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 지음, 정병규 꾸밈 <달려> - 보림

 

<비가 오는 날에>를 읽으면서 흙과 풀 범벅 알싸한 비냄새가 났습니다. 비오는 날 땅을 마구 두드리며 흙에다 구멍 송송 내며 떨어지는 빗방울, 시원한 비가 생각났습니다.

 

<달려>를 읽으면서 바람 냄새가 났습니다. 믿으세요?^^ 이러니깐 꼭 교주같네요. 그런데 정말 바람냄새가 폴폴 풍겨오는 거에요. 사자소리, 치타 소리, 공작 소리... 그들이 정확히 무슨 소리를 내는 지는 모르겠지만 비 오던 날 구름 위에 모여 놀이를 즐기던 동물들이 땅으로 내려와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았어요.

심심하고 무료하게 뒹궁뒹굴하던 동물들. 공룡의 눈빛이 반짝 빛납니다.  

심심해......

심심해? 

달려.

그리고 너도나도 달리기 시작하죠.

 어제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 심심해지더라구요.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그네를 타던 딸도 미끄럼틀을 타던 아들도 내려와 달리기 시작했어요. 달리자고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마구 달리며 날 쫓아오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잡힐까봐 갑자기 조바심이 나는 거 있죠? 이 엄마가 주책입니다. 달리기 안 한지 오래되어서 아이들 상대로 죽기살기로 슬리퍼 신고 뛰어 다녔네요. 헉헉~ 잡혀줄걸. 어찌나 달렸던지 간밤에 다리까지 쑤시고.... 그런데 제가 후회했을까요? 아니요. 간만에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듯 너무 상쾌하고 좋았어요.

치타처럼 바람을 동그랗게 말아 올려 아이들을 그 회오리에 하늘로 쑹쑹 날려보내고 싶었지만.... 저의 속도는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정도라서 흙먼지만 탁탁 튕기며 달렸습니다.

 이런 책 소개는 안 하고 달려서 신나더란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그냥 달리고 싶습니다. 달리고 나면 답답한 마음 확 풀릴 것 같고 달리다가 하늘을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빛의 속도가 날 것 같아집니다. 하니가 왜 달렸는지 알 것도 같네요.

무료해 하던 아이들과 함께 달려보세요. 나도 모르게 즐겁습니다. 덩달아 즐겁습니다. 내가 왜 뛰고 있는지도 잊고, 처음엔 엄마를 따라 뛰던 아이들도 왜? 라는 생각을 잊게 만듭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따라 뛰던 동물들 표정이 즐겁게 바뀌었어요.

쿵!

하고 부딪히며 잠시 소란스러움도 있었지만 아픔따위도 잊은 책 또 다시 눈이 반짝.

달려

어찌나 빠른지 형체도 보이지 않고 바람을 가르는 속도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리고 바람만이~ 아니, 이걸 글도 아니고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하셨는지 이혜리 작가남 대단하세요. 연필가지고 쓱쓱 그었을 뿐인데라고 이야기하면 작가의 노고를 제가 너무 쉽게 말하는걸까요? 그런데 정말 쉬워보여요. 그러나 제가 이렇게 그리고 ’너무 빨리 달려서 바람만이 느껴질 뿐이야’라고 말하면 누가 제 그림을 봐주겠습니까?^^

이렇게 달리고 나면 동물들도 숨을 헉헉~

하아, 잘 놀았다!

입니다.

저역시 "헉헉~ 잘 놀았다!"였습니다.

 

<독후활동>

이 책 읽으면서 정말 정말 해보고 싶었던 달리기에요. 동네에서 달리는 모습도 찍어주고 싶었고,

그리 멀지 않은 공원 분수대에 가서 맘껏 뛰놀게도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쭈뼛거리며 성큼 들어가지 못하던 아이들은 물방울이 점점 옷에 튀자 맘껏 뛰어놀기 시작했어요. 누나의 손을 꼭 잡고 다니던 동생도 누나의 손을 놓고 맘대로 달리기 시작했죠. 가끔 누나에게 다가가 쉬가 마렵다거나, 넘어져서 아프다고 칭얼대면 누나가 데리고 턱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둘이 맘껏 놀게 나두었죠.

동생의 전화를 받고 오리백숙 먹으러 식구들이랑 가려는데 대체 나올 생각을 안해서 고생했네요. 차안에서는 금새 골아떨어지더니 그 맛난 닭백숙 오리백숙 냄새에 눈 뜨고 일어나 열심히 먹네요. 간식도 꽤 먹었는데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었나봐요. 또 다시 차안에서 금새 잠드는 아이들. 저 잠에서 에너지가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다 히로시 지음 ’사과가 쿵!’- 보림, 1996

 

난 사물인지를 위해 사물을 나열한 책보다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단편지식을 주입시키기 보다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표현과 사물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니깐.

 이 책은 사과를 먹을 때 사용되는 반복적인 의성어와 사과를 활용한 기발한 발상이 재미있는 책이다.

 

<만들기>

1. 빨간색 부직포에 사과를 만들고 밑에 사과그림과 같이 위와 아래 부분만 흰색 부직포에 고정.

 

2. 가운데 부분은 동물들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크게 조각을 내고요. 사과 안?U에 깔깔이 붙이기 (5등분)

 

3. 동물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고 다 먹고 난 후 비가 오면 책의 내용과 같이 동물들이 사과 속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면 됨

 

우리 은지는 마음이 참 따뜻한 아이다. 참 감사한 일이지.

동물들에게 사과만 나누어 주는게 아니라 자기가 먹던 양갱도 나누어 줬다.

또 내가 우산을 펼치면서 ’비가 오네’ 하면서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며 차갑다고 했더니 또 헐리우드 액션 들어갔다. ’앗! 차(거워)’ 하며서 호들갑이다. 그래서 우산을 주면서 ’동물들은 비를 그냥 맞네, 어떻게 할까?’ 했더니 본인은 비를 맞으며 동물들에게 우산을 씌어 주었다. 책처럼 동물들을 우산 처럼 생긴 사과 속에 넣으라는 의도와는 빗나갔지만 그래도 좋다.

물론 비가 오는 건 아니지만 은지는 상황설정 해주면 그 설정에 굉장히 잘 빠져들어 보는 사람이 착각할 정도다. 

<동행>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단어가 떠오른다. 요즘 누나의 독후활동에 관심과 참여율이 높아진 아들 은수. 그 연령에 맞는 <사과가 쿵!>을 읽어주고 활동을 해보았다. 물론 활동의 주는 은지가 이끌어 가고 은수가 누나를 따라 열심히 해본다.

 

같은 연령대로 비교해보면 은지의 감수성이 훨씬 높다. 은지는 내가 어떤 멘트를 던지면 그 상황에 맞추어 연출을 하는데 우리 은수는 별로 내 말에 신경쓰지 않고 노는 타입이다. 어떤 감정의 변화없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에 빠져 열정적으로 한다. 활동영역도 커서 놀고 나면 많이 망가져서 어떻게 하면 이쁘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튼튼하게 만들까를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