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할멈과 호랑이> 역시 많은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그 중 시공주니어와 보리 출판사 두 작품이 맘에 든다.

  같은 내용이지만 그림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책의 첫표지부터 살펴보자. 시공책은 할멈이 조촐하게 반찬도 없이 팥죽 한 그릇 들고 환하게 웃고 있고, 보리책은 할머니가 무서운 호랑이에게 둘러싸여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보리책 작가는 복숭아 꽃이 할머니지만 여자의 한 같은 것을 함께 겹쳐서 슬픈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꽃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 중에 그게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속지 또한 이야기의 한 연결부분이라 생각하여 옛이야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한지를 구긴 다음 구겨진 부분을 살짝 터치하여 벽화에 금이 간 것 같은 효과를 내고 그림자 느낌을 도입하여 본문 내용의 치밀함을 한 숨 돌리게 했다고 한다. 이야기의 대표적인 느낌을 앞고 뒤로 나누어 표현했다고 한다.   

  작가와 인터뷰를 읽다보니 작가의 치밀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치밀하게 그림을 정성들여 그리는 작가가 있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사실 전집에서 속지의 활용을 아는 작가들은 드문 것 같다. 알아도 예산상 문제때문에 활용을 안하거나.)

  사실 서정오 선생님도 옛이야기 작가로 유명하신 분이다. 애착을 가지고 연구 하시며 글을 쓰시는 분이다. ’오늘이’라는 제주도가 생기게 된 신화인데 이 부분은 워낙 판본이 많아서 출판사들도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 이왕이면 서정오 선생님이 쓰신 것을 택할까 생각한다. 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이제는 전설의 고향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엔 여름 특집 공포물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애착을 가지고 쓰시는 분의 글이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원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자체가 판본이 많다.

  음! 잠깐 이야기가 주제를 벗어나고 있는데 <팥죽 할멈과 호랑이> 에 숨겨진 옛이야기의 의미를 짚어보고 가자. 시공주니어 책에 실린 최인학 선생님의 해설을 몇문단 요약해 보았다. 

2.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의 숨은 의미들

  동물들이 등장하는 옛이야기를 보면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계속 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동물이 신적인 존재로 사람보다 우위에 있지만 동격으로 공존하다가, 마침내는 사람이 우위에 서게 된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는 동물이 사람보다 우위에 있던 초기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 가는 시대에 나온 이야기로 생각된다. 특히 할머니를 돕는 물건들이 돌절구, 멍석, 지게 등 농기구인 것으로 보아 농경 시대 이후 생긴 이야기일 것이다. <중간생략>

  <팥죽 할멈과 호랑이>는 우리 조상들의 풍자와 해학이 잘 살아 있는 이야기다. 호랑이는 아무 이유 없이 할머니를 잡아먹겠다고 하는 나쁜 존재이며 권력자를 상징한다. 작고 약한 물건들이 힘을 합쳐 호랑이를 혼내주는 결말은 백성들이 힘을 합쳐 나쁜 권력자를 벌주고 싶은 우리 조상들의 염원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준비한 음식이 왜 하필 팥죽일까? 팥은 붉은색을 띠는 곡식이다. 예로부터 붉은색에는 주술적인 요소가 들어 있어 나쁜 기운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동짓나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몸에 악귀가 붙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최인학-아동문학가,인하대 명예교수)

 3. 시공사와 보리의 본문 비교

 <백희나 그림, 박윤규 글 "팥죽 할멈과 호랑이". - 시공주니어>

개인적으로 한지로 표현 한 책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선택했는데 한지로 만든 할머니의 표정이 정말 예술이다. 물건들에게 팔과 다리를 만들어 움직일 수 있게 하니 인형극 같은 느낌이 더 들게했다. 그런데 우리 은지는 ’알밤 하나’ ’자라 한 마리’ 가 왜 여러 마리인지 이해가 잘 안가는 모양이다. 움직이는 것을 하나씩 나누어 표현한 거라는 것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나 보다.

