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책 뒷표지에 엄마를 기다리는 소년의 뒷모습은 왠지 소년이 아직도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애틋했다. 왠지 책의 마지막 장면보다 뒷표지의 여운이 길다. 그래도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여 그랬을거라 믿고 싶었다. 그러나 원문의 내용으로만 볼 때는 아직 소년은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해석하기 어려워서 은지한테 물어봤다. "이 아이 말야 엄마를 만났을까?" "아니 못 만났 것 같아."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엄마 손 잡고 올라가는 아이 보이잖아." "내 말이 맞구만. 엄마가 시장갔다왔나 보네. 엄마가 사탕도 사줬다. 근데 이 아이는 아직 정거장에 있다."며 책의 뒷표지를 가리킨다. 아이 역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만난 것 같기도 하고 못 만난 것 같기도 한 해석.   김동성 선생님의 탄탄한 전략적 그림에 빠져 이야기의 서술을 놓친 것이다. 글에는 전혀 산동네에 산다는 내용이 없지만 나는 그 소년은 산동네에서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산동네에서 고불고불 추운 바람 맞아가며 그 내리막길 넘어지며 걸어왔을 소년의 모습을 생각하며 더 가슴이 짠했던 것이다. 어쩐지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싶었는데 현실과 상상의 구분을 놓친 것이다. 물론 독자가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은 많다. 대체 아이의 엄마는 어디 갔을까? 왜 어린 아이를 두고 갔을까? 왜 이 아이는 혼자 엄마를 마중 나왔을까? 엄마랑 둘이 사나? 엄마가 죽었을까? 엄마가 그리워 매일 기다리고 있는걸까? 이 아이게게 기다릴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궁금증은 엄마마중의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은지에게 물어봤다. 은지야 이 아이 엄마가 어디로 갔을까? 은지도 모르겠단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시장 간 것 아닐까?" 은지는 엄마의 부재가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은지야, 이 소년이 엄마를 만났으면 좋겠니?" "응. 만났으면 좋겠어."  마지막 페이지 눈 오는 밤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올라가는 아이. 그 장면은 우리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함 아닐까? 나도 아이가 엄마를 만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 그림책 읽다가 김주영 소설 "홍어"가 생각났다.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돌아오던 날 밤 신발을 거꾸로 신고 집을 나가버린 엄마. 마치 눈에 찍힌 발자국만 보면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떠난 엄마. 그 엄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말이다. 어딘가 일기를 들쳐보면 느낌을 써 놓은 것이 있으려나? 내게도 독서노트가 필요해.

 

2. 은지의 기다림

 이 책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아이는 기다림을 알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보다 더 한 기다림.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가슴 저리고 시린건지.

 

"엄마, 왜 울어?"

"응, 슬퍼서...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네.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으면 혼자 마중 나갔겠어?"

"응. 나도 슬퍼. 근데 눈물은 안 나고."

슬프지만 눈물은 안 난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넌 엄마를 이렇게 기다려 본 적이 없으니깐 덜 슬퍼서 그런거야."

"아냐. 나도 엄마 기다려 본 적 있어. 엄마가 언제 오나 하고 쳐다보고, 또 어디까지 왔나 생각하고 그랬어. "

그러면서 아파트 앞까지 왔나? 엘리베이터까지 왔나? 문앞까지 왔나 생각했단다. 오! 이런 표현을 쓰는 은지에게 내심 놀랬다. 공간을 좁혀오는 솜씨. 지금 정확히 어떤 지점을 이야기 했는지 기억안나는데 요런 식이었다.

"니가 언제 날 기다렸니?"

"애기 때. 아주 애기 때. 은수보다 더 아기 만했을 때 말야. 너무 애기때라 엄마는 기억이 안나?"

"그랬구나. 엄마는 늘 너와 함께 했던 것 같은데..."

  

  이태준 작가의 어린시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기에 이처럼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남길 수 있었던가 보다. 들어가 어릴 적 이태준 작가일지도 모르는 이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런다고 이 아이의 그리움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태준 작가의 삶은 참 고달프고 안스럽다. 6세에 아버지를 잃고 9세에 어머니를 잃은 그 심정이 오죽했으랴. 김동인. 이효석과 함께 미문장의 대표작가로 한국단편소설의 완성자이며 1930년대 걸죽한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작가의 이름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들었다. 아마도 월북한 작가이기 때문에 최근에서야 그림을 통해 만나지고 있는 것인가보다. 월북한 그는 친일파적이고 부르주아 반동작가라는 이유로 숙청당했다고 한다. 저서로는 소설집『세 동무』『가마귀』『별은 창마다』『복덕방』등과 소년 소설「물고기 이약이」「슬픈 명일 추석」「몰라쟁이 엄마」「슬퍼하는 나무」등이 있다. 그의 소년 소설 대부분은 잡지『어린이』에 발표한 것으로,『돌다리』가 있다. 대부분 그의 소설은 일제시대적 배경의 아픔보다는 고아로서 겪는 아픔을 그린 작품이 많다고 한다. 

