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중반쯤부터 인가 '아 빨리 나도 나이를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서른 중반이 됐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해왔다.

아마도 서른 중반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자유롭고 편해져 있을 거라는 막연한 꿈을 꿔왔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내가 그렇게 꿈꿔왔떤 서른중반이 되었지만,

과연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 많이 자유로워졌는지, 더 많이 편해졌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열병을 앓듯이 하루하루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힘들고, 무언가 잔뜩 주눅이 들고, 나를 벌하면서 살고 있을 때

처음으로 말로모건의 '그곳에선 나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라는 책을 접했다.

 

그리고 나도 참사람부족 처럼 '더 나아지는 것'을 축하하기 위한 나의 이름을 지었고,

그렇게  더 나아지는 것을 꿈꾸며 살다보니 어느새 그 때 지은 내 이름에 걸맞게 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도 맞이 했다. 

 

그리고 또 언제부터인가 늘 시간이 부족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끼며, 무슨일이든지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는 나를 보며

앉아 있을 때 일어설 것을 생각하지 않고, 서 있을 때 걸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나를 또 다시 꿈꾼다.

 

그렇게 다시 '더 나아지는 것'이 필요 하다 느낄 때,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를 때

무탄트 메세지 두번째 이야기인 '참사람 부족의 메세지'를 만났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 누릴 더큰 자유와 더큰 행복을 위해 지금의 부자유와 불행을 참고 견디는것은 아닌지,

아니 어쩌면 이미 와있을지도 모르는 지금의 작은 자유와 작은 행복을  그냥 스쳐지나보내거나, 무시하며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보다 조금 더 단순해지고, 조금 더 즐기고,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건강해지고, 또  조금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참사람부족의 메시지를 느끼고 싶다....

 

 

 

 "당신에게 주어진 상황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 상황을 졸업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자신의 삶이 불만스러울지라도, 그 안에서 자신이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않는다면 그런 상황은 다시 닥칠 것이다."

 

 "무엇때문에 뒤를 돌아보면서 '그렇지 않았더라면'하고 후회하고,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거죠?

오늘은 새로운 날이에요. 우리는 새날을 맞을 때마다 앞으로 걸어갑니다. 오늘에는 오늘의 선택이 있는 거에요"

 

 "우리는 온갖 종류의 감정을 갖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문제를 푸는 열쇠는 판단하지 않고 사랑하는 겁니다.

어떤 것을 복잡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른 어떤 감정입니다.

사랑은 서로 돕고, 주고받는 것이며, 어떤 것이든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내 상황이 어렵다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아이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혹시라도 내 상황 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는지, 괜한 화풀이를 하지는 않는지를 신경쓰다보니

어쩔때는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 느껴지면 느껴질 수록 오히려 아이한테는 과장되게 표현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극도로 의식적으로 노력할 때만 가능한 일이고, 나도 모르게 흥분하게 되는 경우는

보통 아이가 아무 죄없이 내 기분 상태에 따라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소위 '운동'이라는걸 시작하면서 부터 온전히 독립하기전까지 약 6년 동안을

집안의 극심한 반대와 탄압(?)에 시달리면서 늘 내가 엄마에게 해왔던 말은 바로

 

'부모가 가장 바라는게 결국은 자식이 행복한거 아니겠느냐. 난 이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니

제발 엄마 기준에서, 내가 엄마가 원하는 삶대로 살기를 바라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숱하게 해왔다.

 

물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 뒤로 부모님도, 또 가족들도 반은 포기, 또 반은 내 삶에 대한 인정을 하시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늘 '내가 원하는 삶'을 가장 우선시해왔고, 또  '내가 바라는대로' 살려고 노력해왔으며 대부분은 그렇게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나 역시도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위해 가끔은 나를 죽여야 할 때도, 또 버려야 할 때도 있음을 종종 느낀다.

 

특히 내가 원하는 것과 아이가 원하는 것이 상충 할 때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선택해야 할지가 참 어려운 문제로 다가온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 '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 이다.

 

내가 아이를 낳고나서 늘 주변의 엄마들에게 해오던 얘기도 바로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 이지만,

'나의 행복' '엄마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과 무관하거나, 또는 아이의 불행을 가져올 수 도 있다는걸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떤게 과연 행복한 삶인지가 매순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나의 이런 어려움과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에는 좀 많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내용이 내가 듣고싶은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 엄마들' 얘기와는 무관하게,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를 다루고 있는데는  솔직히 실망감과 더불어 과도한 역할과 책임을 엄마에게 지우는 부담감도 느껴진다.

 

비록 남들 눈에는 냉정한 엄마, 이기적인 엄마로 보일지라도,

아이와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그런 엄마, 아이가 닮고 싶고, 아이가 존경하는 그런 엄마,

진정으로 행복한 엄마, 그래서 그 기운으로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나도 되고 싶다...

 

나도 이 책을 어떤 독자가 쓴 '리뷰'를 보고 구매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 2주쯤을 그냥 책꽂이에 꽂아놓았다가 최근에 급하게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되서 꺼내들게 되었는데...

사실 이 책을 다 읽은지 열흘이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리뷰를 쓰지 못한건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불편했던 탓이다....

 

아마도 재작년인가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 서점을 강타하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인문학 열풍이 몰아닥쳤다.

 

'인문학'이라.... 참 먹고 살기 어려운때에.... 라는 내 생각을 마치 꿰뚫고 있는 것 처럼

바로 이 책은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희망이 없기 때문에'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며,

바로 '인문학'의 힘으로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인문학'을 통해 달라지는 '존재'의 힘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이 시대를 극복해나가고, 세상과 소통하자고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최 극빈층이라 할 수 있는 노숙인들과 함께하는 인문학 수업에 대해 혹자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학 수업이 아니라 경제적 지원'이라고 말할 수 도 있다.

물론 나도 위와 같이 말하는 사람들 중에 하나여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과 부끄러움이 일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난한자건 부유한자건 빵'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바로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동물인 '사람'이라는 이유때문이리라...

 

그래서 노숙인이건, 극빈층이건, 기초생활 수급자건, 어떻게 사는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며,

인간으로서 갖는 자존감, 존중감,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야 하고, 또 만약에 그런것들이 상실되었다면

바로 그 '상실'로 부터 오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tv광고가 말해주듯이 '당신의 집이 당신의 품격을 말해주고'  '당신의 차가 당신의 가치를 말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이들에게

당신의 품격, 인격, 가치는 당신이 몰고 다니는 차나 당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매겨질 수 있는게 아니고,

 

바로 스스로 '삶의 의미'와 '인간으로서의 가치' '존엄성' 을 가질 때만이 현재의 어렵고 불행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며

바로 그 시작은  사회와 세상으로 부터 부정당하고 소외당한 '자신'을 되찾고 지키는 것이리라...

 

그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찾고, 바로 그로부터 다른 이들과, 또 사회와 세상과 다시 소통하며

그안에서 건강하게 관계맺을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