  특히 할머니의 표정은 주목할만하다. 할머니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검버섯도 보인다.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에 다 빠진 이와 죽음을 기다리며 울다가도 다가오는 알밤, 자라.... 등등에게 팥죽을 퍼주는 인정많은 할머니. 얼마나 감정묘사를 잘했는지 자상한 눈빛 속에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게 될 할머니의 운명 앞의 서러움까지도 느낄 수 있다. 꼼꼼하게 물건 하나하나 할머니에게 걸어오는 모습 등을 묘사하고 다른 한 페이지에는 할머니의 동선을 따라 부엌의 면을 조금씩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고 있다.

  보리책이 할머니의 슬픈 감정을 복숭아꽃으로 표현했다면 시공책은 몇개 달린 눈 맞은 감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부분, 마지막으로 지게가 다가와 묻는 이 장면에서 "이 팥죽 먹고 나면 호랑이가 꿀꺽 잡아먹는다니, 에구에구 어찌할꼬" 를 아주 서글프고 감정이 복받치듯 더욱 오버해서 읽어 주었다. 그리고는 다음 호랑이가 왔을 때는 할머니의 감정이 많이 정리가 된 듯 도로 차분하게 읽어주었다. 글도 ’아 글쎄 , 집채만 한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거야.’, ’에구 에구 어찌할꼬’, ’아뿔사, 저게 누구야?’ 등 감정을 두드러지게 표현해주는 부사(?)가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국어공부한지 오래되서 품사가 좀 헷갈리는군)

  호랑이가 통쾌하게 고통당하는 모습은 필름이 지나가듯 빠르게 나누어 긴박감 있었고 눈이면 눈, 코면 코, 똥침이면 똥침... 호랑이가 당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어 더욱 유쾌하고 시원했다. 그리고 팥죽 할멈 집에 찾아온 평화. 할머니의 웃음은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들이 생각났다. 고생으로 쪼글쪼글 주름진 모습 속에 담겨진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선한 웃음말이다. 

 

<책소개>

 엄마가 이제 학교에 데려다 주지 않겠대요.

엄마는 우리가 밀림 속에 살고 있다는 걸 몰라서 그래요.

 

  여행 이야기는 타이틀 페이지(FUII 서명,저자, 번역, 출판사 등 책의 서지사항이 모두 포함된 페이지)부터 시작된다. 아이의 방에서 시작되는 이 장면은 아주 중요하다. 아이의 취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만 보면 아이는 어디 탐험이라도 떠나는 듯 하다. 침대 위에 보면 동물인형이 널려 있고, 침대길이 만큼 커다란 액자에는 밀림 속 동물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아이는 처음 엄마와 떨어져 학교에 가는 길이 두려웠을 것이다. 엄마에게 빨간 가방을 건네받고 아이는 학교로 향하는 길을 나선다.

(난 빨간 가방은 별로 신경도 안 썼는데 은지가 이 빨간 가방에 관심이 많아 특별히 빨간 가방을 건네받은 아이라고 수식어를 꾸몄다.)

이제 밀림 속으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문을 나서자 수 많은 거미들이 허공을 날아다니고 순한 양도 떼를 지어 가까이 있으니 두렵다. (사실 양을 가까이 본 적이 있는데 너무 더러워 솜털같은 이런 이미지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수풀 속에 숨은 호랑이를 지나 악어도 지나쳐야 한다. 무서운 아이의 걸음은 겁을 먹은 듯 자세가 불안정해보인다. 계속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만 하는 아이의 뒷모습은 엄마인 내가 억지로 떠민 것 같아 안스럽다. 그런데 이 아이 참 재미있는 아이다. 길을 멈추고 엄마에게 매달리듯 기둥에 몸을 기대어 있던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

 어떤 동물은 아주 위험해요.
그런데도 난 날마다 끄떡없어요. 
살아남는 재주가 대단한 거지요.

