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 대한 일화는 수없이 많다.

1. 개미의 집은 방이 얼마나 많을까?

은지가 어릴 적 하도 개미를 들여다 보길래 호기심 유발하는 말 한마디 던져 주었다.

"은지야, 우리 집 식구는 몇명이야. 4명이잖아. 우리는 방이 3개지. 그런데 개미들은 엄청 많다. 대체 얘네들은 방이 얼마나 있어야 살 수 있을까?"

그랬더니 은지가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얘네는 방이 천 일개쯤 되겠다." (은지가 엄청난 수를 헤아릴 때 쓰는 표현)

"집에 개미집 나오는 책 있는데."

은지는 그 말 듣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일어섰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동화책으로 된 개미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개미집에 대한 답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사실적인 정보보다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하기 위해 읽어 주었을 뿐이었다.

아이의 궁금증에 다 대답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 건드려 주기만 하면 된다.

2. 개미의 눈은 잘 보일까?

  징그럽다고 곤충을 보며 헤치면 아이는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 아이로 자란다고 한다. 생명 또한 하찮게 여길 것이다. 비록 나는 곤충이나 벌레들을 싫어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그러지 않으려고 애쓴다. 내가 아는 지식에 관해서는 다 말해주고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도 빌려온다. 세밀화가 더 좋지만 사실적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이 찍힌 책도 빌려온다. 아이들에겐 특색을 살려 그린 세밀화가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따뜻한 느낌을 주어 더 좋은데 과학책은 단행본을 찾기 어려운데다, 대부분의 과학전집에는 사진이 실려있다. 그래서 아쉽다. 따라서 사진 속의 리얼리티를 자랑하는 책들을 빌려오긴 하는데.... 정말 소름이 돋지만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읽어 준다.

  이번에 개미 관련 책을 빌려 온 계기는 이렇다.

  달팽이를 관찰하다가 달팽이는 더듬이가 눈의 역할과 코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이 그 기능을 잘 하지 못한다는 말을 한 적 있다.

  은지가 또 개미를 들여다 보고 있다가 물었다.

"엄마, 개미는 눈이 잘 보일까?"

"넌 어떻게 생각해? 눈이 잘 보일까?"

"안 보일 것 같아. 달팽이도 더듬이가 있는데 잘 안보였잖아. 더듬이 있는 애들은 눈이 다 안보이는 것 아닐까? 더듬이로 길도 찾고 냄새도 맡고 하잖아."

"우와! 은지야 대단한 추리력이다. 한 번 찾아보자."

라며 말은 했지만 실은 "개미는 눈이 잘 보인다 or  안 보인다"를 찾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나도 몹시 궁금했다. 

  도서관의 많은 책 중에 그 한구절 발견했으니 "개미는 눈이 안 보인다" 였다. 그러나 더듬이 있는 애들이 다 눈이 잘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정말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엄마 체면도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거봐! 도서관에 오니깐 책도 많고 개미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

"쿠키처럼 말야. 우린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조금 알고 있잖아."(쿠키 한 입의 인생수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오! 그래 맞아. 쿠키 같아. 많이 배울 수록 더 좋은 쿠키를 만들 수 있어. 우린 오늘 또 다른 사실을 알았으니 개미를 더 잘 알게 되었어. "

정말이지 내가 어렸을 때 이렇게 열심히 궁금한 것 찾아 공부했다면 지금의 난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3. 개미는 우리 집에 들어올 수 있을까?

아이들이 먹을 걸 들고 다닐 때마다 내가 하는 소리

"개미 올라. 단 냄새 맡고 먹을 것 찾아 온다. 얼른 제자리에 앉아 먹어."

그것이 걱정 되었는지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은지가 묻는다.

"엄마, 우리 집은 10층인데 개미가 어떻게 들어올까? 계단으로 오면 힘들텐데."

"10층인데 힘들게 계단으로 오겠어. 진드기도 잡아 키우는 녀석들이야. 똑똑하잖아. 엘리베이터 타고 올걸."

그 순간 나한테는 개미가 꼭 우리 집까지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마련 하는 것이 중요했다.

"엄마,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이만큼이나 벌어져 있는데 들어오지 못할거야. 개미가 다 저 구멍으로 빠져 버릴거야."

"어! 정말~ 하지만 개미는 우리 신발위에 올라 타서 따라 올거야."

"아! 그렇구나."

이 엄마의 거짓말~점점 솜씨가 늘어간다.

4. 엄마, 얘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을까? 먹을 거라도 발견했나?

그 전엔 개미들이 붙어서 더듬이로 서로 더듬는 것을 보고 다투는 건 줄 알았었는데 책에서 개미들의 대화수단임을 알았다.

그 후 개미들이 붙어서 더듬이로 더듬는 것을 보더니 은지가

"엄마, 얘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을까?"

하고 묻길래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니

"먹을 거라도 발견했나? 아님 오랜만에 만났나?"

하며 개미가 되어 두 마리의 개미 대화를 혼자 이끌어 나간다. 목소리 바꾸어 가면서 이러고 있는 은지를 보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