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부부가 결혼을 해서 같이 살면 두 사람이 사는게 아니고, 네 사람이 같이 사는거라고들 이야기한다.
바로 각자의 부모로부터 받아온 경험과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해서일텐데,
바로 아이를 낳아 키워보면 부부관계 뿐만 아니라, 아이를 기르는데도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특히 엄마로부터 받아온 영향력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를 보고 자란 딸들은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은 안살거야'를 부르짖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시절 유난히도 '아들'을 부르짖는 시부모밑에서 줄줄이 '딸'만 낳아 죄인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며느리가
결국은 극적으로'아들'을 낳으면서, 어느순간 자신의 시어머니와 똑같이 자신의 '딸'을 구박하고,
그 밑에서 구박받으며 자라온 '딸'은 할머니에게 한없이 구박당하며, 죄인처럼 살아온 엄마를 향해
'나는 엄마처럼은 절대로 안살거야'를 부르짖지만,
어느순간 자신도 결혼하고나서 자신의 엄마처럼 똑같이 '아들'을 편애하며, '딸'을 구박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고기도 자주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사랑도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을 줄 수 있는걸보면,
지금 이순간에도 내가 내 아이에게 하는 행동은 어린시절 나의 부모로부터 받아온것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과는 다르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고, 조금만 더 진심어린 애정과 눈빛과 손길이 닿으면
금새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 의심하지 않으며, 비록 자신을 나무라고 혼냈어도, 그 엄마를 다시 이해하고, 사랑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 사랑이 무조건적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아이를 보면서
아이들만큼 부모를 조건없이 사랑하고, 조건없이 용서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걸 느낀다.
물론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어른인 나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하는 법을
오히려 아이에게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돌보고, 기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통해, 부모가 진정으로 '사랑'이 뭔지를 배우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 우리 엄마도, 부모님도 이러셨겠지.' 라는걸 아이를 통해 하나둘씩 이해하기도 하니,
'너도 나중에 니 자식낳아서 키워봐라'던 옛말 어른들 말씀이 맞긴 맞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통해 어린시절 자신의 상처와 직멱하게 되기도 하고,
또 아이를 통해,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경험을 하기도한다.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를 고민하며, 온갖 육아서적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엄마인 내가 아이와 함께 어떻게 더불어 잘 살아 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아이가 크고 자라는 만큼, 엄마도 똑같이 크고 자란다는 것을,
그리고 엄마 노릇도 아이를 통해 하나둘씩 배워가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