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방울방울"이란 문장이 생각나는 김대영의 소설 <포도나무집 아이들>이었다.

누군가 그랬었다. 사람은 기억을 반추하며 사는 동물이라고... 추억이라 하겠지...

어린 시절이라고 하면 퍼뜩 생각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내겐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우리 집의 아이들도 자기네들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았었다.

하기야... 나도 단편적으로 몇 장면만 생각이 날뿐이라 아마도 거의라 할 만큼 다 잊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지만 동창과 나의 기억은 그랬나? 할 정도 다를 때도 있었다.

<포도나무집 아이들>은 점점 퇴색해가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과도 많이 닮아 좋았었다.

물론 나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라 지금껏 살고 있으므로 소설과 다른 부분도 꽤 많았었지만...

골목길 가득 메운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활기찼던 시절의 사람이라서 아련해졌다 할 것이다.

강진과 강민 형제가 의림지가 있는 제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내게는 정겹게 다가왔었다.

내게도 이런 추억이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더욱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였다.

이 소설은 저자의 추억팔이쯤 되겠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각색이 된...

어차피 지난 기억이야 왜곡되기 마련이라고 한다. 나와 같은 사건을 겪었더라도 달라진다.

작은 셋집에 살다 마당이 넓고 늙은 포도나무가 세 그루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한 강진 형제...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막 입학한 강진과 갓 다섯 살이 된 당돌하기 그지없는 꼬맹이 강민...

요 다섯 살배기 포도나무집 둘째 아들인 강민은 당차기 그지없고 철학자와 같은 아이였다.

동네 형은 무섭다 벌벌 떠는 물뱀도 스스럼없이 때려잡고 동네 원정에서도 절대 지지를 않는다.

심지어 형아를 괴롭히는 옆 동네 형아 들에게도 독사란 별명으로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다.

워낙 엉뚱한 말썽쟁이라서 형아도 못 가 본 유치원을 사정사정해서 보냈더니 수녀님을 사랑한단다.

온갖 말썽을 부리다 고해성사를 할 때면 이미 벌을 받은 죄는 고해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말썽만 고해를 하는데 어찌나 웃겼는지 "흐흐~" 거리며 웃다가...

에피소드의 말미에 고해를 받던 신부님이 "크크~" 웃음을 참다 뛰쳐나간 장면에서 함께 터졌다.

소설을 읽는 나와 책의 등장인물이 일치되어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동질감은 난생처음이었다.

김대영의 유년기가 바탕이 된 소설 <포도나무집 아이들>은 추억을 소환하여 과거로 여행하는 듯했다.

마당에 주렁주렁 포도가 열리는 나무도 셋... 강진도 아래로 남동생이 둘... 형제들이 셋이다.

포도나무에 열매가 영글듯 강진 형제들의 추억도 조롱조롱 매달렸던 <포도나무집 아이들>이였다.

모처럼 오랜 옛날 집 앞의 골목에서 아이들이 놀던 모습도 떠올랐던 감성 충만한 소설이겠다.

슬쩍슬쩍 사회 문제를 건드리긴 했었지만... 오롯이 추억 속으로 여행했던 소설로만 남기고 싶었다.

그 시절 아련한 기억 속에서 시간을 함께 했던 옛 골목 동무들은 지금은 무엇할까를 생각하며...

아무튼... 은근 슬쩍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졌던 <포도나무집 아이들>이라 하겠다.

 

 

 

 

 

포도나무집아이들

 

 

 

일반적으로 경제·경영 관련의 책은 정치나 사회 문제를 다른 책처럼 읽는 속도가 잘 빠지지를 않는데...

전작 <장사의 신>을 쓴 김유진의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는 엄청 잘 읽히고 재미나는 책이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유익한 정보라도 읽기 까다로우면 멀리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걱정은 읽다 질리면 어떻게 하지? 였는데... 하핫~ 나의 기우였다.