 

  그렇다. 여지껏 이렇게 살아남았다면 이 동물들은 자신을 헤칠 마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바꾼 듯 하다. 아님 정말 자신의 살아남는 기막힌 재주를 신뢰하거나. 그리하여 이 아이의 진정한 밀림 탐험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이젠 아예  빨간 가방까지 내려 놓고 물웅덩이에서 물을 마시는 야크 무리를 구경하는 여유까지 부린다.(또 여기서 은지의 관심은 빨간 가방을 두려가려면 어쩌고 길에다 내려 놓는가였다) 야크 무리가 공룡모습같아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에서는 금방이라도 화산이 터질 것 같다. (도시에 왠 산봉우리! 아이는 야크 무리를 구경하느라 멀리 산까지는 내다 보고 있지는 않지만 아~ 나도 아이의 상상에 빠져 책 세상이 변해 보인다. 밀림에서 선사시대라니 너무 멀리 갔지만...^^;)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물 마시러 갈 때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이젠 동물들의 움직임까지 궁금해하는 아이는 아주 대범하게 커다란 코끼리?? 모습과는 다르게 양팔을 허리에 올린 채 어깨만큼 다리를 벌리고 서서 당당하게 코끼리를 대하고 있다. 여기서 같이 사막을 건너갈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드디어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예상했지만 이미 얼굴에 두려움은 달아나고 없다. 즐기고 있는 듯 씩 웃고 있다. 나를 보면서 '정말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믿느냐'는 듯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 아이의 말은 사실대로다. 우리는 밀림에서 그동안 많은 동물들과 같이 지내고 있었다. 보이는 것만 믿는 우리는 보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는 마치 탐험을 하듯 많은 무려 36종의 동물들을 지나쳐 간다. 강을 건널 때 두 아이의 모습은 각오마저 대단해보인다. 긴 여정 끝에 그들은 학교까지 무사히 도착한다. 아슬아슬하지만 그 즐거움을 느끼며. 무서움을 승화시킨 아주 특별한 아이 덕분에 즐거운 여행을 함께 했다.

 

  이가 아플때 혀로 아픈 이를 꼭 누르며 고통을 즐길 때가 있다. 고통에 고통을 더함으로써 느끼는 쾌감. (사전적 의미처럼 쾌감을 얻기 위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있다.)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보니 갑자기 사디즘이 생가나네.

 

<독후활동>

1. 은지의 관심 빨간 가방

 

"은지야 빨간 가방엔 뭐가 들었을까?"

 

이녀석 요즘 내 질문에 받아치는 재주가 생겼다. 이건 내가 은지한테 자주 쓰는 건데...

 

"글쎄, 엄마는 뭐가 들어 있을 것 같아?"

"모르겠는데 뭐가 들어 있을까? 음~"

 

일부러 뜸을 들이는데

 

"엄마, 그러니깐 생각을 해야지. 그럼 우리 같이 생각해보고 이야기 하자."

 

할 수 없이 내가 먼저

 

"도시락 같아. 1984년쯤엔 미국도 학교에서 밥 안 줬나?"

 

난 판권을 보는 습관이 있다. 번역본일 땐 더더욱 꼼꼼하게 챙겨본다.

 

"보조가방 아닐까? 가방이 작아서 숙제나 책 빌린거 넣어가겠지."

 

은지는 유치원 가방이 작아 보조가방을 자주 들고 다닌다.

 

2. 숨은 동물 찾기

그리고 함께 동물 찾기에 나섰다. 찾다보니 우와 정말 엄청난 종류의 동물들이 숨어 있었다. 뒷 페이지에 나왔던 동물들을 보니 '뱀'이 있었다.

"어? 뱀도 있었네."라는 내 말을 듣더니 은수가 "뱀?" 하더니 책에서 뱀을 찾아주었다. 혀를 낼름거리며 '뱀,뱀' 하는데 그러고 보니 뱀 혓바닥도 쉭쉭 거리고 있다. 은수 한 건 제대로 했다. 안그랬으면 궁금해서 자리에서 못 일어났을텐데....

