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날개를 펼치자 <2008년 5.18 기념재단 문학공모전 입상작품>이란 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총성'이란 말에 꽂혀 전쟁을 연상하고서는 혼자 많은 것을 감당했던 어머니들의 삶을 생각했었다니 웃음이 났다.

그러나 그곳에 어머니가 있었다.  딸을 지키고자 했던 어머니.

딸의 죽음에 오열하고 더 이상 젊은이들의 죽음을 막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

 

사람과 사람을 죽이는 것... 그것이 전쟁이지 무었이겠어.

이념과 정치가 무엇이길래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했을까?

명령에 따라야만했던 젊은 군인들과 이유없이 무력에 피를 흘리며 죽어야했던 5.18은 욕심이 부른 전쟁이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5.18 민주화 운동'의 발단과 이유 등은 기록하고 있지 않다.

치매 할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엄마를 따라 내려 온 손녀 나빛과의 갈등,

자신의 어려움은 관심도 없고, 돈돈을 외치는 엄마, 오빠만 위하는 그런 엄마와 나빛과의 갈등,

 '5.18 민주화 운동'이 남긴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되는 슬픔으로 인해 엄마와 외할머니간에 드러나는 갈등이 격화되면서

분홍 원피스를 둘러싸고 가족간의 소통이 시작된다.

아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큰 정치적 아픔과 이념보다는 가족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5.18 민주화 운동'의 폭력성이 남긴 상처와 가족간의 사랑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읽기 전에 '5.18 민주화 운동'에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좋지 않았던 모녀관계를 유지했던 엄마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병간호를 위해 시골에 딸아이와 함께 내려온다.

그 아이가 나빛이다.

나빛은 지루하여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곳간에서 낡은 초록색 여행 가방에 담긴 분홍 원피스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 낡은 사진 속에는 이마에 점이 있는 엄마의 어릴 적 사진을 보게 된다.

 

분홍 원피스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어 갈 쯤...

한밤중 곳간으로 들어가는 할머니를 따라 나선 나빛은

어두운 곳에서 할머니를 찾기 위해 곳간의 불을 켜는 순간 할머니의 기억 속으로 따라 가게 된다.

나빛은 할머니의 기억을 맞추며 할머니를 돕고자 애를 쓴다.

할머니의 기억 이동이 순간적으로 장소가 바뀌는데다가 

처음에는 현실과 구분이 잘 되지 않아 헷갈렸다.

 

할머니가 찾고 있는 건 바로 분홍 원피스다.

그리고 할머니를 도우면서 엄마의 상처를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할머니는 쌍둥이의 생일 날, 이상한 소문이 도는 광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 딸을 찾아 나서고

그곳에서 딸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면서 역사의 현상 속에 있게 된다.

 

언니는 계엄군에게 죽고, 외할아버지는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화병으로 죽고,

외할머니는 광주 진상규명 운동을 한다며 집안 일과 엄마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것이 엄마에게는 큰 상처였던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딸을 지켜주고 싶었으며

딸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어 주기 위해 돈을 벌고 싶었던 것이다.

 

계엄군, 시민을 죽인 군인들은 무조건 나쁜 놈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밀집 모자 아저씨를 통해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희생자임을 알게 한다.

그들 또한 그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고통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난 후 책의 표지가 다시 보인다.

나빛에게 분홍 원피스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외할머니의 모습,

딸에게 생일 선물로 전해주러 가는 버스 안, 시민들의 죽음.....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왼쪽 이마 눈썹 위에 작은 점이 보인다.

그리고 중앙에 사진은 젊은 적 할머니와 죽은 큰 이모 사진임을 알게 된다.

 

죽은 큰 이모는 분홍 원피스를 입어 보지 못했다.

그 원피스는 그토록 딸이 갖고 싶어하던 것이었다.

외할머니는 분홍 원피스를 찾아 무엇을 하려 했던 것일까?

함석진. 신현정  글, 이경국 그림 <부글부글 땅속의 비밀 화산과 지진> - 웅진주니어

야무진 과학씨; 4

 

 

 

2011년 3월 11일 오후. 일본 동부지방에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고, 지진의 영향으로 대형 쓰나미가 일본을 덮쳤지요.

