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은행나무, 2006)는 우리의 삶속에서 다소 무겁다고 느껴질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재미있으면서도 진중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작품속 주인공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씨는 무정부주의자로써 언뜻보면 비현실적인 인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우리 모두의 내면엔  우에하라씨의 마음을 닮은 모습들이 웅크리고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의 복지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혈세를 뜯어가고, 뜯어간 혈세를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데 급급한 정부에 대해 불만이 갖게되고 그러한 정부를 인정하기조차 싫어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다만 우헤하라씨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책임과 의무라고 뒤집어 씌우는 모든 제도에 대해 거부표시를 완강히 표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제도에 수긍한다는 차이점이라고 할까요.  때론 우헤하라씨의 행동을 통해 통쾌함을 느낄때도 있었으니 저또한 무정부주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계기로 해보았습니다.

 

 

 책 속에서 묘사되는 아버지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다보니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길어졌지만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초등 6학년의 지로군입니다.  지로군은  그 나이 또래가 겪는 지극히 평범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이지만  주변의 조금은 독특하고 다양한 환경으로 인해 조금은 빨리 성숙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어요.   한끼 밥양이 기분이 좋을땐 네그릇, 조금 우울할땐 세그릇이 될만큼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이나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고, 때론 감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때론 진중한 문제 앞에서는 초등학생다운 수준의 생각을 하며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해나가는 지로군.  그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생활과 사건들을 통해 내면이 더욱 성숙해가는 과정을 겪게 되고, 지로군이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저는 우리들의 평범한 삶에서는 맛볼 수 없는 희열과 분노, 통쾌함을 맛볼 수 있을 만큼 이야기는 흥미진진 했습니다. 

 

지로에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할 수 있는것은 의외로 아빠라는 존재입니다.   한번도 집 밖에서 일을 해보지 않은 아버지의 평상시 엽기적이다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 행동들로 인해 심지어 아버지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니까요.  알다가도 모를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밀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마치 한꺼풀의 안개가 걷히는듯한 느낌을 받을 즈음 지로의  가족이 도쿄를 떠나 남쪽의 섬으로 떠나는 것으로  1권은 아쉽게 끝나버립니다.    2권에서는 지로군의 가족이 정착해서 살아갈  그 섬에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오래된 물건에는 반짝반짝한 세 제품에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세월의 더께가 묻어 있지요.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구닥다리 오래된 물건을 무슨 재미로 쓰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오래된 물건들이 때론 누군가에겐 행복이고 추억이고 그 자체로 소중한 물건이죠.  디지털 시대에 느끼는 아날로그 삶의 도구들. 

 

 <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에르디아, 2013)은  저자 이정란이 자신의 삶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물건들속에서 느껴지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이야기 하며  오래된 우리 물건의 매력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아주 사소한 마음에서 모으기 시작한 낡은 물건들이 제대로 알고 보니 모두가 귀한 보물이었다고 말이요.  그가 책속에서  소개하는 물건들은 우리 조상들의 삶속에서는 흔하디 흔했던 물건들이지 지금은 그 흔적을 쉽게 찾아 보기 힘든 물건 들입니다.  반닫이, 뒤주, 사방탁자, 다듬이, 모시적삼, 목화솜 이불, 소반, 약탕기, 옹기, 보자기 등등  26가지의 멋스러운 물건들입니다.  생활이 빠르게 변하고 편한것을 추구하다보니 우리의 삶 뒤쪽으로 사라져버린 물건들.  하지만 그 물건들 속에는 삶의 지혜, 기다림의 미학,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넉넉한 마음씀, 남을 헤아리는 배려 등이 베어 있는 물건들이죠.

 

이 책에는 26가지의 오래된 물건들의 쓰임과 물건을 즐겨 쓰던 시대의 문화에 대한 자세히 설명과 더불어 현재에도  이런 물건을 소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오래된 물건과 벗이 되는 법'이란 코너를 두어 수리법, 구입법, 가격대, 구입처, 관리법, 물건을 고르는 요령 등에 대한 자세한 팁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처치 곤란인 물건이 저자에게로 오면 반짝반짝 명품골동품이 됩니다.   저자의 그 물건의 변신이야기를  듣다보면  혹시 내 주변에도 이렇게 멋진 명품이 될만한 물건은 없는지 살펴보게 되더군요.  원래도 저는 옛물건을 좋아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옛 물건, 오래된 물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갖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물건에서만 느껴지는 그윽함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고 그 물건에 대한 구입처, 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