‘장사 좀 한다는 사장님들’의 장사 전략 교과서로 자리 잡았다는 자평이 100%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지난 15년간 전국 천여 곳의 외식업체 컨설팅과 자문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왔다는데...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매출 진작 200%를 위한 그의 비법에 아하! 하고 무릎을 친 비례만큼 울림이 컸다.

늬 내 할 것 없이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은 무지하게 아깝다. 자동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지게 된다.

나부터도 식당에 밥 먹으러 가면 내는 밥값에 맛과 분위기와 서비스의 질을 곧잘 저울질하곤 한다.

특히 맛없는 곳에서는 눈살을 저절로 찌푸리게 되고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거란 다짐을 하고 만다.

이러니 당연히 식당의 폐업이 빈번해서 노포는커녕 몇 년 버티는 곳을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단다.

우리 동네만 해도 맛이 좀 괜찮다 싶은 곳도 잠깐만 텀을 두면 어느새 문을 닫아 섭섭하기까지 한다.

한편으로 남의 주머니 돈 먹기가 쉽지가 않다는 말도 있다. 이건 내가 우리 집 남정네에게 자주 하는 소리다.

나도 남의 돈 먹기 해봤지만 여간 힘들지가 않은 일이었다. 장사꾼 똥? 개도 먹지를 않는단다.

위장 하나만큼은 튼튼하다 자부했더랬는데 난생처음 위경련이 일어 죽다 살고 약 값이 더 많이 나갔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경험, 허리가 꼬부라져 펼 수 없었던 경험... 일일이 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다 좋다. 다 좋은데... 들인 공의 반만큼만이라도 장사가 되면야 감수할 일이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를 읽으며 무릎도 치고 머리도 흔들고 했었던 거였다. (눙무리...;;;)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왜 매출이 오르지 않는 걸까?에 대한 확실한 답을 주는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겠다.

아닌 말로 운이 8할이라고 한다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듯하다. 대박 난 가게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계란찜에 깃발을 꽂든, 태산처럼 음식을 쌓아올리든 남과 차별화된다는 것이 우선일 듯하겠고...

우리는 이렇게 손님들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를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의 실행도 중요할 듯싶다.

대박 난 가게들의 특화된 전략을 이해하기 쉽게 사진으로도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읽기 편한 내용이었다.

QR코드도 실려있으므로 직접 확인하고픈 미래의 대박집 사장님들이 몹시 좋아할 듯도 보였다고 할 것이다.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의 장점은 참조하기가 참으로 쉽다. 절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하겠다.

내가 즐겨보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설루션을 받는 가게는 그야말로 일취월장 승승장구한다고 했다.

그들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아주 드문 케이스이고... 어차피 선택받은 몇 안 되는 가게들이다.

그. 러. 나! 이제 우리에게는 장사의 신 김유진의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이 있어 다행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드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로 우리도 곧 대박 나 보자꾸나! 

 

 

 

 

장사이제는콘텐츠다

 

 

 

인터넷 설문 조사를 통해 모집한 질문을 토대로 구성된 내게 몹시 흥미로운 책인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대화체를 부담스러워하지만 SF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주제라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재미나게 읽었더랬다.

내가 SF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영화 다시 보기에 올라온 것 중 가장 먼저 SF에서부터 찾는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과거 여중을 다닐 때 연합고사란 것이 있었는데 시험을 코앞에 두고서도 SF 소설에 열올려 출입 금지 당했을 정도였다.

그랬던 나의 흥미를 끈 이 책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의 흐름을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아래와 같다.

서울 근교의 한 문화 센터 강의실에서 ‘밤샘 고전 SF 단편 영화제’라는 이름의 작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밤 열두 시가 넘어서까지 강의실을 지키고 있는 건 작가 지망생, SF 덕후, 공대생, 기자, 영화제 직원 다섯 사람뿐.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며 50년 뒤에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정체불명의 로봇이 나타난다.