또한 일본에 발생했던 지진의 영향으로 백두산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화산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세상을 공포로 몰아 넣는 것일까요?

그러한 아이들의 궁금증과 두려움을 해결해 줄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합니다.

 

지구의 구조와 형태를 소개하며 맨틀과 판, 화산과 지진, 쓰나미 등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을 읽으며 아이들이 거대한 지구의 움직임을 그려 보기란 어려운 일인데,

책에 나온 실험을 통해 그 원리를 이해하며 커다란 지구의 움직임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답니다.

실험 또한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로 할 수 있는 것들이라 더더욱 도움이 됩니다.

최근 일어난 중국 산시성의 지진이나 아이티의 지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를 다루며 규모, 진도. 피해 등을 설명하며

3월에 일어난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와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책을 구입할 때마다 함께 읽어보는데 제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도움을 얻은 책이었어요.

지구의 구조와 움직임을 통해 지진이 일어나는 현상, 이때 판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마그마,

판의 틈으로 빠져 나오는 화산, 그리고 쓰나미의 움직임과 위력 등....

순차적으로 풀어 놓고, 실험까지 연계되어 지구 움직임과 지진과 화산 관련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을 이야기로 이끌 화자는 바로 마그마 '매그'입니다.

지구의 속과 밖을 자유롭게 따라다니며 아이들은 흥미롭게 과학여행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야기는 화산과 지진의 원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인류가 끊임없이 화산과 지진이 일어나는지 연구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지진은 지구가 활동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며, 지진이 무엇인지 왜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화산과 지진이 무섭고 그 피해가 클수록 연구하고, 관찰하면서 대비책을 마련해야겠지요.

 

그렇다면 화산과 지진이 우리에게 나쁜 영향만 미칠까요? 당장 보이는 결과만 가지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화산은 지구 속에  있는 뜨거운 열을 내보내는 통로입니다.

그런데 화산이 폭발하지 않으면 계속 뜨거워지면 지구가 한순간 폭발할 수도 있고, 결국 지구는 사라지겠지요.

또한 화산활동으로 생긴 아름다운 관광지와 온천 등을 제공하고, 영원한 에너지인 지열 에너지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피해를 매일 접하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화산과 지진에 과학적 이해와 필요성, 지구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성이 재검토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열 에너지의 대안 뿐만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에너지를 사용할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될거에요.

과학자란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자연에서 해답을 얻는 일도 과학자가 할 일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이미 추아 글, '타이거 마더(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 -민음사

 

  '에이미 추아'는 현재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며, 두 딸은 클래식 음악에서 각각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정도 프로필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혹했다. 과연 두 딸의 성공에 숨은 그녀의 비결은 무엇일까?

  난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확실히 소홀해졌다. 그러다보니 드는 의문은....어떻게 자신의 일을 병행하며 두 아이의 재능을 키울 수 있었을까? 아님, 그냥 부모의 명석한 두뇌를 이어받은 건 아닐까? 또한 돈이 많은 부모니 유명한 교수에게 레슨을 받은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뭔가 또 다른 비결이 있을 것만 같았다. '타이거 마더'라는 제목에서 풍기듯이 '에이미 추아'는 무서운 엄마였기 때문일까? (저자가 말하는 '타이거 마더'란 자신이 호랑이띠니 그 추진력을 발휘했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무서운 엄마'란 통용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저자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안다는 듯 자신만의 교육노하우를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교육방식을 서양과 동양(중국식)으로 나누어 자주 비교했다. 서양부모들이 아이를 존중하고 마음이 다칠까봐 조심스러워하며 자식들의 눈치를 살피고, 배려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을 나태하게 만들고, 엄마 또한 나태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본인은 중국식 교육방법으로 아이를 위한 계획과 희생으로 아이들의 천재성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물론 두 딸은 엄마의 노고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두 딸과 함께 레슨을 배우며 음악을 듣는 귀를 열었다. 그리고 두 딸의 연주에 감동했으며 레슨과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도록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에겐 목표가 세워진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으며, 부모에게 불복종이란 있을 수 없다. 그녀의 뜻대로 두 딸이 따라오지 않을 때는 막말도 서슴치 않았으며,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모욕했고, 그로 인해 돌아오는 비난의 화살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녀는 엄마라면 당연히 그런 미움까지도 받아들여야 하며 언젠가는 그들도 인정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도 그렇게 교육받았으며 성공했고,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현재는 부모님이 옳다고 믿고 자신을 만들어준 부모를 존경하니깐. 하지만 세대는 변한다. 서양적 사고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닐까? 만약 그녀가 부모님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엘리트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면.... 그럼 존경할 수 없다는 것인가? 중국식 방법이 실패한 사례와 서양식 방법이 성공한 사례의 비교가 없었으므로 극단적으로 이분법적인 그녀의 사고가 독단적이라고 느꼈다.