  때론 비평가들이 일제시대의 사회성을 반영하여 기다림을 해방에 비유한다고도 하지만 나는 지금처럼 어떤 비유도 하지 않고 엄마를 기다리는 그 애타는 심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3. 옛 종로를 찾아(부천영상단지)

  은지와 함께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면서

  "은지야 우린 지금 과거로 가고 있어.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이 보이면 ’엄마마중’에서 보았던??는 엄마마중을 외치며 통로를 걸어간다. 은지가 그 아이가 탔던 기차가 궁금하다길래 옛 종로를 찾아 가게 된 것이다. 큰 이모랑 한 번 간 적 있는데 서울에 살았던 큰 이모가 이것 저것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정말 똑같다면서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생각났다. 어른에겐 옛 향수를 우리 젊은 세대에게는 지난날의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세계에서 천만 부 이상 판매된 'WONDERWISW' 시리즈입니다. 

  과학에 별 관심도 없었지만 학교에서 과학의 날마다 권장해주는 과학도서들이 너무 무서워서 과학은 공포였습니다. 그때문에 난 바다의 신비보다도 공포에 휩싸여야 했습니다. 지금도 난 물을 무서워합니다. 과학의 날을 맞아 문교부(당시 문교부가 맞지?)와 협찬으로 급조되어 만든 티 줄줄 나는 일회용도서들. 사진과 설명문형식의 글을 읽고 용케 독후감을 제출하고 상까지 받았지만 정말 감동받아서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책소개에도 세번째 강점으로 꼽고 있지만 과학자들과 교육자들은 과학과 동화를 접목시켜놓고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잘못만들어진 책으로 나처럼 과학을 두려워한 아이도 있는데 말이에요.

  그러나 이책은 과학에 희망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단계적으로 하나씩 끌어올리면서 목적에 도달하는 신통방통한 재주가 있습니다. 과학동화는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없고 지루한 책이 대다수입니다. 이처럼 많은 과학분야의 책들이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과학적인 지식과 상식보다는 동화적인 감상과 서정적으로 치우치기 쉽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수박 겉핥기 식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린북의 원더 와이즈 시리즈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깔끔한 문체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투로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통해 과학 그림책의 새로운 장르라도 찾은 듯 무척 기뻤던 책입니다. 깔끔하고 독특한 문체를 만나보세요. 무엇보다 내용구성이 탄탄하여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는 책입니다. 마지막 장에 <도움말>은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원더와이즈시리즈중 제일 먼저 읽은 책은 "머리위에는 뭐가 있을까?" 였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머리부터 우주까지 올라가버렸습니다. 은지는 중간중간 세상에서 가장 큰 생물은 나무라는 것도 알았고,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산이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냠냠-쩝쩝> 먹고 먹히는 동물들의 먹이사슬에 대한 책입니다.  흙을 뚫고 나온 작은 새싹을 시작으로 그 새싹을 먹은 애벌레, 그 애벌레를 먹은 귀뚜라미, 귀뚜라미를 먹은 거미, 거미를 먹은 도마뱀, 도마뱀을 먹은 작은 올빼미...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먹이 사슬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정말 커다란 동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금파리와 투구벌레의 알이 나옵니다. 알에서 나온 구더기가 죽은 동물을 먹고 썩은 음식을 먹어 치우면서 흙으로 가게 되지요. 흙 속에 미생물은 땅을 비옥하게 합니다. 비옥한 땅에서 또 다른 씨앗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누가 작은 새싹을 먹게 될까요? 여러 동물이 먹겠죠? 
하지만 애벌레가 제일 먼저 도착했어요. 냠냠 쩝쩝!” (이야기의 시작)

"누가 작은 새싹을 먹게 될까요? 
많은 동물들이 먹겠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이 먼저 도착했어요. "(이야기의 말미)

  아이는 책을 읽은 후 미생물이 똥이나 음식찌꺼기같은 것들을 먹는 다는 사실을 알 고 신기해했지요. 왜 '먹이사슬'이라고 부르는지 정확히 이해는 못했지만 은지말대로 쉽게 말하자면 '끝나지 않고 먹는 것이 돌고 돈다'는 것입니다. 정말 기막힌 표현이네요.