은지와 함께 숨어 있는 동물을  찾아 찬찬히 보고 있는데 하는 말이 "엄마, 밖에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숨어 있었어? 난 하나도 못 봤네. 내일은 유치원 갈 때 잘 살펴봐야겠다.조심해야지. 그런데 이렇게 커다란데 왜 난 못 봤지." 한다. 어디까지 은지의 말을 믿어야지? 나도 모르겠다.

1. 책내용

  해럴드는 자신의 상상대로 그림을 그리며 여행을 떠난다. 마을도 만들고 여행 떠날 길도 만들고.... 작은 그림을 그린 해럴드는 거인이 되어 바다도 건너고 산도 쉽게 넘는다. 때론 큰 그림을 그려 소인이 되기도 한다. 해럴드는 길을 되돌아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작다. 그래서 해럴드는 이번엔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집으로 통하는 문을 그려 집으로 되돌아온다. 여행이 힘들었는지 해럴드는 침대에 누워 곧 잠이 든다.

 

2. 꿈에서 

  난 해럴드 이 녀석이 무척이나 맘에 든다. 왜냐햐면 요 조그만 녀석이 자신의 생각대로 그림을 컨트롤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말이다. 한참 키가 크던 시기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곤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 동네에 넓은 도로가 생겼는데 난 항상 그 도로에서 귀신에게 쫓기곤 했다. 또는 전래동화에서 읽었던 나그네처럼 여우에게 쫓겨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곤했다. 운이 좋은 날은 호랑이 등을 타고 달려보기도 했다. (산속에서 길은 나그네가 여우굴에 들어갔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도망을 치는데 막다른 낭떠러지에 이르자 죽기살기로 뛰어 내린다. 죽었구나 생각하고 눈을 떠보니 호랑이 등에 올라타 목숨을 건졌고, 호랑이는 놀라 등에 붙은 무언가를 떼어 내기 위해 지칠때까지 뛰어 다니다 숨이 진다. 나그네가 정신을 차려보니 호랑이는 죽었고 호랑이 굴에는 보석이 많아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아무리 키가 크는 꿈이라지만 떨어질때 가슴이 공중에 떠밀리는 듯한 그 느낌은 꿈속에서도 생생하여 다시 잠들기가 두려웠다. 왜 무서운 꿈은 영화시리즈처럼 이어지는지. 행복한 꿈은 행복한 순간 깨어나 그 꿈을 다시 이어보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이 내 꿈을 컨트롤 하는 것이었다. 이건 내 꿈이니깐 내 생각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귀신을 피해 날아 도망가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는 됐구나 안도하며 뒤돌아보면 귀신도 날고 있다. 그럼 귀신에게 이건 내 꿈이니깐 사라지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형체없이 무서웠던 귀신은 무서운 존재는 아니었다. 오히려 꿈에서 깨어난 어스름한 물건들의 그림자가 어둠의 사람처럼 무섭게 느껴질 뿐 꿈은 더이상 무섭지 않았었다. 내가 그때 내 꿈을 컨트롤 하지 않고 계속 낭떠러지에 떨어졌다면 지금 내 키는 170CM는 넘지 않았을까?

  이젠 나의 어린 딸(5살,51M)이 말한다.

  "엄마, 어제 무서웠어요. 마녀가 나를 잡아 먹으려고 해요."

  "헨젤과 그레텔을 잡아 먹으려던 그 마녀가 너를 잡아 먹으려고 했니?

  "네. 정말 무서웠어요."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해. 자는 동안에도 하나님은 너를 지켜주셔. 그리고 그 마녀는 우리가 물리칠 수 있는 마녀야. 너도 힘껏 마녀 를 커다란 솥에 밀어 넣거라. 조금만 용기를 내봐. 하나님이 너를 도와주실거야."

은지는 그날 밤 마녀를 물리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마녀를 물리 칠 수 없었다며 무서워했다.

사실 아이가 정말 그런 꿈을 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두려운 일을 만났을 때 기도와 용기로 물리치길 바란다.