  그녀의 교육방식(아니, 그녀의 교육방식이 얼마나 확고하고 구체적이며 계획적인지 정책이란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을 정리하면, 아이들에게 자유란 방종일 뿐이며, 무엇을 선택하고 나아갈지는 앞서 살아 온 부모가 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은 부모를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따라야하며, 감사해야 한다. 동양권의 부모자식관계는 서양보다 딱딱하고 권위적이지만 끈끈한 정이 흐르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 끈끈한 정을 받치고 있는 것은 아마도 '희생'아닐까?

 

  이 책이 미국에 출판되었을 때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을지 상상이 간다. 솔직히 말하건데 난 아이들에게 별로 다정하지도 못하며, 아이가 그 날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아이를 다그치고, 남과 비교하며, 겁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에이미 추아의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교육 방식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에이미 추아의 교육에 대한 열의와 정성은 대단하다고 인정한다. 그녀는 교수의 직분을 다했으며 아이들의 일에도 늘 철두철미했고, 거기다가 책도 썼다. (대체 잠은 언제 잤을까?) 그런데 말이다. 내가 정말 에이미 추아의 방식을 인정할 수 없었던 건,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이었나? 하는 것이다. 학교가 파하면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 없이 집에 와서 레슨, 비행기를 타고 오고 가며 또 레슨, 연주회.... 가족 여행 중에도 연습을 빼먹지 않기 위해 피아노를 예약하여 연습하고, 식구들과의 저녁도 포기한 채 둘째  딸 룰루와 기싸움을 벌이는 엄마. 성공에 대한 기쁨은 있으나 두 딸에게 인생에 대한 감동이 있었을까?

 

  정직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나 다 인정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란 단서가 붙는다. 큰딸 소피아는 엄마의 계획대로 잘 따라와주었기 때문에 촉망받는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작은딸 룰루는 반항적인 기질로 인해 자신의 교육방식과 맞지 않았기에 바이올린을 그만두었다고 말한다. 룰루가 바이올린을 취미로 하겠다며 테니스에 빠지자 그녀는 딸을 위해 테니스에 대해 공부하고, 레슨을 알아보고 정보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룰루는 엄마가 인생에 간섭하는 것이 싫다며 자신을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그녀는 입버릇처럼 룰루는 반항적이라고 말하지만, 단호하고 주장이 확실한 면에서 룰루가 더 엄마와 닮은 것 같다.

  그녀는 말한다. <뭔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을 잘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도 엉망으로 하기 일쑤다. p 256> 이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우린 좋아하는 일을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또한 아이를 위한다고 너무 조심하고 다그치지 않는 것도 아이를 망치는 길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아이들에게 약간의 자유라도 허락했다면....과연 소피아는 재능있는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을까? 반대로 룰루는 촉망받는 바이올린연주자가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아이의 성향에 맞게 내 아이를 가르치고 사랑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서양식이니 중국식이니 그런 어려운 말로 비교하며 분석하지 않아도 난 나의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주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에이미 추아에게 배운다. 난 지금 일을 핑계로 너무 나태하다고. 다시 한 번 엄마의 저력을 발휘하자. 내가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인정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자신의 삶과 딸의 미래에 지극히 충실했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나의 미래에 그리고 두 아이의 미래에 얼마나 충실하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