. 대한민국 맘들이 짊어져야 할 저 굵은 팔뚝....
살다보니 팔뚝만 굵어지나요. 배도 두꺼워지더랍니다. 몸은 두배 세배로 힘든데 살은 왜 불어나는지.
시장 속의 선거판(신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에 2008.11.22 날짜도 보여요)도 보이고,
벌써 도둑을 맞은 집 아줌마 이야기도 신문에 실렸어요.
그런데 시장에 갑자기 등장한 산타의 출현이 의아할 겁니다.
한 남자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지요.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거든요.
책 속에서 눈을 맞는 사람도, 도둑을 찾느라 바쁜 독자도....
때론 너무 바쁘고, 자기일에 몰두하여 주변에 일은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여전히 경찰은 도둑 잡기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답니다. 물론 이것 또한 경찰의 일이겠지요.
빨간 지붕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이야"란 외침과 함께 도둑이 저만치 도망가는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만 독자는 그 현장을 목격하는 증인이 되어버렸어요.
경찰이 출동하고....
시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옮겨지고 있습니다.
건물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자니 왜 그렇게 부동산이 많은지.... 어느 동네나 사는 모습이 비슷하군요.
상교부동산, 부자부동산, 한터공인중개사, 수정부동산....
헌사에 보면 미라에게라고 되어 있던데 미라철물점도 보이네요.
예전에 작가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고양이 나봉이도 등장합니다.
책 속 어딘가 작가의 아내와 친구들도 숨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답니다.
경찰 한 명은 펜과 메모지를 들고, 또 한 명은 무전기를 들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따라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립니다.
...증언들...
뚱뚱한 남자였는데, 미루 안경원 쪽으로 갔어요.
촌스러운 빨간 안경을 끼고, 봉 치과 쪽으로 갔어요.
번쩍번쩍한 치아 교정기를 끼고, 미래 이용원 쪽으로 갔어요.
번들번들한 대머리 아저씨는 명주네 양복점 쪽으로 갔어요.
연두색 양복에 하얀 단추가 3개 달려 있었어요.
이렇게 하여 증언을 토대로 범인의 몽타주가 완성되었어요.
범인은 계속 도주중이며 모습을 감추고 위해 계속 변장을 하고 있습니다.
범인이 도주하고 난 다음 증언하는 아이들의 모습 뒤로 보면 상가주인들이 뒤늦게 물건이 없어진 것을 알고 폴짝 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또한 봉치과는 치아교정기 특별할인이라니 재미있고 알뜰한 도둑이지요.
그런데 이게 도둑 찾기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번쩍번쩍한 치아 교정기를 끼고, 미래 이용원 쪽으로 갔어요.>란 단서를 듣고 뒤따라오면 모두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고,
<연두색 양복에 하얀 단추가 3개 달려 있었어요.>란 마지막 단서까지 모두 건네 받았지만
이번엔 모두 초록색 양복이나 윗도리를 착용하고 있어요.
작가는 친절하게 흑백으로 처리한 그림에 증언을 토대로 한 인상착의 핵심에 색을 칠해 눈에 띄게 해주었지만....
역시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미 작가는 도둑을 잡을 수 있는 단서들을 이곳저곳에서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아예 ’힌트’라고 써 놓고 독자에게 알려주고 있지요.
아이도 중간쯤 찾다가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고
증언을 토대로 기록하고 그 옆에 괄호를 치고 자신이 발견한 단서들을 적기 시작했지요.
그리하여 도둑을 검거하긴 했는데.... 과연 누가 도둑일까요?
그래도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마지막 장에 죄수호송을 살짝 보시면 알 수 있답니다. 얼굴은 여전히 검은색으로 처리되어 있지만요.
경찰서의 모습입니다. 경찰관에게 욕을 하거나 멱살만 잡아도 벌금과 구속영자이 발급된다는 경고문이 눈에 띄네요.
CCTV도 보이고...벌써 긴급수배에 오른 도둑의 몽타주도 보입니다.
은지는 개를 데리고 온 용의자의 개를 보며 말합니다.
- 엄마 경찰이 잡으러 오니까 막 뛰었나봐. 개가 숨차서 헐떡거린다.
자! 다시 책으로 돌아가 용의자들의 증언이 정말인지 찾아 볼까요?
도둑을 찾았든 못 찾았았든 그래서 또 한참을 보게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