  "마녀를 솥에 밀어 넣지 그랬어?"

  "그런데 잘 안됐어요."

  "그럼 예수의 이름으로 물러가라고 외쳐라. 은지야 그건 네꿈이야. 너의 생각과 말대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어. 어떤 것도 널 절대로 해치지 못해. 걱정하지 마라."

  다음 날 은지가 말했다. 마녀를 힘껏 물리쳤다고. 비록 내 관심을 얻기 위한 거짓일지라도 기억에 남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마녀는 더이상 무서운 마녀가 될 수 없다. 마녀는 은지가 물리칠 수 있는 마녀가 되었으니깐.

 

  어릴 적 우릴 무섭게 하던 꿈은 나를 컨트롤 하는 능력을 키웠고 무서움과 싸울 수 있었다. 물론 세상에서도 그 컨트롤은 힘이 되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생각되로 T. T는 Think의 약자인가? 뭐 말은 안되는데.... 하여간 말이다. 내 생각되로 그림을 그려 넣고 힘을 그려 넣는 건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강한 능력이다.  

  아이들은 아무 곳에서나 자신의 상상을 펼쳐나간다. 은수는 잘 지워지지 않는 강력한 펜 하나 들고 엄마가 안 보이는 사이 책에다가 낙서를 해 놓는다. 엄마의 못된 생각으론 벽에다 낙서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책에다가 열심히 선들을 그려 놓는건 내가 책을 읽으며 줄을 긋고 글 쓰는 걸 봐서 흉내를 내는 듯 하다. 정말 은지는 책을 읽다가 노트에 쓸 것이 있다며 끄적이곤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는 순간 그것이 엄마가 아끼는 책이든 벽이든 그런건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그림으로 빠져드니 말이다. 내가 보기엔 그저 낙서같은 그림일 뿐이지만 아이의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그 그림은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별이 된다. 아름다운 자연이 되어 살아 숨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난 은지가 그린 나무 그림이 참 좋다. 어느 날 그림을 건네주며 "엄마 멋지지. 나무는 말야 뿌리가 땅을 꼭 붙잡고 있어서 쓰러지지 않는데. 봐봐. 얘는 사과도 열리고 귤도 열리고 딸기도 열렸다. 아주 많은 과일이 열렸어. 그래서 무겁겠지. 그래도 얘는 괜찮아. 뿌리가 많아서 쓰러지지 않아. 바람이 많이 불어도 괜찮아." 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나무에 대해 배웠다고 했는데 나무 밑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가느다란 수염처럼 그렇게 상상했었나보다. 은지가 그린 나무는 오징어처럼 생겼다. 하지만 유화백의 설명을 듣는 순간 그림은 바다에서 나와 산으로 가 아주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모든 과일이 다 열리는 나무라니 마당이 있다면 한 그루 심어 열매를 따 먹고 싶었다.

  우주과학관 생태관에 나무 밑 땅속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어 보여주었다. 은지는 나무의 가는 수염뿌리, 굵은 뿌리, 그 밑을 기어다니는 지렁이와 지네, 쥐 등을 아주 관심있게 보았다. 은지가 그때 그린 나무 그림이 정말 멋졌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은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뿌리가 다르게 생겨 실망하지는 않은 듯 하다. 그것을 보고 온 뒤로도 은지의 나무는 아직도 예전 같다. 자신의 나무도 하나의 뿌리종류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여러과일일 열리는 아직 보지 못한 나무니 정말 뿌리가 그렇게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생각한다.

 

  그런데 왜 자주색 크레파스일까? 아이들은 자주색보다 원색을 더 좋아하지 않나?

 

3. 활동

은지에게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커다란 상자가 있어. 배가 고파 밥을 차려 먹고, 공을 가지고 놀았어. 그러다 졸려서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지........

은지가 무척 즐거워했다. 계속 또 듣고 또 듣길 원했다. 본인도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해주고 필요한 것은 그림을 그려가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