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아이들은 정말 상상도 못할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하지만 30대 후반 에서 40대 부모님들중에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내용이라 엄마인 제가 더 좋아해버린 책이에요. 부모님들이 옷과 학용품은 물론 심지어 빤스까지도 물려 입는 일이 당연시 되던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내용인 <내 빤스>(키다리).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고 부모님들께는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칠남매 중 막내인 철수는 큰형, 네 명의 누나들, 그리고 작은 형이 쓰던 물건들을 물려받아 씁니다. 학용품은 물론 옷가지와 심지어 속옷까지 물려입지요. 어머니는 재봉틀 한 대를 가지고 마치 마술을 부리듯 형과 누나들의 옷가지를 수선해서 형제자매에게 입히셨어요. 그 시절 알뜰하지 않은 엄마들이 없었는데 철수엄마는 딱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네요. 어느날 철수는 신체검사 하는날 리본이 달린 팬티를 입고 학교에 가서 옷을 벗고 검사를 받다가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하고 맙니다. 아무래도 리본 달린 팬티는 여자들이 입는 팬티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창피를 당한후 엄마, 아빠에게 헌 빤쓰를 입고 싶지 않다며 투정을 부리다 혼이 나고 그날 밤 새 빤쓰와 난닝구를 입고 하늘을 나는 꿈까지 꿉니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는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남자 빤스를 만들어 주시지요. 엄마가 만들어주신 강아지 빤스를 아끼고 아껴서 소풍날 입고 가겠다고 생각하는 철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저도 아끼던 새옷을 입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소풍가던 날이 떠오르네요.
이 책을 읽어주자 5살인 아이는 처음엔 당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뚱한 표정이었습니다. 왜 형팬티를 입느냐는 둥하면서 이해를 하지 못하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누군가에게 뭔가를 물려받을 일이 별로 없고 자신만의 물건을 구입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처음엔 공감대가 형성이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공감하지 못할 어린이를 배려해서 '엄마 아빠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이란 페이지에 신체 검사하는 날의 풍경, 재봉틀, 교복, 교모 가방 물려주기라는 내용을 실어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 부분을 읽어주자 아이도 그제서야 이해하는 듯한 표정이 되더군요.
저자의 집필의도를 보면 지금과는 다르게 속옷 하나도 새것으로 사 입기 어려웠던 시절 풍족하진 않았지만 가족이 있어 참 따뜻하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고 엄마와 아빠의 어린 시절 따뜻한 추억에 대해 얘기 들려주고 또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것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것인지 대화를 나누어 본다면 참 유익한 시간이 될것이 분명합니다.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이 될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