  이렇듯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먹고 먹히는 관계 때문에 큰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이는 그대로 받아 들인다는 것을 알았어요. 배가 고프니깐 먹어야 하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또한 파리나 미생물 등 작고 더럽고 하찮게 여기던 생물들도 이 세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지요.
 
  어느 날 아파트를 걸어가다 몸뚱아리만 남은 새를 발견한 아이들이 한참을 들여다보며 엄마를 부르더라구요. 전 또 뭐 신기한 것을 발견했나 다가갔다가 깜짝 놀라 뒤돌아서 아이를 불렀습니다. 끔찍해서 못 보겠더라구요. 집에 와서 큰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무섭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새를 먹지 않으면 고양이가 죽잖아. 일부러 그런거 아니니깐 괜찮아."
"그럼, 넌 새가 불쌍하지 않니?"
"아니, 새는 불쌍해. 근데 새도 벌레 먹잖아."
 아이의 대답에 굉장히 놀랬던 기억이 나네요.

 

<독후활동>

책 속의 동물들을 그려 코팅 한 후 이야기를 꾸며 보았어요.

먹고 먹히는 관계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가는 은지를 보며 재미있어 동영상을 찍어 보았습니다. 

시간도 늦었고 졸린데 이날 은지의 이야기는 네버엔딩스토리였습니다.

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냐는 엄마의 말에 은지가 자연의 법칙까지 들먹이며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끝나는 건 없어요. 밤은 끝나지 않아요. 밤이 오면 해는 어디론가 가고, 아침이 오면 밤이 어디로 가요." 라고 이야기했어요.

 

<책에 대하여>

1. 존 버닝햄

  존 버닝햄은 상상과 현실의 벽을 자연스럽게 그린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아이들의 일상이 늘 그렇듯 상상과 현실이 늘 같이 공존하니깐 아이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관심있게 읽어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건성으로 한 번 읽는다면 모른다. 처음 존 버닝햄의 작품 ’지각대장 존’을 읽었을 때 좀 당황스러웠다. 그때는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초기시점인데다가 아가씨였으니 아이들을 대해 본 적도 없고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별로 재미없는 그림책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교육학이 이론이 아니라 삶의 현 시점이 되면서 존 버닝햄의 책이 얼마나 멋진 책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존 버닝햄의 특징은 간결한 그림처럼 글 또한 참 간결하다는 것이다. 작가가 생각을 다 풀어서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림감상하듯 독자가 느끼는대로 독자에게 많은 생각의 여지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2. 책에 대하여

  왼쪽 페이지에는 주로 할아버지의 회상과 손녀의 상상을 담았고, 오른편에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일상이 그려진다. 손녀는 할아버지와 봄에는 씨앗을 심고, 여름에는 해변에도 가고, 가을에는 낚시를 하며, 겨울에는 할아버지와 스케이트도 탄다. 할아버지와 1년을 보내는 동안 아이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책에서 보면 여전히 손녀는 어리광 피우고, 고집있고, 소녀다운 아기자기함도 갖고 있다. 또 궁금한 것은 얼마나 많은지 소녀의 생각은 할아버지를 당황하게 할 때가 많았다. 1년을 아이게게 긴 시간이다. 그러나 여생이 얼마남은 할아버지에게는 손녀와 보내는 1년이 참 안타깝도록 짧은 시간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땐 말이다, 학교가 끝나면 한길에 나와서 굴렁쇠를 굴리며 놀았단다.

할아버지도 아기였던 때가 있어요?

 

나도 가끔은 잊어버리는 것. 우리 엄마도 언제나 엄마는 아니었는데....

창고에 거미줄과 먼지를 무겁게 내려앉았을 것 같은 할아버지의 어릴 적 장난감들이 왼편에 그려져 있다. 우리 엄마도 아끼던 물건이 있었을텐데.... 가슴 속에 무엇을 지니고 있을까? 이젠 늙는 것이 별로 두렵지 않다는 엄마는....

 

그 해 겨울 할아버지는 병이 악화된 것 같다. 소파 옆 테이블에는 담배 대신 약병들이 널려 있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할아버지가 늘 앉아계시던 초록색 소파와 테이블은 텅 비어 있다. 그리고 맞은 편에 조용히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렇게 할아버지의 부재가 어린 소녀에게 크게 와 닿게 할 수 있었던 작가의 역량. 영국의 3대작가라 불린만하다. 할아버지가 소녀를 처음 만났을 때, 같이 놀 때 늘 앉아 계시던 초록색 소파에 할아버지는 더이상 계시지 않다.