봉봉이라고 이름을 붙어준 이 로봇은 기억을 몽땅 잃어버린 상태라서 인류가 멸망하는 이유를 밝혀내야만 했다.

마침내 한자리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봉봉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하여 여러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시작하기로 한다.

시간 여행의 여파인지 봉봉의 회로가 얽혀버려 주제별로 하나의 토론이 끝나면 배터리가 한 칸씩 충전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젠더, 진화, 미래 기술, 종말, 우주, 외계 생명, 시간 여행 등... 내가 평소 관심 있어 하던 주제라 재미났다.

앞서 밝혔듯 마냥 대화체로만 되어 있었다면 진저리를 쳤을 것인데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편집이 잘 되어 있었다.

각 주제 별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함께 그동안에 나왔던 관련된 책과 영화가 간략하게 소개가 되어 있어...

읽거나 봤던 책과 영화를 되새김질하는 즐거움과 함께 소개된 책과 영화를 찾아보고 싶게 만들어 주었다고 하겠다.

SF(science fiction)란 다들 알다시피 공상과학을 일컫는 말로 그 유래가 내가 알기로도 꽤 되었다고 할 것이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해저 2만 리에서의 네모 선장이 탔던 잠수함은 이미 실용화가 되어 더 이상 신기할 것도 없다.

출입 금지령이 내려졌던 시절에 읽었던 SF 소설 속의 내용도 영화 백 투 더 퓨처 속의 장면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 할 것은 없지 싶다. 온갖 것들을 상상하고 상상한 것들은 거의 현실이 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책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은 한국의 대표 SF 작가 김보영과 SF 전문 평론가 박상준이...

인터넷 설문 조사를 통해 모집한 SF와 관련된 기상천외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담겨 있었다.

누구라도 한 번은 궁금해했을 그런 질문들을 통하여 인류의 미래와 과학 발전과 인간은... 이란 생각을 들려주었다.

딱 한 마디로 보기와 다른 책이었다고 할 것이다. 사실 표지는 많이 유치했고 휘리릭 넘긴 편집도 처음엔 그랬다.

그. 런. 데...! 으응? 뚝배기보다는 장맛이라고... 읽다 보니... 이 책! 우와, 알짜배기 중에 이런 알짜배기가 다시없었다.

뭐 이런 유치한 책이 다 있담? 하다... 읽노라니 너무나 흥미롭고... 어쩜, 내 취향이야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마치 잘 차려진 뷔페에 간 느낌이었다고 할까? 조리사들 솜씨가 빼어나서 내 입맛에 딱딱 맞게 요리해 내놓은 듯했다.

SF 작품 속에서 만났던 내용의 핵심정리와 소개도 흥미를 마구 불러일으켰고 소재도 다양하게 "잘 먹겠습니다." 했다.

다루고 있는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에... 물리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는 잔칫집에 초대된 듯한 기분으로 읽은 책이었다.

워낙에 짧아도 한 방이 있는 내용들이라 소개하려면 몇 페이지를 써도 다 못 쓸 아쉬움이 남지만... 아무튼 그랬다.

만약 나처럼 이런 주제를 좋아한다면 기꺼이 읽어보시라 권해 드릴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라고 할 것이다.

수박이 겉 푸르다고 속까지 푸르지 않듯... 얼핏 봐서 유치뽕짝 할 것 같다는 편견을 확실하게 깨주었던 책이 되었더랬다.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의 호불호가 갈리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는 내 취향을 저격하였던 책이 분명하였다.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하여 미래에서 온 로봇 봉봉이 다양한 토론을 통하여 마침내 기억을 되찾아 온 곳으로 돌아가고...

그 해결책이 엉뚱해서 "풋~" 하고 웃음이 터졌더랬지만 그들이 했던 토론의 깊이만큼은 절대 진지했다고 할 것이다.

 

 

 

 

 

 

 

SF는인류종말에반대합니다