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선 글, 김은주 그림 <아빠 고르기 > - 논장
아이들은 어떤 아빠를 원할까요?
그 전에 나에게 묻습니다. 나는 어떤 부모를 원했는지를요.
사랑 받을 만큼 받았고, 교육도 남들 받는 만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늘 부족하게 느낀 건 돈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 등록금 내랴, 딸 결혼비 더해주랴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일하시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
돈이 많은 부모를 만나면 행복할 것 같았어요.
사랑을 받을 만큼 받았기 때문에 느끼는 호사겠지요.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돈도 아닐거에요.
나랑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을 간절히 원하지 않을까요?
우리 아빠 세대는 돈을 벌어주면 모든 것을 다했다고 여겼던 세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빠들은 쉬는 날은 아이와 놀아줘야 좋은 아빠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저부터가 신랑에게 아이와 놀아 줄 것을 요구하거든요.
이야기의 시작은 세상에 태어나길 대기하는 아이들이 아빠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8-9살 정도 되어 보입니다. 이 책을 읽는 연령대의 아이들로 그려졌어요.
그래서 딱 그만큼의 생각과 기준으로 아빠를 고릅니다.
돈 많은 아빠도, 잘 생긴 아빠도, 똑똑한 아빠, 술고래 아빠도 아이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자녀도 그들의 관심의 대상의 부속물로 여기는 것이 못마땅했지요.
돈 많은 아빠는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아들을 원했고,
잘 생긴 아빠는 자신의 잘생긴 유전자를 남겨 사람들이 기억하길 바랬기 때문에 아들을 원했고,
똑똑한 아빠는 자신이 공부 못한 한을 풀기 위한 것처럼 공부만을 외쳤습니다.
술고래 아빠 역시 술 때문에 마누라가 도망갈까봐 아들을 원했던 것입니다. 술고래 아빠는 최악이기까지 했어요.
아빠노릇은 커녕 어른 노릇도 못하게 보였으니 말이죠.
그런데 아이의 눈에 띈 건 부적격 명단에 있는 형편없는 아빠였습니다.
소위 어른들의 기준으로 볼 때는 형편없고 쥐꼬리 만한 월급으로는 아빠의 역할도 못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인데
아이는 그 사람을 아빠로 택합니다.
어른에게 묻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아빠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돈이 많고, 잘 생기고, 똑똑해서 아이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이가 정말 원하는 건 관심과 사랑인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아주 소박한 것이었던 거지요.
또한 아빠를 향해 놀아주지 않는다며 볼멘 소리를 하던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너희들이 선택한 아빠라고. 어떤 환경에서든지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은 아빠를 고르기 위해 대기하던 하늘에서부터 친구였어요.
주변과도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를 소통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졸업식 때 아이들의 사진에 꿈을 적어 동영상 파일로 보여 주었는데 '예쁜 엄마'라고 쓴 아이가 있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의사, 선생님.... 인데 '예쁜 엄마'라고 쓴 아이는 바로 우리 딸이었어요.
아이 눈에는 최고로 예쁘고 최고인 엄마.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언제나 부족한 딸을 다그치는 엄마입니다.
그런 부족한 엄마를 최고로 여기는 딸을 너무 사랑해요.
공부해라, '~하지 마라'를 외치는 엄마인데 아이를 통해 무엇을 바라지 말아야지 다짐합니다.
그저 사랑하며 사는 것을 감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