 

 

<독후활동>

존 버닝햄의 책이 좀 어렵게 느껴지는 건 독자에게 많은 생각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해보았다. 오늘은 아빠도 참석시켰다.

 

우선 이 책을 읽다 보면 3가지 의문점이 든다. 그것도 아주 강력히. 아이도 재기하는 문제. "대체 왜 이 아이는 할아버지랑 살고 있을까?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러나 누구의 대답도 같지는 않다.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만큼 아는 만큼 판단한다. 은지의 대답을 들어보면 내가 극성맞은 아들을 향해 했던 말들이 담겨있어 반성을 했다. "은수야. 넌 누구 닮아 극성맞니? 할아버지 할머니랑 좀 살다 올래?" 전혀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한 말인데 은지는 그 말에 정말 그럴 수 도 있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은지의 대답

1. 왜 소녀는 할아버지랑 살게 되었을까?

- 엄마, 아빠가 직장다녀서 종일반 보냈는데 맨날 엄마 아빠가 바빠서 봐 줄 수가 없었어.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보낸거야. 동생은 말을 잘 듣는데 얘는 좀 극성이거든.

2. 할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 응. 아파서 병원에 갔나? 아냐. 아무래도 할아버지 하나님한테 간 것 같지. 손녀가 너무 힘들게 해서 병들어서 빨리 죽은거야. 애 할아버지 말 잘 안듣고 그랬잖아. 할아버지한테 화내고 말도 안하고, 할아버지가 초코아이스크림이라고 했는데 딸기 아이스크림이라 우기고, 막대사탕 막대 필요하다고 막 사달라고 그랬잖아.

3. 그래. 그럼 끝에 유모차에 있는 아이는 누굴까? 소녀는 그 후 어떻게 된 것일까?

- 응. 동생이야. 엄마, 아빠가 동생도 있고 또 애는 극성맞아서 돌보기 힘들었는데 이젠 얘도 커서 동생도 잘 봐주고 엄마말도 잘 들을 수 있어. 할아버지 없으니깐 혼자서는 살 수 없잖아. 밥도 먹어야 하고.

->은지의 말 속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담겨있었다. 내가 놓친 부분인데 소녀의 성장이었다. 은지의 말처럼 동생도 봐 줄 수 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장 말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아이는 성장한 것이다.

 

엄마의 대답

1. 엄마, 아빠가 죽었다. 그래서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맡겨진 것이다.

2. 할아버지도 죽었다.

3. 입양 되어서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 말하고 보니 내가 소녀의 인생을 너무 가혹하게 한 것 같다. 엄마아빠의 죽음이 있은지 일년이 지나 또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니. 가족의 죽음에 대한 슬픔 가득 안겨주고 새로운 가족찾기 운동이라니.....

 

아빠의 대답

1. 부모님이 소녀를 키울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보냈어. 맞벌이나 이혼등의 이유가 있을것야.

2. 같이 놀다가 잠깐 어디 가신거 아냐? 병원에 가셨나?

3. 에헤. 이런 엄마 아빠가 동생을 낳아서 동생까지 맡겼나보네.

우리 신랑 내가 그림책을 계속 보며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하는 말이..... 어! 계절이 바뀌었네. 뭐? 테이블에 곰방대가 있었는데 약으로 바뀌었다고? 에헤~ 그럼! 겨울에 페렴으로 죽었네. 담배 많이 피워서 폐렴으로 죽었어.

-> 생각도 복잡하지. 꼭 맞추어야 하는 정답도 없는데 왜 그리 생각이 복잡하신지. 그런데, 아빠도 소녀의 성장을 읽었다. 잠깐 아이를 두고 외출 할 만큼 아이는 성장했고, 할아버지만 의지해 사는 것이 아니라 동생을 돕는 개체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 신랑과 은지의 책 읽는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긴장해야겠다.

원리원칙에 빠지지말고 느끼는대로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넓힐 것. 그런데 폐렴으로 죽었을거라니... 웃겼다. 

*같이 비교해볼만한 책*
릴리스 노만(미래&아이)의 우리할아버지 / 주경호 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했을 적에(보림)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 화만 내고 가족을 힘들게 하는 할아버지다. 여기서도 할아버지가 늘 앉아있던 의자는 초록색이다. 초록색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따뜻한 느낌! 가족애! 존 버닝햄의 손녀를 사랑한 할아버지와는 다소 비교가 되지만 세상을 떠나고 없을 때는 가족 누구나 할아버지를 그리워 한다. 특히 릴리스 노만은 인물의 표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주경호의 우리 할아버지는 제목 그대로 어릴 적에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에 대해 인형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