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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웅진) 을 읽고 몇 가지 활동을 했습니다.

<돼지책>에 대하여

앤서니 브라운은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다룹니다. 가볍지만 무겁게 우리의 일상에 깊게 파고듭니다. <돼지책>을 읽으며 우리 딸이 나를 생각했듯이 나 또한 우리 엄마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여성의 권위가 높아져서 가사노동은 여자의 것이 아니고 나눠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며, 그 여자라는 것도 엄마에게 많이 치우치기 마련입니다.
피곳씨와 사이먼과 패트릭은 좋은 집에서 살며 아주 중요한 회사와 학교를 다닙니다. 엄마 역시 직장을 다니지만 그냥 ’일’을 하러 가지 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습니다. 단지 그녀가 하는 가사일은 하찮은 듯 세 식구가 큰 화면을 차지한데 비해 작은 화면으로 나뉘어 그려졌습니다. 배경색 또한 세 식구의 화려함과는 달리 어둡고 침울한 색을 띄고 있으며 엄마의 얼굴은 표정이 어두울 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지면서 많은 것이 변하지요.
은지는 엄마가 사라졌다는 불안감에 당황스러워합니다. 엄마가 없어지면 밥은 어떻게 먹어야 할지 가장 걱정이랍니다. 사실 엄마와 밥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우린 태아일 때부터 엄마가 먹는 것을 받아먹고, 태어나서도 엄마의 젖을 먹고 살잖아요. 전 지금도 엄마의 따뜻한 밥이 늘 그립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곧 밥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집안의 모든 것이 돼지로 변하는 순간.... 아이와 돼지 찾기 놀이도 재밌습니다. 찾으면서도 미처 신경쓰지 않았던 세말한 곳까지 변하는 것을 보며 엄마의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낄 수도 있었고요.
창문너머로 보이는 늑대는 <늑대와 아기 돼지 세 마리>를 연상시켰습니다. 얼마나 불안했으면 늑대처럼 보였을까요. 또 엄마가 없는 남자 셋은 아기마냥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건 그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는 엄마였던 거죠. 돼지처럼 더러워진 그들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네요.
결국 피곳씨와 사이먼 패트릭의 이름 뒤로 엄마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엄마, 엄마..." 언제나 불러도 기분 좋은 호칭입니다. 이젠 내 이름 석자보다 더 정감있고 사랑스런 이름. 엄마의 이름 보다 ’엄마’ 라는 그 역할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같은 호칭이지만 가족의 생각의 변화에 따라 그 호칭의 존재감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온 엄마를 보며 은지가 소리를 지르며 반가워합니다. 다시 집안은 활기를 찾고 집안일은 분담되지요.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이나 여성의 역할 등 여성사회학적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존재감이나 역할 , 가사노동의 분담 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참 신기해요. 좋은 그림책은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림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침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내게 딸이 ’돼지책’으로 책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 하네요. 그래서 몇 가지 제가 생각한 활동들과 함께 적어 봅니다. 당연 제 딸이 만든 돼지책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